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야생동물 생태통로였으나 산 경계에 울타리가 생기면서 막힌 상황.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기존 야생동물 생태통로였으나 산에 울타리가 생기면서 이동이 막힌 상황.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화천군이 쳐놓은 울타리로 멸종위기종 산양의 이동이 막힐 위기에 놓였다.

강원 화천군은 지난 4월 관광사업을 위해 한묵령 일대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일부 개방하는 대신, 도로를 통행하는 민간인이 산속 미확인 지뢰지대로 들어가지 않도록 지난 10월 울타리를 설치했다.

한묵령은 기존에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던 지역으로 멸종위기종 산양, 사향노루, 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람 통행을 제한하던 때에 산과 하천을 자유롭게 오가던 산양은 이 울타리로 이동에 제약이 생겼다. 생태통로를 따라 하천으로 내려와 있던 산양이 울타리에 막혀 산으로 올라가기 어려워진 것.

19일 생명다양성재단은 울타리로 막힌 생태통로 인근에 산양 배설물이 가득한 사진을 공개하고, 산으로 올라가지 못한 흔적으로 추정했다. 기존 화천군이 야생동물 이동을 목적으로 이곳에 개설한 생태통로 13개소가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생명다양성재단 측은 "먹이를 적극 구해야 하는 겨울에 산양들이 고립된 채 아사할 위기에 처했다"며 "먹이가 충분해지는 봄까지 한시적으로 철문을 열고 생태통로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통로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산양 배설물. 산으로 올라가지 못한 산양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생태통로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산양 배설물. 산으로 올라가지 못한 산양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새로 설치한 울타리 구간(빨간색)에 있던 생태통로 13개소가 막혔다.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화천군청 관계자는 "울타리 자물쇠를 열면 민간인이 모르고 들어갔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대신 산과 하천을 잇는 배수로가 10개 정도 있는데 울타리를 설치하기 전부터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이용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하지만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담비, 삵, 너구리처럼 작은 동물은 배수로를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산양처럼 큰 발굽동물은 오히려 콘크리트 배수로에 빠져 이동이 어렵다"면서 "기본적으로 야생동물 이동을 고려한 시설물이 아니기 때문에 철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양이 다닐 만한 크기의 배수로는 몇 개인지 묻는 질문에 화천군청 관계자는 "실측은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재단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환경부가 설치한 울타리 앞 도로에 산양이 서성이는 모습도 공개했다.

ASF울타리 앞 도로에 서 있는 산양.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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