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죽을 때까지 '상품화'… 남아공, "사자 사육산업 중단"

  • 이후림 기자
  • 2021.05.03 16:56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사육한 사자들을 잔인하게 상품화해 비난을 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이 사자 사육 산업 중단을 발표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남아공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자 사육 산업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코뿔소 뿔과 코끼리 상아에 대한 국제적 금지 조치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표는 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관리와 사육, 사냥, 무역 및 취급과 관련된 국가 정책 관행을 검토하는 정부임명자문위원회의 600여 페이지 분량 보고서 발표와 함께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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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산림수산환경부 장관 바바라 크리시(Barbara Creecy)는 성명을 통해 "사자보호위원회가 사자 사육 산업이 야생 사자 보존 지속가능성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위원회가 사자를 포획해 사육하거나 감금하거나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해 이에 따른 조치와 협의가 이뤄지도록 각 부서에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측은 국가가 현재 보관하고 있는 코뿔소 뿔과 코끼리 상아를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을지 다른 국가들과 상의할 것 또한 권고했다고 알려졌다. 

바바라 크리시는 "해당 권고안이 사냥 산업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를 이행하는 것은 남아공 국제적 명성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결국 생태관광과 책임 있는 사냥을 위한 경쟁력 있는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2015년 남아공에서 관광객들이 사자 관광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Beth Jennings 'Claws Out' 공식 블로그)/뉴스펭귄

남아공은 최근 몇 년 동안 사육한 사자들을 잔인하게 상품화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매체에 따르면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새끼 사자들은 어미와 떨어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로 전달되며 사춘기에 접어든 사자는 '사자와 함께 걷기' 프로그램 등 관광산업에 사용된다. 관광객들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될 만큼 성장하면 통조림 트로피 사냥에 희생돼 뼈, 이빨, 발톱 등을 상품화하는 시설로 팔려간다.

통조림 트로피 사냥은 사냥 오락 산업에 쓰기 위해 사육시설에서 번식시킨 사자를 펜스에 가둬 놓고 쏴 죽이는 행위다. 사냥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냥 성공 확률이 100% 보장된다. 사람 손에 길러진 사자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갑작스레 궁지에 몰려 총알받이가 된다.

이렇게 잔인하게 희생된 이들 신체 일부는 동아시아에서 보석 등 사치품으로 사용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의 오락과 탐욕을 위해 '상품화'되는 셈이다.

한편 이와 같은 남아공 정부 발표에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는 "남아공에서는 매년 수천 마리 사자들이 비참한 운명을 타고 태어난다. 약 8000 마리의 사자가 오직 쏴 죽이기 위한 용도로 사육되고 있다"며 남아공 정부의 늦은 결정에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환영했다.

사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사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 Vulnerable) 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며 주요 멸종위기 원인은 인간의 밀렵행위와 서식지 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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