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없이 생산, 맛·질감 동일...주목받는 '우유대체제'

  • 김나연 펭윙스
  • 2022.11.24 11:10

[뉴스펭귄 미국 메릴랜드=김나연 펭윙스] 맛은 일반 우유와 동일하지만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먹을 수 있고, 심지어 영양학적인 면에서는 일반 우유보다 뛰어난 비식물성 우유대체제가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동물성’ 유청단백질이다.

(사진 퍼펙트데이 공식 트위터/뉴스펭귄) 
(사진 퍼펙트데이 공식 트위터/뉴스펭귄) 

2014년 라이언 판드야(Ryan Pandya)와 페르말 간디(Perumal Gandhi)가 공동 설립한 회사 '퍼펙트데이'가 이 제품 생산으로 우유업계에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우유의 맛과 기능을 결정하는 주요 구성성분인 유청단백질(Whey protein)에 주목했다. 퍼펙트데이는 유청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미생물에게 결합한 후, 정밀 발효과정을 거쳐 유청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발효를 위해 선택한 미생물은 트로커도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라는 이름의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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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밀 발효과정을 거친 후에는 원심분리기를 통해 유청단백질만을 분리한다. 그 다음 여과와 건조 과정을 거치면 분말 형태의 최종 제품이 만들어진다.

지난 7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퍼펙트데이가 만드는 제품을 소개하며 생산과정을 최첨단 맥주 양조 과정에 빗댄 바 있다. 맥주 양조 과정에서는 효모가 당을 섭취하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발효가 일어나는 반면, 퍼펙트데이의 우유대체제 제조과정에서는 미생물이 당을 섭취하고 유청단백질을 만드는 발효가 일어난다.

퍼펙트데이가 각광받는 이유는 다른 식물성 우유가 갖는 단점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두유의 경우 콩비린내나 특유의 향 때문에 멀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코넛 우유의 경우 단백질 함유량이 현저히 부족하고 포화지방의 함유량은 높다. 쌀우유는 당이 많이 함유돼 있는 것에 비해 단백질함유량은 미량이어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다. 

아몬드 우유의 경우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고, 일반 우유에 비해 영양적인 면에서 떨어진다. 아몬드는 특히나 생산 과정에서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두유 원재료가 되는 콩 생산에 비해 약 10배에 달하는 물이 사용된다. 한 알의 아몬드가 남기는 물 발자국은 약 12리터.

퍼펙트데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우유 생산 방식에 비해 물 사용을 99%, 온실가스 배출을 97%, 재생불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60%까지 줄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생산에 있어서 식물성 우유에 비해 압도적으로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물 복지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이목을 끈다. 실제로 퍼펙트데이 설립자(라이언 판드야와 페르말 간디)들은 둘 다 비건이다.

설탕과 지방함유량은 일반 우유에 비해 적지만 일반 우유와 같은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반 우유와는 달리 성장호르몬과 항생제 성분이 들었을 것이라는 염려도 없으며,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

다만, 실제 유청단백질 및 카제인(우유의 주요 단백질)이 주요 성분인만큼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일반 우유를 대체해 사용됐을 때의 맛과 질감은 구분이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 빵, 커피, 스무디,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하면 완벽하게 부드러운 식감과 크림같은 맛을 얻을 수 있다. 휘핑도 가능하다. 휘핑했을 때 거품이 잘 올라오지 않는 식물성 우유의 한계를 일반 우유 성분과 동일한 구조적 성질을 유지함으로써 해결한 것이다.

퍼펙트데이는 2020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무동물성 유청단백질의 식품 안전성을 승인 받은 이후, 다른 식품회사들과의 파트너쉽을 통해 아이스크림, 초콜릿바, 단백질 쉐이크, 케이크 믹스, 크림치즈를 비롯한 다양한 무동물성 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퍼펙트데이와 협업하는 아이스크림 브레이브로봇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퍼펙트데이와 협업하는 아이스크림 브레이브로봇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브레이브로봇 아이스크림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브레이브로봇 아이스크림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아이스크림은 퍼펙트데이가 가장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다. 2019년 한정판으로 처음 출시됐을 때 1파인트에 20달러(2만68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 반나절만에 1000 파인트가 완판됐다. 지금은 브레이브 로봇 (Brave Robot)이라는 회사와 협업, 1파인트 당 6달러(약 8000원)에 내놓고 있다. 

퍼펙트데이와 협업한 또 다른 아이스크림 닉스 (N!CK’s). 무동물성 유제품(Animal-Free Dairy)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퍼펙트데이와 협업한 또 다른 아이스크림 닉스 (N!CK’s). 무동물성 유제품(Animal-Free Dairy)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2021년에는 스웨덴 브랜드 닉스 (N!CK’S)와도 협업, 7종류의 비건 아이스크림을 출시하고 있다.

브레이브 로봇(Brave Robot)의 식품 라벨. 무동물성 우유(Animal-free milk; non-animal whey protein)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브레이브 로봇(Brave Robot)의 식품 라벨. 무동물성 우유(Animal-free milk; non-animal whey protein)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나연/뉴스펭귄)

퍼펙트데이는 2022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현재 약 15억 달러(2조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에는 비건 우유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기업 네슬레 (Nestlé)와 협업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퍼펙트데이는 계속해서 이런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다양한 무동물성 유제품 출시에 집중할 전망이다. 퍼펙트데이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우유대체제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 하다.

펭윙스는 뉴스펭귄의 글로벌 리포터(해외통신원)를 뜻하는 고유명사입니다. 펭귄(Penguin)과 날개( Wings)를 합성해 만든 단어로,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펭귄의 날개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깊이 있고 정확한 뉴스전달을 통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구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의지와 각오의 표현입니다. 뉴스펭귄 펭윙스에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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