“거제 해양플랜트 산단은 5년간 사실상 폐기, 추진 즉각 중단해야”

  • 최나영 기자
  • 2022.06.24 18:08

환경단체 “멸종위기종 서식 사곡만 100만평 매립 계획 철회하라”…
사곡만 산단 조성 대신 생태관광 활성화 제안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경남 거제시가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시한 만료를 코앞에 두고 승인을 받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자,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사업은 사업성‧경제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생태계 파괴를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의 개발사업 추진으로 거제시민의 휴식처인 아름다운 사곡해수역장과 저녁노을이 일품인 사곡만이 100만평 가량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는 사업성도 없고 사업 주체도 부실해 실패가 명확히 예견된 개발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부, 대기업 참여 불투명해 승인 보류해 와
다음달 17일까지 미착공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환경단체 “멸종위기종 추가 발견… 환경영향평가 재승인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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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거제시와 환경단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거제시는 최근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국토부 승인을 받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거제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시효를 앞두고 (국토부에)거의 매주 한 번씩 왔다갔다 하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제시가 이같이 최근 들어 산단 조성 승인에 분주한 이유는 5년 전 승인받은 환경영향평가 시효가 다음달 17일 끝나기 때문이다. 이 시한이 끝나면 거제시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하는데, 새롭게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환경영향평가 이후 새롭게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법정보호종이 발견된 만큼, 새롭게 환경부의 승인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환경영향평가법 32조에 따르면 사업계획 등을 승인하거나 사업계획 등을 확정한 뒤 5년 내 사업을 착공하지 않은 경우,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예상 위치도. (사진 거제시)/뉴스펭귄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예상 위치도. (사진 거제시)/뉴스펭귄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을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2016년 국토부에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했다. 그 사이 2017년 7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마무리됐다. 같은해 11월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 심사를 했지만, 국토부가 승인을 보류했다. 대기업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종태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당초 추진 목표는 대기업이 참여해서 해양플랜트 산단을 만드는 것이었는제, 대기업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조달 계획, 입주할 실수요자 확보를 비롯한 국토부의 보완요구에도 거제시는 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사업자인 실수요자는 당초 47개에서 10여개사로 줄었다.

 

환경단체 “사업성 답 못찾기는 지금도 마찬가지…
조선‧해양설비 과잉 공급 상황에서 조선공단 신설 불필요”

환경단체들은 해당 사업의 사업성‧경제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답을 못 찾기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승인받았거나 매립 뒤 방치된 공단이 전국에 수백만 평”이라며 “공단이 필요하다면 방치된 매립지와 공단을 활용하면 되는데도 조선공단을 추가로 만드는 것은 국토 파괴”라고 비판했다.

사곡만 인근 유휴부지 산단 현황. 붉은 점으로 표기.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곡만 인근 유휴부지 산단 현황. 붉은 점으로 표기.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조선‧해양설비를 과잉 공급으로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보다 1.5배나 큰 조선 공단을 새로 짓는 것은 불필요하며 낭비라는 지적도 했다. 이 단체는 “‘국가산단’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사실상 민간자본 1조8000억원이 필요한 대규모 민간 토목 개발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멸종위기종 포함 1400여종 서식
환경단체 “매립은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 파괴…
해양플랜트 산업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역행”

사곡만과 거제 해양플랜트 산단 예정지 인근에는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1400여종의 생물종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도 환경단체들은 강조하고 있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매립은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 파괴”라고 주장했다. 사곡만 일대는 산림습지와 하천‧논습지‧갯벌로 이뤄져 있다. 계룡산과 백암산에 둘러싸여 있다. 남해안의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이다. 

사곡만의 갯게 수컷(왼쪽)과 달랑게(오른쪽).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곡만의 갯게 수컷(왼쪽)과 달랑게(오른쪽).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환경영향평가 승인 이후인 2020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이 발간한 ‘사곡만 생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곡만 일대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법정보호종은 30여종이 넘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서에 명시된 법정보호종 18종 이외에도 환경운동연합은 7종의 법정보호종을 추가로 발견했다. 보고서에 명시된 법정보호종은 수달, 삵, 독수리, 황조롱이, 소쩍새, 상괭이, 구렁이, 갯게, 참매, 팔색조, 두견이, 솔개, 거머리말, 황조롱이 등이다.

특히 이곳엔 모래갯벌인 사곡해수욕장을 비롯해 성내마을 앞의 자갈갯벌, 금포마을 앞의 자갈과 암반갯벌, 자갈과 모래 등이 섞인 혼합갯벌, 사곡해수욕장의 모래갯벌 등 다채로운 갯벌이 형성돼 있어 해양생물 다양성이 특히 높다.

왼쪽 소쩍새. 오른쪽 수달.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소쩍새(왼쪽)와 수달(오른쪽).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해양플랜트 산단 사업이 기후위기 대응에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탄소 저장, 온도 저감, 재해 예방을 하는 연안 습지를 대규모로 매립하는 것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또 해양 석유자원 채굴 중심의 해양플랜트 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국가산단 사업 대신 해당 구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생태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곡만 서식 생물 중 포유류.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곡만 서식 생물 중 포유류.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드론으로 촬영한 사곡만 모습.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드론으로 촬영한 사곡만 모습. (사진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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