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무법지대'에서 벌어지는 일...멸종위기 실뱀장어 불법어획 '활개'

  • 남주원 기자
  • 2021.05.28 12:34

단속해야 할 해양경찰서 앞 연안에서 수십척이 '보란 듯' 자행
군산시청, 해양경찰은 미지근한 단속으로 사실상 방관

군산 실뱀장어 불법어업 선박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전북 군산 금강하구에서 멸종위기종 실뱀장어 불법어업이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군산시청과 해양경찰서 등 단속에 나서야 할 기관들은 단속시늉만 한채 불법어업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심지어 해양경찰서 앞 하구에 불법어업 선박 수십 척이 장사진을 치고 있을 정도다.

환경운동연합은 28일 "금강하구에서는 오랜 기간 실뱀장어(뱀장어새끼) 불법어업이 관습처럼 자행되고 있다"면서 올해 역시 실뱀장어 불법어업 선박들이 금강하구에 진을 치고 있으나 당국의 단속은 지극이 미온적이라고 고발했다.

뱀장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등재돼 있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이들은 매년 2월 초부터 5월 말까지 태평양을 거슬러 우리나라 연안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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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서 부화한 실뱀장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연안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성체가 되고 다시 바다로 나가 번식한다. 연안에 돌아오는 새끼 때 워낙 몸집이 작아 실뱀장어라고 부른다.

실뱀장어를 불법어획하는 이들은 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인 세목망을 사용한다. 세목망은 실뱀장어뿐 아니라 다른 치어나 어류의 알까지 싹쓸이해 먹이사슬의 최하위 단계를 위협하는 강력한 생태계 파괴범이다.

환경운동연합 설명에 따르면 불법어업 선박들은 위아래 긴 장대에 어구를 연결, 실뱀장어를 포획하고 있다. 규정상 어구 장대길이가 최대 20m 이하여야 하지만, 불법어업 선박들은 훨씬 긴 장대를 이용한다. 

 

포획된 실뱀장어 (사진 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포획된 실뱀장어 (사진 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군산해양경찰서 앞에 정박한 불법 실뱀장어 어선은 선박 명칭이나 어선 번호판이 아예 없다. 이는 명백한 어선법 16조 위반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실뱀장어 불법어업에 나선 이들은 무허가 어업을 비롯해 어구 규모 위반, 조업금지구역 위반,  선박 개조 등 온갖 불법을 서슴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속기관의 대처는 지극히 미온적이라는게 환경운동연합의 지적. 환경운동연합 측은 "서천과 군산지역 주민들의 제보에 의하면 형식적인 단속, 조업기간에 한 번 적발되면 다시 적발되지 않는 점, 낮은 벌금형 등으로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군산시청에는 불법어업을 단속하는 수산진흥과가 있으며, 불법어업 현장 인근인 동백대교 옆에는 군산해양경찰서가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3~4개월간 실뱀장어 불법조업으로 얻는 이익이 억대에 달한다. 반면 불법어업을 주도하는 어민과 유통업자들이 단속에 걸려도 고작 100만원 수준의 벌금에 그친다. 한 해 입어료도 되지 않는다는 것.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군산시에서 버젓이 시행되는 불법어업에 지자체와 해양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모종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군산 해양경찰서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군산에 무단 폐기된 실뱀장어 폐선과 폐그물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폐기돼야 할 폐어선으로 횡행하는 실뱀장어 불법어선은 해양오염을 비롯해 각종 문제를 초래한다. 

정상적으로 등록된 어선은 수협을 통해 폐엔진오일과 선박유를 처리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불법어선의 기름은 바다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 어업에 쓰인 실뱀장어 그물도 마찬가지다. 사용 후 폐그물을 수거해 수협에 반납하면 어구 폐기물 수거에 대한 비용을 받을 수 있으나, 금강하구 폐선박이 방치된 자리에는 폐그물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버려진 그물은 바다에 방치돼 목적 없이 해양 생물을 포획하는 '유령 어업'으로 전락한다"라며 "유령 어업에 포획된 해양생물은 빠져나오지 못해 부패하고, 부패한 사체를 먹기 위해 모여든 다른 해양 생물이 또 다시 그물에 걸려 폐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군산 불법 정치망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그물은 유령 어업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결국 우리의 식탁에 다다른다. 환경운동연합 이용기 활동가는 “불법어업 문제 뿐 아니라 사용 후 바다에 방치되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폐선, 플라스틱 어구, 선박유로 인한 2차, 3차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뱀장어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환경운동연합 측은 "군산 금강하구에서 진행되는 실뱀장어 불법어업은 실뱀장어에 대한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불법 폐선 이용, 금지구역에서의 어업행위, 규격 이상 어구 사용, 생태계를 위협하는 세목망의 무차별적 사용 등 다양한 생태파괴 문제가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한 대처가 없는 것은 불법 행위에 대한 행정의 묵인"이라며 관할 기관의 적극적인 단속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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