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의 날 외친 '케이블카 반대', 환경장관은 어떤 생각?

  • 임병선 기자
  • 2023.03.03 18:06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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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환경부장관이 참석하는 국립공원의 날 행사장에서 환경단체들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흑산공항 중단 등 국립공원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3일 광주광역시 무등산 국립공원 증심사지구 한 잔디밭에 마련된 행사장 내부에서는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주최로 국립공원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장 밖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환경단체 활동가 100~120명이 피켓을 들거나 바닥에 누워 차도를 막는 등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서는 경찰과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환경단체의 행사장 접근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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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행사장 입구에서 국립공원 보전을 요구하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립공원무등산지키기시민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보전 당국인 환경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환경부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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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는 환경부가 원칙에 근거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정부 한 마디에 환경부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의 주장은 적어도 국립공원을 최대한 자연상태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립공원 개발 두 건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사업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를 짓겠다는 ‘오색케이블카’와 흑산도 일부 지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면서까지 소형 공항을 짓겠다는 ‘흑산공항’ 2가지가 현재 논란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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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든 시민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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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경찰에 의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소통이 차단됐다. 행사장 내에서는 환경단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시위 현장에서는 행사장 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경찰은 시위대로 보이는 사람들이면 행사장 접근을 막았다. 환경단체 관계자 몇 명은 국립공원은 시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며 행사장 안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 경찰과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막아 섰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밝힌 접근 제한 사유는 VIP 경호, 즉 장관 경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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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의 접근이 막힌 채 행사장 안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축사, 국악 공연, 드론 비행 공연, 대통령 표창 등이 이뤄졌다. 행사의 중심 주제는 국립공원의 가치였다. 미래 세대를 위해 국립공원을 보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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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축사자로 나선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환경부는 국립공원의 혜택은 온 국민이, 미래 세대가 온전히 향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국립공원의 미래 가치는 높이고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의 날 행사에서 축사하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국립공원의 날 행사에서 축사하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접근은 막혔지만 행사장 내에도 국립공원 보전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오색케이블카를 직접 언급하며, 국립공원 보전과 오색케이블카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축사자로 나선 강 의원은 “여기 오시면서 봤겠지만 전국에서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모였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국제사회 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복원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생물을 보호할 방안이 없었는데 꼭 케이블카를 승인했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다시 한 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강은미 정의당 의원(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이어 “2019년도에 산양 및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 대책이 사실 상 불가능하고 풍속과 관련해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조건부 승인한다는 건 시민들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국립공원의 날 우리가 다시 한 번 어떻게 국립공원을 지킬 것인지, 실제로 어디까지 인간이 이용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한화진 장관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행사장 길목에서 기다렸으나, 이동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한 장관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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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에 선 환경단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이이자희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팀장은 시위가 끝난 직후 “행사에 참석한 분들과 무등산 탐방객들에게 국립공원에서 벌어지는 케이블카나 흑산공항과 같은 이슈를 알릴 수 있어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걸 환경부장관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다”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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