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지킴이 '시 셰퍼드'... 왜 하필 '해골 깃발'일까?

  • 조은비 기자
  • 2021.05.17 12:55
환경단체 '시 셰퍼드'의 배 (사진 시 셰퍼드 페이스북)/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고래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환경단체가 있다. 시 셰퍼드(Sea Shepherd). 이들은 포경선 등을 쫓아다니며 불법 고래잡이를 막는다.

시 셰퍼드는 독특하게도 해골 문양이 그려진 깃발을 올리고 활동하는데, 고래를 '살리는' 활동과 다르게 '죽음'을 뜻하는 해골 문양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골 문양의 깃발을 달고 다니는 시 셰퍼드 (사진 시 세퍼드 페이스북)/뉴스펭귄

해골 깃발은 과거 해적의 상징이다. 당시 해적들은 해골, 모래시계, 심장 그림 등을 활용해 깃발을 제작했는데, 가장 유명하게 알려진 그림은 단연 '졸리 로저(jolly roger)'라고 불리는 해골 문양 깃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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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 로저 문양이 그려진 깃발 (사진 pixabay)/뉴스펭귄

졸리 로저 깃발이 제작된 과정을 추측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18세기 해적 바솔로뮤 로버츠(Bartholomew Roberts)가 제작했다는 설이다. '악마'를 뜻하는 '올드 로저(old roger)'가 변형돼 '졸리 로저'가 깃발의 이름으로 자리잡았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현대판 '착한 해적' 시 셰퍼드의 깃발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시 셰퍼드 상징 문양 (사진 시 셰퍼드 페이스북)/뉴스펭귄

깃발의 바탕색인 검은색은 바다의 죽음과 멸종 그리고 생명의 끝을, 해골 문양은 바다의 생명을 멸종시키고 있는 인류를 의미한다.

해골 이마에 새겨진 돌고래와 고래는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바다와의 조화를 상징한다. 해골 아래에 X자로 교차하고 있는 삼지창과 목동의 지팡이는 시 셰퍼드의 '공격적 비폭력 철학을 담아낸 그림으로, 각각 '공격'과 '보호'를 뜻한다.

삼지창에 새겨진 돌고래 그림은 바다 생물 보호에 힘을 쏟고 있다는 뜻이다.

그린피스의 초창기 활동가 중 한명이었던 폴 왓슨(Paul Watson)이 1977년 설립한 시 셰퍼드는 '공격적 비폭력'이라는 철학에 걸맞게 과격한 대응으로 고래 어업을 막아서고 있다.

포경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전력도 있는데, 일본 포경선에 맞서 남미 갈라파고스 제도의 고래 6000여 마리를 구조하기도 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고래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비밀병기로 불릴 정도로 이산화탄소 흡수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고래 한 마리가 매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평균 약 33t으로, 축구장 넓이의 소나무 숲보다 5배 정도 높은 수치다.

하지만 기후위기, 먹이 손실, 해양 쓰레기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10월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서한에 성명한 40개국 350명 이상의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미래 세대가 고래를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고래 멸종위기의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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