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처음이라①] 우리가 불편하신가요? '비건 업자'가 답합니다

  • 남주원 기자
  • 2021.06.27 00:05

비건 시리즈는 '알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는' 방식을 전하는 것이지 육식에 대한 개개인의 기호를 비난하거나 채식을 강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혀둔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김도담 기획, 남주원 구성ㆍ글] 나는 '환경'을 외치면서도 정작 채식에는 유독 남 얘기하듯 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기후악당 기업들을 꾸짖으면서도 정작 야식으로 삼겹살을 즐겼다. 

어떤 이들은 채식주의자를 향해 '유난떤다', '얼마나 오래 가나 보자'라며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 먹는 재미를 모르고 어떻게 살아~'라며 쉽게 훈수를 둔다. 이는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모르기 때문일 터다.

그래서 비건 시리즈를 기획했다. 채식과 기후위기 그리고 멸종위기는 동일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먼저 이해하기 위해. 그동안 나는 육류와 유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환경 파괴적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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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은 광대한 산림지대를 싹 다 밀어버리고 가축 사료에 쓰일 대두(콩) 농장을 조성한다. 그렇게 만든 사료를 먹은 동물들이 우리의 식탁 위로 온다. 산림 벌채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으로 수많은 야생동물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심지어 공장식 축산을 위한 동물 사육은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이 되고 있다.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각각 이산화탄소의 28배, 265배에 달하는 온난화를 야기한다. 

'오늘 조금 더 비건' 작가 박지혜 (사진 박지혜 씨 제공)/뉴스펭귄

채식주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편견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3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 박지혜(34) 씨는 '비건업자'로서 사명을 위해 잘나가던 회사에 사표까지 냈다. '그렇게 지구에 피해 끼치기 싫으면 자살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들으면서도 SNS를 통해 비건 일상을 공유한다. 그의 활동명은 '초식마녀', 어떤 비난에도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기 위해 '마녀'라는 당찬 단어를 붙였다.

채식과 비건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인터뷰를 요청한 사람은 비건 요리 만화 '오늘 조금 더 비건' 작가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초식마녀' 박지혜 씨다. 

 

Q. '초식마녀' 활동명이 특이하네요?

A. 초식동물의 '초식'에서 따왔어요. 인간은 채식이나 식물식이란 표현이 맞지만 동물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싶었거든요. '마녀'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지은 이름입니다. 공개적인 곳에서 메시지를 전하다가 예상치 못한 비판과 비난을 받게 되더라도 목소리 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죠. 비건 실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화와 영상을 만들어내는 비건 업자라고 생각해주세요!
 

Q. 비건 결심, 언제부터였나요?

A. 본격적으로 비건을 실천한 건 2019년 2월이에요. 사실 비건은 자신이 없어 미루는 숙제 같은 거였어요. 그러다 봉준호 감독님 영화 ‘옥자’와 김한민 작가님의 ‘아무튼 비건’ 같은 책 등을 접하며 소극적인 비건 지향을 시작하게 됐고, 주말동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두 편을 보고 적극적인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죠. 하나는 ‘카우스피라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인데요. 공장식 축산 경영이 지구의 천연 자원을 어떻게 훼손시키고 있는지, 환경단체들이 이 위기를 왜 무시해왔는지를 보여줘요. 또 하나는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의료 및 제약, 식품 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현대인이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죠.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가 2014년 유기견을 키우며 처음 동물과 교감하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인간이 개를 이용하면서 벌어지는... 유기견, 개 농장, 개 식용 같은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된 일이 아무래도 첫 계기인 것 같아요. 다른 동물은 먹으면서 개만 먹으면 안 된다? 논리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다른 동물들 역시 고기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왜곡하거나 마냥 외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채식주의자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죠. 

 

(사진 Unsplash)/뉴스펭귄

 

Q. 지금까지 비건을 실천하면서 희비는?

A. 전도하려는 건 아닌데 정말로, 비건을 실천하기 이전보다 나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제가 올린 만화와 영상 때문에 비난을 받는 순간에도요! 동물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죠. 동물들은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평생 당하지만 저는 극복이라는 축복을 받았어요.

 

Q. 사람들이 비건에 대해 가장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A. 맛을 포기해야 한다는 오해가 많아요. 저의 경우에는 오히려 새로운 미식의 장이 열렸고 식사도 훨씬 만족스러워요.

Q. 가장 추천하고 싶은 비건 레시피

A. 두부오이비빔국수! 익숙한 재료들로 만들어낸 진짜 맛있는 조합이에요. 또 하나는 마라크림떡볶이요. 누구나 실패하지 않고 정말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죠. 마라소스 제품이 다 맛을 내주거든요.

Q. 인스타그램 비건 웹툰에서 ‘비건'과 ‘채식'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내용을 봤습니다. 비거니즘과 채식주의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가요?

A. 실천 동기가 다르고 행동의 결과가 같습니다. 비건의 핵심은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윤리적인 이유에서 실천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에 있어 동물 착취 제품, 서비스 등을 거부하죠. 채식은 다양한 이유로 실천할 수 있어요. 동물권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건강이나 환경문제, 종교적인 이유 등이 있죠.

Q.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 중에는 요가가 취미인 분들이 다수 있는 것 같아요. 요가가 비건 지향적 삶을 사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요? 

A. 요가 수련의 8단계 중 첫 번째가 보편적인 도덕률을 뜻하는 야마(Yama)입니다. 5가지 야마 중 1번이 아힘사(Ahimsa), 비폭력과 불살생을 뜻하고요. 아힘사도 비건도 결국 사랑과 자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연결돼있어요.

Q. 원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 최근 퇴사를 하셨는데요. 비건 활동과 관련된 결정이었나요?

A. 그렇죠. 회사생활과 비건 업자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기엔 물리적 한계를 느꼈어요. 여러모로 일하던 곳 근무조건도 나쁘지 않았지만, 비건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더 중요하고 판단했기에 퇴사했어요.

 

Q. 비건을 실천하며 어려움을 느끼실 때도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지금의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A. 부채감이에요. 계속해서 동물과 자연에게 빚을 지고 있다..라는! 비건으로 살아도 결국엔 지구에게 빚을 지는 거거든요. 나라는 인간 하나 때문에 너무 많은 생명들을 죽게 하고 생태계를 파괴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나마 덜 빚지는 방향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더라고요.

 

육식과 채식, 오랜 시간 논쟁의 중심이었던 주제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그 답을 찾기 위해 UFC 선수가 직접 나섰다 (사진 'The Game Changer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Q. 최근 넷플릭스 <씨스피라시>와 <카우스피라시> 등 다양한 환경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은데요. 비건 시작을 위해 보면 좋을 다큐멘터리나 책 등이 있을까요? 

A. 김한민 작가님의 ‘아무튼 비건’과 보선 작가님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 그리고 넷플릭스 ‘더 게임 체인져스’ 추천 드려요.

Q. 요즘 최대 관심사는?

A. 아무래도 기후위기죠. 지구가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라고 우리에게 미래가 있길 바라요. 또 개인적으로 수도권 외 지역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Q. 평소 가장 애정하는 제로웨이스트 아이템 하나만 꼽자면?

A. 요즘 샴푸바 쓸 때 마다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머리가 길고 숱이 많아서 샴푸를 많이 쓰는 편인데, 샴푸바를 쓰니 플라스틱 용기가 발생하지 않아서 좋아요.

(사진 박지혜 씨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박지혜 씨 인스타그램)/뉴스펭귄

 

Q. 비건을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A. 완벽하지 못할까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단 10%의 실천이라도 하는 게 낫습니다. 비건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하기보다 1%라도 나아지기를 선택해 주세요.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가치관과 일치하는 삶을 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꼭 누려보셨으면 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일단 다음달까지 책 두 권을 집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획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마감을 너무 못 지켜서요... 가을에 책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써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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