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저버린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유예' 속 대안은?

  • 남주원 기자
  • 2023.11.07 17:46
다회용컵.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다회용컵.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품 규제 정책 유예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일회용컵 대안으로 '재사용 시스템'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재사용이 미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7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 4곳에서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나타날 환경영향 변화를 분석했다.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란 재사용 가능한 컵을 매장에 대여 및 수거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위 국가들이 연구에 참여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업체 ‘그린업’이 데이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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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지역에서 이 같은 연구조사가 이뤄진 것은 최초다. 보고서에는 일회용컵에서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에 대한 비교 내용이 담겼다.

연구는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에서 일반적인 다회용컵 수명을 감안해 컵당 사용 기간을 3년으로 설정했다. 또 연간 20회를 '낮은 사용 빈도', 연간 60회를 '높은 사용 빈도'로 설정해 재사용 빈도수별 영향 효과를 비교했다. 

이와 함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준으로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인체 독성, 물에 미치는 영향 등 16가지 항목을 분석했다.

다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저감할 수 있는 환경영향.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다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저감할 수 있는 환경영향.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컵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국내에서만 연간 2억5000만㎏ 이상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약 9만2000대가 배출하는 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아울러 연간 180만㎥ 이상의 물과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일회용컵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모든 항목에서 환경 성과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회만 재사용해도 기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개선됐으며, 재사용 빈도수가 높아질수록 성과는 더욱 높은 비율로 좋아졌다. 

한국 일회용컵 시스템 대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의 환경 성과 개선 비율.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한국 일회용컵 시스템 대비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의 환경 성과 개선 비율.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항목별로 살펴보면 '화석연료 고갈' 항목에서 57.3%라는 가장 높은 비율로 환경 성과가 개선됐다. 한국은 일회용컵 제조시 신재 플라스틱만을 원료로 허용하는 탓에 개선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욱 높았다. 

대기질과 연관된 '입자상 물질 형성' 항목에서도 50% 이상의 높은 비율로 환경 성과가 개선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피스 한국지부 김나라 캠페이너는 "이번 보고서는 재사용 시스템 확대와 일회용 플라스틱의 단계적 퇴출이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한다"며 "재사용 시스템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정부는 일회용품 절감 정책에서 유예와 계도를 반복하는 등 퇴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근본 해결책 중 하나인 재사용 시스템의 정책적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7일 식당,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의 계도기간을 연장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등 사용 금지가 사실상 철회되면서 '환경정책 퇴보'와 '소상공인 부담 해소'라는 상반된 두 의견이 더욱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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