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 위해 학교 점거한 학생들

  • 김지현 기자
  • 2023.05.04 14:49

세계 각지 학생들 기후운동 일환으로 학교 점거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 끝내자” 외쳐

우간다 청소년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우간다 청소년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우간다,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2일(이하 현지시간) 기후운동의 일환으로 학교를 점거했다. 이들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체제가 소수의 이윤을 위해 지구를 파괴해왔다”며 “이런 경제체제를 끝내자”고 외치고 있다. 또 학교에 화석연료 기업과 관계를 끊고 기후위기에 대한 필수이수 과목을 개설하는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학생점거운동을 기획한 단체인 ‘화석연료 종식을 위해 점거하자(End Fossil: Occupy!, 이하 EFO)’ 활동가들은 ‘68혁명’이라고 불리는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 학생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 권위주의적 정부에 맞선 학생운동은 독재뿐만 아니라 전쟁, 인종차별, 성차별, 환경파괴 등에 반대하면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 학생운동. (사진 rs21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 학생운동. (사진 rs21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이번 학생점거운동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학생들이 학교 50곳 이상을 점거했던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만 EFO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록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의 끈질긴 지속성을 보여준다”며 "학생이 아닌 다른 시민들도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활동 반경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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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및 가스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록적인 이익을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는 2022년 순이익 1161억달러를 거둬 상장 이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Exxon Mobil)은 2022년 순이익 557억달러로 서방 석유기업 순이익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영국 석유기업 셸(Shell)이 400억달러, BP가 280억달러를 벌어들이며 전년대비 2배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번 학생점거운동은 4월 26일 프랑스에서 학생 150여명이 대학교 15곳을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진행 중인 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 사업(EACOP)을 반대하기 위해 점거운동에 나섰다.

국제 기후위기 연구기관 기후책임연구소(Climate Accountability Institute)가 2022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 Energies)가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은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프랑스에서 학생점거운동을 기획한 활동가들은 성명서에서 “우리는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행성을 파괴해 이익을 얻는 일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대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프랑스 학생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대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프랑스 학생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우간다의 청소년 기후활동가들도 4월 29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나서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간다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Vanessa Nakate)는 다른 학생들에게 점거운동에 참여하길 독려하며, “우리는 우리의 지구를 위해, 인류의 문화를 위해 점거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위해, 기후정의를 위해 점거할 것이다.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기자회견을 연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Uganda 트위터)/뉴스펭귄
우간다 캄팔라에서 기자회견을 연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Uganda 트위터)/뉴스펭귄

포르투갈 학생들도 4월 26일부터 점거운동을 시작해 2일까지 고등학교와 대학교 총 9곳을 점거했다. 이들은 포르투갈 정부에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2025년까지 모든 가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 소재 대학교 강의실을 점거한 학생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포르투갈 리스본 소재 대학교 강의실을 점거한 학생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스페인에서는 학생 30여명이 바르셀로나 자치대학을 점거하고 학교에 더 이상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기업과 계약하지 않고, 기후위기에 대한 필수 이수 과목을 개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석사과정생 애나 사치(Anna Sach)는 스페인 일간 라마레아(La Marea)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전환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우리는 대학이 지금 시대의 요구해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Barcelona 트위터)/뉴스펭귄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Barcelona 트위터)/뉴스펭귄

독일에서는 뮌스터와 베를린 등 도시 6곳에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점거운동을 하고 있다.

EFO 활동가 사리나 바힝에르(Syrina Bachinger)는 "화석연료 기업과 정치인들은 지난 몇십년 동안 산업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화석연료 산업을 그대로 지속하는 것이야 말로 위험한 일이다. 이는 가장 취약하고 기후위기에 책임이 거의 없는 남반구 국가, 노동계급, 여성, 어린이를 위험에 빠뜨린다. 우리는 정의로운 체제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대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독일의 한 대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기후활동가들. (사진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영국 학생들은 대학 3곳을 점거했다. 

팔머스 대학과 엑시터 대학 학생들은 학교측에 영국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을 국유화하도록 지원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필수 이수 과목을 개설하고, 화석연료 기업들의 졸업생 채용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학생 멸종반란 리즈(Student Rebellion Leeds) 활동가들은 리즈 대학 강의실을 점거하고 학교 측이 화석연료 기업과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강의실 점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영국 리즈대학교에 기후활동가들이 설치한 현수막. (사진 End Fossil Occupy UK 트위터)/뉴스펭귄
영국 리즈대학교에 기후활동가들이 설치한 현수막. (사진 End Fossil Occupy UK 트위터)/뉴스펭귄

이번 학생 점거운동은 대학 캠퍼스에 국한되지 않았다. 2일 체코 프라하 산업통상부 앞에서는 학생 주도로 ‘반-석탄을 위한 봄(Anti-fossil Spring)’이라는 집회가 열려 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이 집회를 준비한 ‘기후를 위한 대학생 연합(Universities for Climate)’ 활동가 레미 지안(Remi Dzian)은 "기후행동은 단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정의를 위한 투쟁이다.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 화석연료 기업은 그들이 초래한 죽음과 파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 산업통상부 앞에서 철야 집회를 한 학생들.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체코 프라하 산업통상부 앞에서 철야 집회를 한 학생들. (End Fossil Occupy 트위터)/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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