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독도수비대 괴롭힌 곤충 실체 (영상)

  • 남주원 기자
  • 2023.09.19 11:17
독도점등에모기 성충 암컷이 사람 팔을 흡혈 중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독도점등에모기 성충 암컷이 사람 팔을 흡혈 중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70년간 독도경비대원을 괴롭혔던 곤충 정체가 밝혀져 화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 70년 동안 독도경비대원을 괴롭힌 흡혈성 곤충이 독도에만 서식하는 신종으로 확인됐다.

이 신종 곤충에 붙여진 이름은 '독도점등에모기(Culicoides dokdoensis)'다. 그동안 '깔따구'라고 잘못 알려졌으나 연구 결과 파리목 등에모기과 점등에모기속 곤충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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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점등에모기 성충.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독도점등에모기 성충.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독도 지명을 딴 독도점등에모기는 몸길이 2~3㎜로 깨알만 한 크기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탓에 아주 작은 모기처럼 생긴 파리목 깔따구과 곤충 깔따구로 오인돼 왔다.

하지만 두 곤충은 비슷한 생김새와 달리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깔따구는 주둥이가 퇴화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반면 점등에모기 성충은 식물의 즙이나 꿀을 먹는다. 무엇보다 산란기 암컷은 척추동물의 피부와 모세혈관을 이빨로 찢어 나오는 혈액을 흡입한다.

이번에 실체가 확인된 독도점등에모기는 독도의용수비대원이 1953년 당시 고통을 증언할 정도로 오랜 기간 독도경비대원을 괴롭혀왔다. 재단법인 독도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가 2012년 6월 유튜브 채널에 올린 한 영상에는 이 곤충에 대한 고(故) 김영복 대원의 생생한 증언이 담겼다.

독도의용수비대 김영복 대원은 "여름에 양말을 두 켤레 세 켤레를 신어도 깔따구가 뚫어서 무는데 한번 물리면 한 달, 두 달 가도 안 낫는다"며 "깔따구가 워낙 많으니까 대쑥을 뜯어 말려서 불을 피워도 안된다. 한번 물리면 오래간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독도의용수비대는 울릉도 주민들로 결성됐던 의롭고 용기 있는 시민 33명을 일컫는다.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독도를 지키기 위해 1953년 4월 독도에 들어갔다. 국가에 수비 임무를 인계한 1956년 12월 말까지 3년 8개월 동안 자발적으로 독도를 지켜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고려대학교 배연재 교수 연구진은 독도점등에모기의 형태와 생태정보를 최근 국제학술지 곤충학연구(Entomological Research)에 게재했다. 올해 말에는 국가생물종목록에도 등재할 예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서민환 관장은 "이번 연구는 독도수비대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곤충의 실체를 70여년 만에 밝힌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독도경비대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등에모기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도점등에모기 유충.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독도점등에모기 유충.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한편 연구진이 현재까지 밝혀낸 바에 따르면 독도점등에모기는 날개에 흰 점이 있으며 날개 앞쪽의 첫 번째 흰 점 안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컷은 흡혈을 위해 큰 턱과 작은 턱, 아래쪽 혀에 이빨이 발달돼 있다. 수컷은 암컷보다 몸집이 작으며 이빨이 없다. 더듬이에 털이 나 있고, 음경 기부에 있는 아치형 구조 말단이 갈고리처럼 굽어 있다.

아직까지 독도점등에모기 생활사에 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적다. 다만 유충은 부패한 동물 사체가 있는 물웅덩이에서도 살 만큼 오염된 서식처에서 잘 견디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충은 빛을 향해 모이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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