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수첩] 깨진 스마트폰에 다시 케이스를 씌웠다

  • 임병선 기자
  • 2022.11.11 16:01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뉴스펭귄에서 함께 일하는 과장님이 어느날 휴대전화가 고장나 전화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 휴대전화가 고장나 먹통이 되는 건 생각하기 어려워 물어봤는데, 과장님은 “7년이나 썼더니...”라고 했다.

나는 5개월 전 휴대전화를 바꿨다. ‘다 깨진 스마트폰을 써야 할 이유’라는 기사를 쓴지 세달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다.

너무 빨리 바꾼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유가 없던 건 아니었다. 취재를 위해 휴대전화를 꼭 바꿔야했던 때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물건을 산다는 기쁨과 휴대전화 뒷면 유리가 깨져서 손이 벨 수 있다는 구차한 핑계도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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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휴대전화만큼은 깨뜨리지 말고 오래 쓰자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겨우 5개월 뿐. 얼마 전 바닥에 떨어뜨려 뒷면 유리가 깨져 버렸다.

유리 깨지고, 케이스 끼우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유리 깨지고, 케이스 끼우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카메라,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보호용 케이스를 끼우지 않고 쓰는 편이라 내 물건에는 어딘가 하나씩 결함이 있다. 그건 사용하는 물건이 언젠가 부서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직접 썼듯 휴대전화 안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귀중한 자원들이 들어 있다. 휴대전화를 오래 쓰면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지켜줄 대상이라는 생각은 이전까지 하지 못했다.

지금은 휴대전화가 깨졌어도 기능에는 문제가 전혀 없고, 이대로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느려지거나 새 스마트폰이 나오면 지금 내 휴대전화의 깨진 부분을 핑계로 또 바꾸려 들지 모른다.

그래서 휴대전화 오래 쓰기로 ‘탄소 절감과 자원 아끼기’에 성공한 과장님을 마음 속에서 칭찬하며, 7년이나 쓰이고 세상을 뜬 과장님의 휴대전화를 기리며 서랍에 넣어뒀던 케이스를 꺼내 내 휴대전화에 다시 씌웠다. 휴대전화가 충분히 쓰일 만큼 제 명을 다하게 지켜주겠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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