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타오르는 한반도 속, 사라지는 것들의 초상

  • 남예진 기자
  • 2022.11.11 00:00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가 익숙하게 접했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면서, 1880년 이후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1℃, 표층 수온은 0.62℃ 상승했다.

올 한해만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은 홍수 피해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케냐, 중국 등에선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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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또한 112년 만에 기온이 2.18℃ 상승했으며, 수온은 54년 만에 1.35℃ 증가했다.

결국 중부지역은 폭우로 인해 사람들이 안식처가 돼야 할 공간에서 비극을 맞았고, 남부지방은 현재까지 지속되는 가뭄으로 제한 급수가 이뤄지는 등 더 이상 기후위기를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 대표 먹거리에 내일은 없다

한국 인구는 90%가량이 도시에 거주함에 따라, 식료품을 구매할 때 기후위기를 가장 많이 실감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농작물로부터 △부적절한 생장 온도 △꽃가루 받이 동물 감소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 손실 △수분 부족 및 과잉 △외래종 해충 토착화 등의 악영향을 미쳐 생산량과 재배 적지를 축소시킨다.

기온 상승에 따른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 중이다.(사진 통계청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뉴스펭귄
기온 상승에 따른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 중이다.(사진 통계청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뉴스펭귄

통계청의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해 사과, 포도, 인삼, 감자, 고추 등 주요 농산물의 재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 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

최상단부터 사과, 포도, 귤의 재배 면적 변화를 지도에 표기한 것이다. 세 작물 모두 21세기 말에는 재배 적지가 줄어들 전망이다.(사진 통계청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뉴스펭귄
최상단부터 사과, 포도, 귤의 재배 면적 변화를 지도에 표기한 것이다. 세 작물 모두 21세기 말에는 재배 적지가 줄어들 전망이다.(사진 통계청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뉴스펭귄

탄소 배출량이 감축되지 않을 경우 감귤, 단감 등 일부 농산물은 총 재배 면적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사과, 포도, 인삼 등 기존 작물 대다수는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한반도에서 재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산업계도 낙관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김종규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식품 원재료로써 수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1981년 33.2kg에서 2010년에는 51.3kg으로 수요가 약 155% 증가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한반도 인근 해역의 변화.(사진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2022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뉴스펭귄
기후위기로 인한 한반도 인근 해역의 변화.(사진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2022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뉴스펭귄

그에 비해 국립수산과학원은 한국 인근 해역이 수온 상승으로 인해 △표층 염분 △용존 산소량 △영양 염류 등이 감소했고, 태풍 피해도 잦아진 탓에 동·서·남해 어업생산량 모두 축소돼 수산 자원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어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고등어, 멸치, 오징어와 달리 명태, 꽁치, 도루묵은 수온 상승으로 인해 한반도 인근 해역을 떠나 어획량이 감소 중이다.(사진 통계청 기후(수온)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뉴스펭귄
고등어, 멸치, 오징어와 달리 명태, 꽁치, 도루묵은 수온 상승으로 인해 한반도 인근 해역을 떠나 어획량이 감소 중이다.(사진 통계청 기후(수온)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뉴스펭귄

특히 수온 증가로 인해 난류성 어종인 고등서, 멸치, 살오징어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명태, 꽁치, 도루묵 등의 한류성 어종 및 저서성 어종 생산량은 감소 중이다. 

가장 뚜렷한 변화를 겪은 명태는 1970년대 어획량이 1만3418톤에 달했지만, 2008년에는 어획량이 0으로 기록됐으며 2017년 어획량은 1톤에 불과했다. 

김종규 교수는 "현재 추세로 수온 상승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연근해 해역에서 한류성 어종은 점차 감소하고, 난류성 및 아열대 어종의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 성이 없지 않다"라고 경고했다.

한반도를 떠나는 새들

비영리 국제 자연보전기관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에 서식 중인 생물 5230종 중 69%가 기후위기,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등의 요인으로 감소했다.

(a) 2010년 조류 11종의 풍부도 (h) 탄소 감축을 이뤘을 때 2050년의 종 풍부도 (i)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종 풍부도 (사진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 야생조류 종 풍부도 변화와 도시녹지의 중요성 논문)/뉴스펭귄
(a) 2010년 조류 11종의 풍부도 (h) 탄소 감축을 이뤘을 때 2050년의 종 풍부도 (i)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종 풍부도 (사진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 야생조류 종 풍부도 변화와 도시녹지의 중요성 논문)/뉴스펭귄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게재된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 야생조류 종 풍부도 변화와 도시녹지의 중요성'에서도 2050년 누적 강수량과 일 최고기온 증가로 인해 까치, 박새, 멧비둘기, 꿩, 참새, 쇠딱따구리 등 조류 11종의 종이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이 감소했다.

즉, 기후위기는 생물 서식지의 최고 기온과 강수량을 변화시켜, 생물의 서식지를 이동시키고 최악의 경우 멸종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최창용 교수가 국제 학술지 '생태와 진화의 최전선'(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흔히 번식하던 조류 52종 중 20종의 개체 수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두견이(사진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뉴스펭귄
두견이(사진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뉴스펭귄

그중 아프리카와 인도서 겨울을 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뻐꾸기, 두견이 등은 기후위기로 인해 이동시기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텃새와의 충돌이 잦아진 탓에 1997~2005년, 2013~2019년 사이에 한반도서 크게 감소했다.

들꿩(사진 flickr Tatiana Bulyonkova)/뉴스펭귄
들꿩(사진 flickr Tatiana Bulyonkova)/뉴스펭귄

건강한 자연림에서 서식한다는 들꿩 또한 기온 및 강수량 변화로 새끼들의 생존 확률과 개체 수 증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흔한 종의 감소가 멸종위기종과 같은 조류의 감소보다 더 많은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다만 식품 생산량 및 생물 개체 수 감소에 있어 기후위기만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식량 자원은 △관련 규제 변경 △치어 남획 및 불법 조업 △유전병 및 감염병 △노동력 감소 △사람들의 선호도 변화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변동한다. 

생물 분포 또한 △녹지 감소 △토지 개간 등으로 서식지가 축소되거나, 독성 물질 노출, 밀렵, 남획 등으로 단 시간에 수가 감소하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생물들이 급변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어려워지면서 그들과 연결된 생태계의 변화가 또 다른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이런 연쇄 현상이 어떻게 우리와 연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생태계가 파괴될수록 우리의 생존도 안전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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