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부서져가는 스마트폰을 계속 써야할 이유

  • 임병선 기자
  • 2022.03.14 17:01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던 스마트폰 시장에 '친환경'을 내세운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페어폰(Fariphone)'이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등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가치는 '환경을 덜 파괴하면서 생산한 스마트폰', '재활용 소재로 만든 재활용 가능한 스마트폰', '수리가 용이한 스마트폰'이다.

그 예로 페어폰에는 공정무역으로 확보한 금, 주석, 탄탈럼 등이 쓰인다. 자사 스마트폰에 쓰인 자원을 재활용해 다시 스마트폰을 만드는 일명 '닫힌 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올해 45% 이상 수거를 목표로 하며, 재활용 인프라가 부족한 유럽 외 지역에서 전자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다. 이들 제품은 배터리 교체가 쉬운 탈부착식이며 사용자가 액정과 스피커, 카메라 등을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게 나사로만 고정돼 있다.

수리가 용이함을 내세우는 페어폰 광고 (사진 Fairphones)/뉴스펭귄
수리가 용이함을 내세우는 페어폰 광고 (사진 Fairphones)/뉴스펭귄

페어폰이 주목받는 상황을 보면 그동안 출시됐던 스마트폰이 어떻게 '언페어(Unfair, 부당하다)'했는지 엿볼 수 있다.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방치하며 만들어졌고,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리가 어려워 고치기보다 새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했다. 휴대폰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전자 폐기물을 대량 발생시킨다는 점, 자원 채취 중 나타나는 환경오염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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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작지만 수많은 자원으로 이뤄져 있다. 영국 플리머스대(Plymouth University) 연구진은 2019년 3월 스마트폰을 믹서기에 넣고 가루를 낸 다음, 각종 플라스틱, 귀금속, 희토류 등 원재료로 분해했다. 이들 분석 결과, 스마트폰 1개를 만들기 위해 고품질 금광석 7kg, 구리광석 1kg, 텅스텐광석 750g, 니켈광석 200g 등 각종 귀금속 광석 10~15kg 채굴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등 여러 희토류가 들어 있었다. 2020년 기준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은 1378만 대인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에서 이뤄질 귀금속과 희토류 채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자원이 필요한 스마트폰은 대부분 별 다른 재활용을 거치치 않고 버려지면서 전자폐기물 문제를 일으킨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UN은 2019년 1월 내놓은 전자폐기물 관련 보고서를 통해 전자폐기물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전자폐기물로 인해 지역 환경이 오염되고 노동자들은 수은과 납, 카드뮴 등에 그대로 노출된다. UN은 오염 문제 외에도 전자폐기물의 재활용 가능성, 경제적 잠재력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자폐기물 1t에는 금광석 1t보다 100배 더 많은 금이 함유됐다고 지적했다.

귀금속, 희토류를 채취하는 광업은 오래 전부터 지역 토양을 황폐화하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또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는 주요 원인이다. 광업에 따른 환경오염은 스마트폰 중 '친환경'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페어폰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 북부 리튬 광산에서 채굴이 추진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리튬 채굴이 지하수 수십억 갤런을 쓰고, 지하수 일부를 이후 300년 동안 오염시키며, 멸종위기 식물 자생지를 파괴할 것이라는 근거로 사업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최대 코발트 생산지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채굴로 인한 수질 오염과 토양 오염, 난개발 문제가 제기돼왔다.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사진 Coordenação-Geral de Obs)/뉴스펭귄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사진 Coordenação-Geral de Obs)/뉴스펭귄

특히 반도체 산업 발전에 따라 희토류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희토류는 귀금속과 비교해도 채취와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해가 크다. 희토류 채굴을 위해서는 황산암모늄을 광맥에 주입해야 하며, 이는 지하수원 오염 원인이 된다. 특히 정제공정에서 독성 폐수, 유해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실제 미국 네바다주에서 1952년부터 1998년까지 희토류가 생산됐지만, 방사능이 포함된 폐수로 지하수를 오염시키다 정부에 의해 중단됐다. 일본 기업 미쯔비시도 말레이시아에서 희토류 제련소를 운영했지만 지역 주민에게 방사능 문제를 일으키고 철수했다. 세계 최대 희토류 기업을 보유한 중국이라고 별다른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 노동자 건강을 자본과 맞바꾸고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 제조 시에는 탄소도 발생한다. 스마트폰 1대를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애플의 아이폰 13 프로 128GB 모델 기준 69kgCO2eq로 집계됐다. 이는 스마트폰이 제조되고, 사용되고, 애플 측 재활용 프로그램에 의해 수거된 경우 발생한 탄소 추산치다. 애플은 이처럼 기종 별 탄소배출량을 아이폰11부터 공개해왔다. 

2019년 기준 한국인 1명이 한 해에 탄소를 11.93t 배출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스마트폰은 탄소배출량 면에서는 위험이 적은 편이다. 다만 애플과 삼성을 비롯한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제조 시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추후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의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은 대부분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며, 사람들이 휴대폰을 빨리 바꿀수록 전자 폐기물도 많아진다. 그러므로 휴대폰은 최대한 오래 사용됐을 때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불행 중 다행으로 기술 발전이 더뎌지고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013년에는 25.6개월이었고, 2020년 43개월로 길어졌다. 다만 2022년부터는 교체 주기가 다시 짧아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독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짧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2020년 하반기 기준 27.9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하반기 23.9개월에 비해 4달 늘어난 수치다. 휴대폰 사용기간 연장 원인은 구입 가격 상승, 단말기 내구성과 성능 향상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언제든 스마트폰 교체 유혹에 노출돼 있다. 국내외 통신사들은 2년 약정 시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2년 간 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국내의 경우 2년 이후에는 선택약정할인제도를 통해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지만, 이 또한 1년이나 2년 약정을 해야 하며 만기 이전 휴대폰을 바꾸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또 제조사는 기능을 조금씩 향상해 매년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막대한 광고를 통해 소비욕을 자극한다. 

스마트폰 교체주기를 앞당기는 원인은 기기의 '수리 불용이성'이다. 최근 제조되는 스마트폰은 일부분만 손상돼도 각종 부품이 연결된 전면 액정 전체나 후면을 모두 바꿔야 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이에 따라 직접 수리가 어렵고, 제조사에 스마트폰 수리를 의뢰하면 기본적으로 수리비가 10~20만 원부터 시작된다. 수리 비용이 비싸면 소비자들이 고쳐서 쓰기보단 새로 사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페어폰이 간편한 수리에 초점을 맞춘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수리가 용이하거나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권리인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두고 대대적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수리할 권리를 인정해 스마트폰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보장 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수리용 부품을 출시 후 7년까지 보장하도록 규정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11인이 전자제품 제조사가 수리용 부품을 원활히 공급하고, 수리 비용과 부품 비용이 제품 출고가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담은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을 2021년 11월 제안했으나 아직 국회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에서는 '직접 수리할 권리'에 대한 요구도 많다. 자가 수리 플랫폼 아이픽스잇(iFixit)은 "타이어를 교체하는 게 위반이면, 차를 구입하겠는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소비자의 자가 수리를 인정하라는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 자가 수리를 권장하면서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부품까지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가 수리를 '임의 분해'로 간주하고 이후 보증에서 제외하는 등 개인적 수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 최근 '직접 수리할 권리'를 인정해 공식 부품을 판매하고 자가 수리를 위한 설명서를 제공하는 등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올해 중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배터리만 교체하고 싶어도 스마트폰 후면이나 전면을 뜯어내야 하며, 이 경우 제조사 공식 서비스센터 이용이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제조 단계에서 환경 문제가 지목됐다면, 추후 데이터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탄소배출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18년 캐나다 맥마스터대(McMaster University) 연구진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가 발달하면서 2040년까지 ICT 분야 탄소배출량이 전체 중 14%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를 내놨다. 현재 ICT 분야 탄소배출량은 전체 중 2.1~3.9%로 집계됐다. 

ICT 분야에서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주원인은 데이터 센터, 서버 등이다. 데이터 센터와 서버는 전 세계에서 24시간 내내 신호를 주고받으며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특히 동영상 시대로 접어들며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고, 냉장고와 자동차 등도 자체적으로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홈' 시대가 열리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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