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착취한 지구…생물다양성 현주소는?

  • 조은비 기자
  • 2023.01.18 15:20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생물다양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강연이 개최됐다.

기후변화청년단체 긱(GEYK)은 '1회 생물다양성 포럼: 우리 모두를 위한 생물다양성 이야기' 강연을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제1학생관에서 열었다.

강연에는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이자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산하 박사, 멸종위기종을 한글로 그려낸 '숨탄것들' 진관우 작가,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워오면 과자로 바꿔주는 씨낵(SEANACK) 캠페인을 기획한 환경재단 김지은 PD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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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파헤치기'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 박사

김산하 박사는 생물다양성의 개념에 대해 먼저 짚었다.

그는 "지구 각지의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성이자 생물학적 위계 또는 조직의 모든 수준을 뜻한다"라며 "개체군과 커뮤니티간의 다양성까지 다 포함하는 과정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종 수 하나로도 엄청난 다양성이 있는데 모든 위계의 다양성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생물다양성은 약 5억4000만년 전에 있었던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급증했다. 김산하 박사는 "대부분의 동물 문(Phylum)이 당시에 등장했다"라고 말했다. 문은 생물 분류 단계 중 하나로, 계(Kingdom)의 아래에 속한다.

이렇게 다양해진 생물들은 같은 서식지에서도 공간·시간적 분할로 공존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김산하 박사는 "우리가 (강을) 봤을 때 그냥 '새 떼가 많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다 각자 차지하고 있는 생태적 적소가 다르다"라며 물새들이 강의 수위에 따라 활동하는 범위가 다르고, 같은 나무에서도 새의 종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위치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강의 수위에 따라 활동하는 종이 다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강의 수위에 따라 활동하는 범위가 다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같은 나무에서도 새의 종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위치가 다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같은 나무에서도 새의 종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위치가 다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나무 한 그루를 두고 시간상으로 사용하는 생물종이 다르게 관찰되기도 했다.

나무 하나도 시간상으로 사용하는 생물종이 다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나무 하나도 시간상으로 사용하는 생물종이 다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그렇다면 생물다양성이 풍부할수록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맞을까? 이 의문에 대해 1970년대 찰스 엘튼(Charles Elton), 유진 오덤(Eugene Odum), 로버트 맥아더(Robert MacArthur) 등의 생태학자들은 군집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생태계의 안정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1973년 생태학자 로버트 메이(Robert May)는 '다양성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하는 종들의 안정성을 낮춘다'며 기존과 다른 수학적 접근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생물다양성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실험들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디.

땅을 같은 크기로 구분해두고, 그 땅에 심겨진 종의 다양성과 수를 달리해서 어떤 환경이 더 생산성, 가뭄 저항성 등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실험에서는 종의 다양성이 약 50% 감소하면 생산성도 약 10~20%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종다양성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같은 크기로 구분된 땅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종다양성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같은 크기로 구분된 땅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이후 실험의 규모는 확대됐고, 포르투칼 리스본에서 스웨덴까지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종다양성 영향에 대한 실험이 이뤄졌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종다양성 영향에 대한 실험이 이뤄졌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김산하 박사는 "(유럽에서 이뤄진 실험으로) 생태적 기능그룹 효과가 발견됐다. 예를 들어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만들면 다른 새가 들어가 살 수도 있고, 구멍의 영향으로 나무가 쪼개지면서 새들이 애벌레를 먹을 수도 있게 된다"라며 "이 같은 기능그룹의 수가 많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앞서 로버트 메이가 예측했던 것처럼 종수의 증가가 일부 개별 종의 안정성을 낮추는 현상도 확인됐지만, 군집 전체에서의 안정성은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생물다양성은 심각한 훼손을 겪고 있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 포유류 생물량의 약 80%가 사라졌고, 자연 생태계 면적은 약 47%가 없어졌다. 그중 곤충은 40%가 멸종위기에 처했고, 포유류, 조류보다 8배가량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주된 원인은 인간의 활동 때문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빠른 파괴 속도에 비해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은 미흡한 상태다. 2010년 맺어진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는 2020년 모든 목표에서 미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산하 박사는 "모든 과목에서 '가'를 받은 것과 같다"라며 "지구가 생물다양성에 대해 내놓은 성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생물다양성의 생태적, 경제적 기능과 가치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산하 박사는 "존재는 기능주의적 근거로 자신을 증명해야 할 의무가 없다"라며 "인간에게 있는 지문은 개체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 시체가 훼손됐을 때 가장 마지막에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인간이 어떤 생물에게도 기능이나 가치를 부여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부여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존재 자체가 다양하다는 게 본질이다"라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과 예술'
진관우 작가

진관우 작가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진관우 작가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진관우 작가는 "한글이라고 하면 우리가 지켜야 할 민족성이 떠오른다. 동물을 지키는 것도 이렇게 지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글, 동물, 그림'을 함께 연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멸종위기종 동물들을 한글로 그려낸 '숨탄것들' 작품들로 잘 알려졌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진관우 작가가 한글로 그려낸 쿼카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진관우 작가가 한글로 그려낸 쿼카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한글로 그린 동물 그림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한글로 그린 동물 그림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진관우 작가는 2019년 2월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찬 채 죽은 알바트로스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Chris Jordan)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오마주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과의 만남을 설명하는 진관우 작가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과의 만남을 설명하는 진관우 작가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진관우 작가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 걸그룹 드림캐쳐가 발매한 정규 2집 '아포칼립스 : 세이브 어스(Apocalypse : Save us)'에 환경보호 내용이 포함된 점 등을 예시로 들면서 "예술은 다가가기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그는 2020년에도, 2023년에도 환경부 주요 시행 계획에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이 사람들에게 알려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생물다양성 캠페인 사례'
환경재단 김지은 PD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워오면 과자로 교환해주는 씨낵 캠페인은 높은 참가율과 영향력으로 '2022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캠페인은 지난해 7월 23일부터 8월 14일까지 강원도 해수욕장 4곳에서 이뤄졌으며 참가 시민 2021명이 수거한 쓰레기는 약 709㎏에 달한다. 

씨낵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지은 PD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씨낵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지은 PD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캠페인을 기획한 김지은 PD는 "심리학에 따르면 생생하지 않은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해양쓰레기 문제를 보다 생생하게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며 "단순하지만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씨낵 캠페인은 쓰레기를 주워오면 과자를 주는 정말 간단한 활동이지만,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김지은 PD는 "8~9살 돼 보이는 아이가 쓰레기를 들고 와서, '오늘 밤에 폭죽놀이 하고 싶었는데 나 안 할래. 폭죽놀이 해서 물고기 아프게 하기 싫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씨낵에서는 최고 무게를 달성한 시민에게 친환경 바스세트를 전달하면서 참가하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김지은 PD는 "주문진에서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데리고 정말 엄청 큰 쓰레기를 주워왔다. 낑낑거리면서 그 무게를 재고 최고 무게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해변청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쓰레기는 담배꽁초, 플라스틱 컵, 폭죽 잔해 등이었다.

김지은 PD는 "경험의 연결고리가 보다 긍정적이고 재미있는 방식일 때 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사람들의 경각심을 깨워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메시지의 흐름도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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