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숲무덤새 살리려 '알 훔친' 농부들

  • 이수연 기자
  • 2023.11.01 17:34
갓 태어난 숲무덤새. 농부들이 동참한 이 보존 프로젝트는 새가 태어나고 12시간 이내에 야생에 방사한다. (사진 Mal Carnegie)/뉴스펭귄
갓 태어난 숲무덤새. 농부들이 동참한 이 보존 프로젝트는 새가 태어나고 12시간 이내에 야생에 방사한다. (사진 Mal Carnegie)/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숲무덤새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몰래 알을 가져다가 부화시킨 농부들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한 환경단체는 3년 전 지역 농부들과 함께 숲무덤새를 지키기 위한 보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숲무덤새 둥지 근처에서 알을 수집해 배양시설로 옮긴 다음, 알이 부화하면 12시간 이내에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거대한 흙무덤 같은 둥지를 만드는 숲무덤새는 다른 조류와 달리 태어나자마자 혼자 살아간다. 심지어 수컷 숲무덤새는 자기 새끼를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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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로 숲무덤새는 부화한 직후부터 고양이 등 포식자에 노출돼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갓 태어난 숲무덤새 80%는 부화 후 10일 이내 사망한다. 태어나고 1년 뒤에도 살아있을 확률은 최대 2%로 알려졌다.

숲무덤새 둥지를 침범하는 야생 돼지. (사진 Mal Carnegie)/뉴스펭귄
숲무덤새 둥지를 침범하는 야생 돼지. (사진 Mal Carnegie)/뉴스펭귄

여기에 서식지 손실 문제까지 더해져 숲무덤새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 Vulnerable)'으로 분류할 만큼 보존이 시급한 종이다. 현재 호주 야생에는 2만5000마리만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사는 개체는 3000마리 이하다.

그러나 농부들이 3년간 알을 주워 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년 전 부화에 성공해 야생으로 방사됐던 새끼 숲무덤새 10마리 이상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앞서 농부들이 참여하기 전에도 한 차례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당시 실패했다. 반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 비결에는 농부들의 오랜 지혜가 있었다. 농부들은 갓 태어난 숲무덤새를 야생동물이 출몰하지 않는 곳에 방사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농부 로드니 게스트는 호주 ABC와 인터뷰에서 "숲무덤새를 고양이와 여우가 출몰하지 않는 곳에 방사하는 일이 관건이었다"면서 "지난 20년간 우리 땅과 작물을 고양이로부터 지키기 위해 파악해온 정보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말 카네기 씨는 "태어난 지 10일 만에 목숨을 잃는 숲무덤새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면서 "우리의 보존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숲무덤새. (사진 Mal Carnegie)/뉴스펭귄
멸종위기에 처한 숲무덤새. (사진 Mal Carnegie)/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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