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햇빛발전①] '노는 땅'에 태양광, 우리가 직접 한다

  • 이수연 기자
  • 2023.09.25 07:00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기후위기 시대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기 위해 멀쩡한 산지를 깎으면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산사태 위험이 있어 주민 수용성도 떨어진다. 

풀 한 포기 뽑지 않는 태양광 발전도 있다. 학교나 공영주차장, 공장 지붕이나 도로, 철도의 방음벽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노는 땅'을 활용하면 에너지전환을 이루는 동시에 환경 훼손과 주민 갈등을 막을 수 있다.

 

'틈새' 유휴부지 태양광
에너지전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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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부지란 기존과 다른 용도로 쓰여도 문제가 없는 공간을 일컫는다. 실제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을 지으면 얼마만큼의 전력을 충당할 수 있을까.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이 수도권 282개 대형 주차장의 태양광 발전 잠재력을 평가한 결과, 총 318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418GWh(기가와트시)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정하는 국내 전기차 전력 수요 300GWh보다 1.4배 많은 양이다. 한편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가장 큰 주차장은 인천국제공항으로 21MW급이다. 2040년까지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인천공항은 현재 주차장에 1.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에 건물 옥상, 벽면 등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연간 전력 사용량의 10.3%를 생산할 수 있다. 녹색연합은 전국 고속도로와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최대 6342G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서울시 주택용 전략 사용량인 1만3983GWh의 45%에 달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전국 도로와 철도 유휴부지만 활용해도 975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현재 운영 중인 곳이 115MW 수준이고, 2025년까지 243MW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태양광을 임야에 설치하면 가중치도 가장 낮아 사업자들도 이젠 산에다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산업단지 지붕이나 학교 옥상과 같은 유휴부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이 대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RE100 위해' 관심 높아지는
공장 지붕형 태양광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설치된 지붕형 태양광 용량은 1099MW로 2018년 625MW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붕형 태양광이 주목받는 이유는 평지나 산지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보다 더 높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붕형 태양광 REC 가중치는 1.5로 임야(0.7)에 설치했을 때보다 2배 이상 많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국내 1257개 산업단지 공장 지붕의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최대 54GW급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원전 약 54기를 돌리는 양과 맞먹는다. 이에 기업들은 RE100을 달성하면서도 낮은 전기료 혜택을 얻기 위해 자사 공장 지붕에 자가형 태양광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뉴스펭귄
(사진 동국제강)/뉴스펭귄

실제 동국제강은 지난 3월 포항공장 3개동 지붕 5만 평에 125억원을 들여 자가형 태양광을 설치했다. 연간 약 13GWh의 전력을 생산해 전기료 15억원을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 6000톤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2013년 아산공장에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해 연간 약 13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 울산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 연간 2500MWh의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인천2공장 지붕에 870.32kW 규모의 자가형 태양광을 설치해 연간 약 1GW의 전력을 생산하는 중이며 1년에 약 131톤의 탄소저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펭귄
(사진 CJ제일제당)/뉴스펭귄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공장 지붕형 태양광 발전은 기업의 RE100 달성에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탄소 간접배출까지 대기업 몫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그곳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오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자사 공장 지붕에 올리는 태양광 발전은 다른 부지를 임대하는 것보다 절차도 까다롭지 않아 RE100 달성에 유리할 것"이라며 "물론 공장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량만으로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엔 매우 부족한 업종도 있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후솔루션이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국제 전력 리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동국제강과 현대자동차는 수출 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상위 5위, 7위 기업이다.

 

우리 동네 에너지자립을 위해
인근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하는 시민들

직접 생산한 전기를 스스로 사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사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올린다면 시민들은 주택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집을 소유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자가형 태양광 발전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역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에 나서는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때 생산한 전기는 전부 한국전력에 판매하며, 수익금은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가거나 융자를 갚는 데 쓰인다. 일부는 지역아동센터에 자가형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전환 기금으로 사용한다.

(사진)/뉴스펭귄
(사진 안양군포의왕시민햇빛발전 )/뉴스펭귄

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전국 92곳이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으로 현재 조합원 1545명이 41개 발전소에서 5121MWh 수준의 전력을 생산한다. 자체 시공사를 둘 정도다.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들은 주로 학교나 공영주차장 등 공공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추진한다. 학교나 주차장은 일반 발전사업자가 눈여겨볼 정도의 면적은 아니지만 대신 시민들이 모든 적은 예산으로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시 속 풍력 발전은 어려워 시민들이 에너지 자립과 녹색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뤄가는 데엔 공공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사진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뉴스펭귄
(사진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뉴스펭귄

'틈새햇빛발전' 2편에서는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태양광 발전 운영방식과 그 과정에서 에너지 자립과 녹색 풀뿌리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뤄가는지, 어려움은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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