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도 '석탄기업' 회사채 인수…추가 확인돼

  • 최나영 기자
  • 2022.08.17 17:29

KB증권, 석탄 기업 800만 달러 규모 회사채 인수
재작년엔 ‘탈석탄’ 선언, 지난해엔 '석탄기업' 투자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포스코의 자회사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금융기관들이 최근 3년간 석탄 관련 기업에 총 수조 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최근 <뉴스펭귄>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당시 기사에서는 분석한 금융기관 중 KB증권이 석탄 관련 기업에 투자한 내역은 확인되지 못했는데, <뉴스펭귄>이 추가로 취재한 결과 KB증권도 해당 기간동안 석탄 관련기업에 800만달러(약 110억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KB증권)/뉴스펭귄
(사진 KB증권)/뉴스펭귄

앞서 <뉴스펭귄>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금융기관 6곳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5곳이 석탄발전 기업을 지원한 내역을 분석해 보도했다. 2019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약 3년 동안에 대한 분석이다. 분석 대상 금융기관은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KB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 등이었다. 키움증권의 투자내역은 입수하지 못해 분석에서 제외했다. 투자 내역은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와 국내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을 통해 입수했다. 분석 기준은 석탄의 생산뿐 아니라 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체를 ‘석탄 관련 사업’으로 정의한 우르게발트 기준을 차용했다. <‘탈석탄 증권사들, 3년간 석탄산업에 수조원 투자’ 기사 참조>

삼척블루파워는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석탄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사업비 4조9000억원 가운데 1조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2020년 '탈석탄' 선언한 KB증권,
2021년 석탄 기업 800만달러 규모 회사채 인수

17일 <뉴스펭귄> 분석 결과, KB증권이 최근 3년간 석탄 관련 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입수한 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만 해도 800만달러(약 110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남부발전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 기업에 투자한 것이다. 한국남부발전은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 석탄 관련 사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논란을 키우는 지점은 자료에 나타난 회사채 인수 시기가 KB금융그룹이 탈석탄 선언을 한 이후라는 점이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실제 환경단체들은 “KB증권의 행보를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KB증권 “자금 석탄발전 아닌 REC 구매에 사용돼…
석탄 관련 기업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없어”

KB증권 측은 반박했다. 해당 회사채가 석탄‧화력발전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 아닌 만큼 해당 회사채 인수를 석탄기업 투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KB증권은 지난해 10월 발행된 한국남부발전 (회사채) 100억원 인수단으로 참여했다”며 “하지만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해당 발행대금은 석탄‧화력발전용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입으로 사용한다고 나와있다”고 전했다. REC는 신재생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환경단체 “REC 구매는 의무 할당량 채우기 위한 것,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실제 늘리지 않아…
석탄기업 회사채 인수 그 자체로 비판받아야”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KB증권이 인수한 한국남부발전 회사채 발행 목적이 REC 구매인 것과, KB증권이 석탄기업에 투자한 것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남부발전의 REC 구매는 정부가 정한 신재생에너지 의무 생산량을 채우기 위한 목적일 뿐,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을 추가로 더 늘리는 데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두고,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에 대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도 적용 대상이다. 자체 생산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업자는 REC 구매를 통해 의무 생산량을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사실상 REC 구매는 화석연료 발전 사업에 대한 부담금의 성격을 가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REC를 바탕으로 의무 이행 여부를 판정한다. 의무량을 채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KB증권이 투자한 자금이 한국남부발전 REC 구매에 쓰인 것과 관련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RPS 제도하에서 과징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필요한 REC를 회사채 발행으로 구매했다는 것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KB증권은 한국남부발전이라는 석탄 관련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한 것은 ‘석탄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전 세계적인 탈석탄 조류에서 반대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회사채 용도가 REC 구매 목적인 것과 별개로) 그것 자체로 비판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도 “(해당 회사채는) 화석연료 의존을 실제로 줄여나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채 그에 따른 부담금을 충당할 목적으로 발행한 채권”이라며 “(이 회사채를 인수한 것은) 탈석탄 금융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고,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은 (한국남부발전 회사채) 인수단으로만 참여해 인수 후 바로 매출했고 현재 해당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에 있어서 자금의 사용처를 회사 관점이 아닌 ESG 관련 사용인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남부발전은 석탄화력ㆍ태양광ㆍ풍력ㆍ소수력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라며 "2021년 인수한 회사채는 REC 구입을 위한 목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온실가스 감축 관련 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KB증권은 앞으로도 '탈석탄 선언'에 대한 거버넌스를 준수해 나갈 것이며, ESG 경영을 통해 환경, 사회 분야에서의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보도 이후, KB증권에서는 다음과 같이 알려왔습니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9월 탈석탄 선언을 했습니다. 향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한국남부발전의 회사채 발행 목적은 REC 구입 자금 조달이므로, KB증권의 한국남부발전의 회사채에 대한 인수는 탈석탄 선언을 위반한 것이 아닙니다.

또 KB증권이 한국남부발전의 회사채 인수와 매출에 참여한 것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거치는 보편적인 과정입니다. KB증권이 해당 채권 인수에 투자 또는 보유목적을 갖고 참여한 것이 아니므로 투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