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리더③] 김근호 리코 대표

  • 박연정 기자
  • 2023.10.12 09:39

"폐기물 산업의 혁신을 꿈꾸다"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경제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탄소배출 감축과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모든 혁신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기후테크'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글로벌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뉴스펭귄>은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후테크 기업의 리더들을 소개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기후테크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기후테크리더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은 '김근호(40) 리코 대표'다. 김근호 대표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투자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국내 귀국 후 IT 벤처기업에서 일하며 스타트업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문득 김 대표는 조금 더 지속가능하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지냈던 시간이 불현듯 떠올랐다.

미국은 길거리에서 폐기물 브랜드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폐기물 처리 서비스가 발달해 있지만 국내는 이렇다 할 브랜드나 서비스가 없는 실정이었다. 국내 방역 서비스하면 '세스코'가 바로 떠오르는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폐기물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김 대표는 2018년 '폐기물 관리의 기준이 되는 기업' 리코를 설립했다.

리코는 불투명하고 낙후된 국내 폐기물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폐기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립된 지 6년이 채 안 됐지만 업박스 개발, 통합 폐기물 관리 서비스 출시 등 폐기물 산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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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김근호 대표와 서울 강남구 리코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입구에는 리코의 대표적인 폐기물 서비스 '업박스' 수거용기가 있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회사 입구에는 리코의 대표적인 폐기물 서비스 '업박스' 수거용기가 있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Q. 사명 '리코' 의미가 궁금하다.

A. 리코(Reco)는 '리소스 커넥터(Resource Connector)'의 줄임말이다. 폐기물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 리코라고 이름 지었다. 

Q. 로고가 특이하다.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특징을 줬는데 어떤 의미인가.

A. 파란색과 노란색을 합치면 초록색이 된다. 로고색을 초록색으로 하면 식상할 것 같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정했다. 파란색은 광활한 느낌을 주고 노란색은 혁신의 의미가 있다.

Q. 리코가 정의하는 기후테크는?

A. '기술 집약적 환경 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Q. 리코는 기후테크 종류(△클린테크 △카본테크 △에코테크 △푸드테크 △지오테크)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

A. 리코는 자원순환에 기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에코테크'에 해당된다. 리코의 대표적인 폐기물 서비스 '업박스'를 통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업박스는 폐기물을 단순히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종류별로 제대로 분리 배출될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진행한다. 실제 물류센터 같은 경우 종이, 비닐, 일반쓰레기가 뒤섞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각 물류센터별 배출장을 만들면 배출되는 폐기물들이 자원으로 다시 쓰일 수 있게 돼 자원순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

김근호 리코 대표. (사진 리코)/뉴스펭귄
김근호 리코 대표. (사진 리코)/뉴스펭귄

Q. 국내외 폐기물 관리 시장 규모는.

A. 전체 폐기물 시장 규모는 25조 수준이다. 이중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시장은 17.8조로 약 70%,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영역은 30% 정도다.

Q. 국내에서 불법으로 투기되는 폐기물 양은.

A. 2019년 기준 120만톤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상 경기도에 불법 투기되는 폐기물이 가장 많다. 

Q. 리코는 기존 국내 폐기물 산업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많이 개선했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어떤 점이 비효율적이었나.

A. 기존에는 폐기물 배출량을 수기로 관리했고 수거 요청과 거래명세서 확인을 진행하려면 업체에 직접 전화했어야 했다. 그런데 수거를 진행하는 기사님은 감으로 하루 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수거 업체 입장에서도 동선 효율을 고려하기 어려웠다.

Q. 그러면 리코는 기존의 폐기물 산업을 어떻게 개선했나.

A. 리코는 방금 언급한 과정을 디지털화 했다. 쿠팡 로켓배송을 이용하면 어떤 기사님이 언제 물건을 배송했는지 사진으로 다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폐기물도 수거 기사님 정보, 배출량, 배출 사진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즉, 상품의 배송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폐기물의 운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중앙관제시스템으로 수거 동선을 효율화하고 배차 시스템도 도입했다. 

맞춤형 분리배출 업박스스테이션. (사진 리코)/뉴스펭귄
사업장 맞춤형 분리배출장 '업박스스테이션'. (사진 리코)/뉴스펭귄

Q. 리코의 주력 사업은.

A. 리코는 사업장 폐기물 수거에 집중하고 있고 대표 서비스로 '업박스'가 있다. 업박스는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는 사업장 전용 폐기물 서비스다. 현재 3500개 이상의 사업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 고객은 물류센터, 제조공장, 호텔, 급식시설, 음식점 등 대형 사업장이다.

업박스는 사업장 맞춤형 배출장을 조성하고 전용 차량으로 폐기물을 처리장까지 운반한다. 폐기물 종류마다 파트너 처리장으로 운반해 처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식물은 퇴비나 곤충 사료, 바이오가스화되고 종이는 다시 종이로, 플라스틱은 원료화해서 다시 제품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수거한 폐기물 정보는 앱이나 웹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외 행정 업무 등도 확인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폐기물 관리를 할 수 있다. 

Q. 업박스는 정확하게 폐기물 배출 정보를 측량하는데 그 방법이 궁금하다.

A. 업박스 수거 기사님은 수거할 때마다 배출량을 사진으로 찍고 업박스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있다. 고객들은 언제든지 업박스 클라우드에 접속해 일··연간 폐기물 배출량과 사진을 볼 수 있다.

다소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 과정을 매번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탄소중립, ESG경영에 대한 사회적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리코는 그 해답이 '데이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00인 식사를 제공하는 급식시설이 있다고 가정할 때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배급량을 줄이기보다 일 식수량과 그에 따른 폐기물 배출량을 파악하게 된다면 메뉴, 인원에 따른 잔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폐기물 배출량 감량을 위한 식단 구성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출량 데이터가 필요하다. 

업박스를 통해 폐기물을 정확하게 측량할 수 있다. (사진 리코)/뉴스펭귄
업박스를 통해 폐기물을 정확하게 측량할 수 있다. (사진 리코)/뉴스펭귄

Q. 리코의 주력사업인 업박스는 '기업형' 폐기물 관리 서비스다. 개인을 위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고안할 계획은 있나.

A. 폐기물 시장 규모나 매출액을 고려할 때 공공영역(가정)보다 B2B 시장이 훨씬 크다. 우선 기업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Q. 지구를 위해 평소에 하는 습관이 있는지.

A.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고 있고 불을 잘 끄고 다니려고 한다. 또 되도록 활자책을 지양하고 e-Book을 이용하려 한다.  

Q. 앞으로의 비전은.

A. 플라스틱, 폐지 등 폐기물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만큼 해당 서비스 안정화에 힘쓸 예정이다. 더불어 수거 폐기물의 종류도 계속 넓혀 나갈 계획이다. 사업장에서는 한가지 종류의 폐기물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폐기물을 한번에 위탁할 수 있는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결과적으로 리코는 고객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어떤 폐기물이든 문제없이 체계적으로 자원화하고자 한다. 또 폐기물 산업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폐기물 관리의 기준이 되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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