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고양이 과밀화 해결, TNR만으론 부족하다면

  • 임병선 기자
  • 2022.07.29 16:23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 생태계 영향 연구를 위해 목에 위치 추적 장치가 부착된 개체다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 생태계 영향 연구를 위해 목에 위치 추적 장치가 부착된 개체다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미국 조류보호단체 ‘아메리칸 버드 컨저번시(American Bird Conservancy)’는 야생 고양이가 일으키는 생태계 위해 문제를 ‘사람이 촉발한 문제’로 분류한다.

새나 여타 생물의 멸종 문제는 인간의 탓이 크지만, 인간이 사랑해 마지않아 증식시킨 고양이가 끼치는 생태계 위해를 방치한다면 그것 또한 인간 중심적 사고에 기초한 것이다. 야생 고양이가 늘어난 이유 중에는 '인간의 선호'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마라도에서는 고양이 증식이 사람 영향임이 명백하다.

마라도 고양이 문제를 다룬 기획 1편에서는 인간이 마라도에 고양이를 도입하면서 바닷새 멸종을 가속한다는 사실을 다뤘다. 이번 2편에서는 어떤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지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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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이 기사에서 다루는 마라도 고양이 문제가 국내 도처에서 이뤄지는 어떤 동물학대의 이유나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고양이 개체수 조절은 당국의 적법한 방안 아래 이뤄져야 함을 명시한다. 개인의 감정이나 정신 상태에서 비롯된 고양이 학대는 생태계 복원을 위한 당국의 고양이 개체수 조절 방안과 무관하다.

마라도 서식 뿔쇠오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마라도 서식 뿔쇠오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외래+생물 마라도

마라도는 약 3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게 된 이후 생태계가 상당히 변한 상태다. 원래 까치가 없던 섬이지만 제주도를 경유해 마라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도 적은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에 의해 고양이와 집쥐도 유입됐다. 과거 뿔쇠오리는 섬 전체에서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는 외래생물과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절벽에서 번식한다.

까치가 철새를 공격하고 멸종위기종 번식률을 낮춘다는 인식 아래 2012년 5월 제주도청은 마라도에서 까치 성체와 알을 포획해 한국조류보호협회로 인계한 바 있다. 이후 다른 개체가 마라도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집쥐는 마라도 주민들이 처음 고양이를 도입한 계기로 작용했다. 마라도 주민들의 고양이 도입이 바닷새 보전을 위한 취지는 아니었지만 집쥐 또한 마라도에서 뿔쇠오리를 비롯한 철새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알을 포식하기 때문이다.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국내 여러 섬을 방문하는 탐조인들과 동물자유연대 관계자 등 여러 인물의 증언에 따르면 국내 도서 지역 바닷새 서식지에는 외래종 침입과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당국의 규모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양이에 의한 뿔쇠오리 포식 흔적
매에 의한 뿔쇠오리 포식 흔적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마라도 고양이 문제가 유독 대두되는 이유는 마라도의 지리적 특성상, 수많은 철새들이 도래하는데,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에 의한 포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 내륙 전체 생태계에 비해 마라도 문제의 크기는 아직 해결 가능하게 보인다는 점도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뿔쇠오리 전문가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최근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한국 최남단인 마라도는 뿔쇠오리 외에도 수많은 철새들이 한반도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철새들이 10~12시간, 심지어 24시간 이상 비행을 해서 섬에 도착하게 되면 사람이 손으로 집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다. 고양이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전체 지역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Felis catus)는 인간에 의해 한반도에 도입됐고, 환경부가 지정한 '외래생물'이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전 세계 최악의 100대 외래 침입종(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에 등재한 생물이다. 높은 번식력과 사냥 능력이 토착생물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IUCN은 과학적 평가만을 기반으로 전 세계 생물종의 멸종위기 등급을 고시하는 독보적 국제기관이다. 멸종위기 등급과 함께 멸종 위협을 평가한 자료를 ‘적색목록(Red List)’이라는 형태로 제공한다.

(사진 IUCN GISD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사진 IUCN GISD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내사육'

마라도 고양이의 책임 소재를 어떻게 볼지는 문제 해결에 중요한 요소다. 고양이를 실내에서 키우는 게 고양이로부터 토착종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먼저 마라도 고양이에 대한 분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고양이가 ‘반려동물’, ‘길고양이’, ‘들고양이’로 분류된다.

들고양이는 환경부 고시 제2015-174호에 따라 ‘야생동물 및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한다’고 명시됐다. 길고양이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제2016-17호에 따라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번식하여 스스로 살아가는 고양이’다. 반려 고양이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조의2에 따라 개, 햄스터 등과 함께 반려동물로 분류된다.

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위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호주나 영국에서는 고양이를 ‘애완 고양이(Pet Cats)’와 ‘들고양이(Feral Cats)’로 분류한다. 소유주가 있는 경우 애완 고양이, 소유주가 없는 경우 들고양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법적으로 고양이 실내 사육을 강제하는 경우가 있다. 호주 수도준주(Australian Capital Territory) 정부는 호주 수도인 캔버라에서 2022년 7월 1일부터 새롭게 고양이를 사육하게 되는 경우 실내에서만 키우도록 했다.  

마라도에서 고양이 실내 사육만 이뤄지게 할 방법이 있을까.

마라도는 사람이 거주하는 구역 이외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이 천연보호구역은 천연기념물로 등재돼 있다. 문화재청을 대리해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을 관리하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설명에 따르면 마라도 전체가 천연기념물이 아니며, 거주 구역에서는 동물 반입에 제한이 없다. 

센터 측은 특정인이 소유한 동물이 보호구역을 침범하고 생태계 문제를 일으킨다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소유주가 명확한 생물을 보호구역 내에서 사육한다면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측이 계도나 고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마라도 고양이는 소유주가 불명확한 반면 실질적 사육자는 있는 애매한 상태에 놓여 있다. 고발 조치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또 실내 사육을 한다고 해도 120마리를 키울 공간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진 문화재청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사진 문화재청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개체수 조절 

누군가 마라도 고양이를 실내에서 키우지 않을 것이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고양이들은 개체수 조절 대상이 돼야 한다. 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지점이다.

마라도 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해야 할 2가지 이유 중 하나는 생태계 위해 우려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외래종이며 작은 야생동물을 사냥한다. 본능에 충실할 뿐인 고양이에게 사냥감이 멸종위기종인지 아닌지는 관계없다.

마라도에서 포착된 고양이의 철새 사냥. 최창용 교수는 고양이가 결국 새를 먹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마라도에서 포착된 고양이의 철새 사냥. 최창용 교수는 고양이가 결국 새를 먹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최창용 교수는 "마라도 생태계 보호를 위해 '고양이 없는 섬'을 만드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완벽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양이가 없으면 섬에 쥐가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그는 고양이에 의한 집쥐 개체수 조절 효과가 작고 쥐는 살서제(쥐약)를 쓰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마라도 고양이 문제를 다룬 기획 1편에서는 고양이가 마라도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 조류 뿔쇠오리 멸종을 가속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최창용 교수 설명에 따르면 마라도 뿔쇠오리는 낮에는 바다에 떠 있거나 섬 바깥쪽에 있다가 해가 진 이후 섬 내부로 들어온다. 이때 고양이 공격에 가장 취약하다. 

고양이 개체수가 조절돼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마라도에 고양이가 밀집한 상황이 고양이의 복지를 저해한다는 점이다. 고양이는 넓은 영역을 필요로 하는 동물인 데 반해, 마라도는 0.3㎢ 크기의 작은 섬이다. 서울시 한강에 있는 밤섬 면적이 0.24㎢인 것과 비교하면 마라도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 섬에 고양이 120여 마리가 과밀한 상태다.  

고양이 행동 연구자 심용주 박사(경영학 박사·서울대학교 동물행동의학연구실)는 “마라도는 야생 고양이 1마리도 본래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든 넓이를 가졌다. 먹이가 매우 풍부하다는 가정 아래에서 아주 넉넉하게 잡아도 4~5마리가 있을 공간”이라면서 “마라도 현재 상황을 보면 고양이 개체군 내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존재할 것”이라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TNR만으로 마라도 조류를 지킬 수 있을까

현재 마라도 내에서 고양이에 대해 이뤄지는 개체수 조절 방법은 TNR이 전부다. TNR은 ‘Trap-Neuter-Return(포획-중성화-재방사)’의 약자로 고양이를 틀로 포획해 중성화하고, 원래 살던 곳에 재방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TNR을 통한 개체수 조절 가능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마라도에서 개체수 감소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개체수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자유연대가 <뉴스펭귄>에 밝힌 개체수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20마리 중 95마리가 중성화돼 있었으며, 2022년 조사 결과 전체 개체수는 120마리 정도로 유지됐다. 올해도 고양이 14마리가 추가로 중성화된 상황이다. 고양이 개체수를 직접 조사하고 공개하는 곳은 이 단체가 유일하다.

심용주 씨 해석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의 억제는 충분히 가능하다. 마라도는 섬이기 때문에 새로운 개체가 외부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낮다.

최창용 교수는 "TNR은 시행되더라도 이미 살아 있는 개체들이 계속 피해를 입힐 수 있어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TNR이 개체수를 감소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사실이다. 또 개체수 감소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체 개체 중 중성화된 고양이 비율을 지속적으로 매우 높게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자발적으로 TNR을 수행하는 동물자유연대 관계자와 TNR 당국인 서귀포시 축산과 길고양이 중성화 담당자는 고양이 과밀화와 생태계 위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개체수 조절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뉴스펭귄>에 각각 밝혔다. 특히 TNR 사업에 관해 협력 중인 양측은 고양이만 생각해서 추진 중인 대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홈페이지에 마라도 고양이가 2022년 기준 180마리라는 수치를 기재해 뒀고 <뉴스펭귄>은 해당 수치를 인용했다. 기사가 나간 뒤, 단체 측은 매체에 120마리로 정정을 요청한 바 있다. 단체는 180마리는 상세한 개체수 조사 전 주민들이 추정한 바를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는 실제 방문 시 상세조사를 수행했고, 여러 장소에 나타나는 중복 개체를 제외한 상세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진짜 '보전의 목소리'가 되려면

동물자유연대가 TNR을 할 당시 고양이를 잡은 김에 섬에서 내보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섬에서 고양이를 반출한다고 갑자기 고양이 120마리를 보호할 장소가 마련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장소에 풀어놓는다면 그곳에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반출할 권리나 책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서귀포시 축산과 관계자는 “우리 부서는 길고양이 TNR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외 조치에 대해서는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나 서귀포시가 개체수를 증가시킨 주체는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고양이 개체수 급증 문제를 인식하고 대규모 TNR 사업을 위해 마라도를 첫 방문했던 2020년에도 이미 고양이 개체수가 불어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진 동물자유연대)/뉴스펭귄
(사진 동물자유연대)/뉴스펭귄

즉 생태계 보호 차원으로 접근해 마라도 고양이를 들고양이로 규정하고,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마라도 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주도 지역을 담당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 혹은 상위 기관인 환경부, 천연기념물 관리 당국인 문화재청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취재 결과, 동물자유연대와 서귀포시 측의 TNR 사업 말고는 마라도 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되거나 계획 중인 대책은 없다. 또 새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국까지 전달된 것이 없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뿔쇠오리 번식지로 지정된 곳에 대해서는 집쥐에 의한 뿔쇠오리 피해가 있어서 구제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마라도 고양이 문제에 대한 피해 사례는 접수된 바가 없고, 고양이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다고 하면 현황부터 파악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 자연환경과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환경부 쪽에 제기된 것이 없고 서귀포시가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청 야생동식물 보호 관계자도 도 차원에서 진행 중인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외래생물과 멸종위기종을 담당하는 직원은 마라도에 뿔쇠오리가 상륙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최창용 교수와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에 따르면 마라도가 번식지라는 점은 이미 오래 전 밝혀졌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는 생태계 위해가 확인돼야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라도에서 서식하는 뿔쇠오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마라도에서 서식하는 뿔쇠오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야간에 진행되는 뿔쇠오리 번식지 조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야간에 진행되는 뿔쇠오리 번식지 조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먹이 급여대 논란

최근 동물자유연대가 마라도에 고양이 먹이 급여대를 설치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논란에 대해 이미 먹이가 급여되는 상황에서 고양이 포획 및 보호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작업을 한 것이며, 이제 당국이 나설 때라고 말했다. 단체는 자체적으로도 보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고양이를 포획해 보호하려는 방식을 쓸 경우, 사람과 친밀하지 않으면 잡기 어렵다. 단체는 먹이급여대가 있으면 고양이가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경우가 줄고, 고양이 활동 반경이 인간 거주지 쪽으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잘 먹은 고양이가 사냥을 덜 한다는 연구결과는 해외에 나와 있지만, 피해가 전면 사라질 수는 없다.

칠레 연구진이 학술지 ‘소사이어티 포 컨저베이션 바이올러지(Society for Conservation Biology)’에 2011년 6월 게재한 ‘길들여진 포식동물을 보살필 때 척추동물 포식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인간에 의해 먹이를 충분히 먹는다면 길들여진 고양이가 배를 곯았을 때에 비해 야생동물을 사냥할 확률이 4.7배 적다.

다만 이 연구를 마라도 상황에 적용하려면 고양이가 완전히 길들여졌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마라도 고양이가 인간 먹이에 어느 정도로 의존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고양이는 먹을 목적이 아니더라도 작은 생물을 사냥한다. 동물자유연대도 먹이를 준다고 고양이가 생물을 잡지 않는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고양이 이미지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고양이 이미지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먹이 급여로 서식지가 제한된다는 측면에는 반대 입장이 있다. 심용주 박사는 서식지가 좁아진다는 설명에 관해 “마라도가 이미 매우 좁기 때문에 서식지를 좁힌다는 효과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 박사는 먹이 급여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밝혔다. 그는 “수의학적 측면에서는 먹이 급여대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질병이나 바이러스 등 오염도가 높아지고, 고양이 간 감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 행동학적으로 보면 일부 구역에 있는 먹이를 쟁탈하기 위해 급여대 인근에 세력권이 형성되고 세력권이 중첩되면서 고양이 개체군 내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 특정 시점에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사정이 생겨 공급이 중단된다면 해당 개체군은 전멸하고 일부만 살아남을 것이다. 스스로 생존할 가능성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역 중첩으로 생기는 고양이 간 갈등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영역 중첩으로 생기는 고양이 간 갈등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쓸 일 없었으면 하는 '최후의 수단'

현재 마라도는 섬 생태계와 조류, 고양이에게 모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누군가에게 사육을 강제하기도 어려운데 당국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TNR로는 빠르게 개체수를 줄이기가 불가능하며 포획 후 보호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획할 수 없는 개체는 별도 장소에 보호하기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여러 문제가 얽힌 상황은 일부 전문가와 시민들이 효과가 즉각적인 포획 후 안락사나 총기류 사용과 같은 살처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며, 심용주 박사가 “고양이를 죽이는 게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김유진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당시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석사과정), 이우신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농업생명과학연구원 최창용 교수 연구진도 논문을 통해 마라도 고양이 개체수 조절책 중 하나로 안락사를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살처분이 이뤄진다면 생태계 문제 확장 속도가 기존 연구에서 추정한 만큼 걷잡을 수 없이 빠른지, 또한 다른 방안이 불가능한지부터 확인돼야 한다.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주민들과의 갈등이 생길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 방법이 쓰일 가능성은 낮다. 다만 당국이 마라도 개체들을 들고양이로 규정한다면 포획 후 안락사, 총기를 통한 살처분을 수행하는 것은 '들고양이 포획 지침'에 의해 법적 근거가 있다.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등 외래생물을 생태계 위해생물 혹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규정하고 살처분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고양이 살처분이 이례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도 없다.

해외의 경우 호주에서 들고양이를 살처분한다. 고양이를 죽이지 않고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 미국 카탈리나 섬에서 들고양이 증식이 문제가 되자 지역 내 NGO는 고양이를 포획하고 가정으로 분양하는 방법을 썼다.

최창용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모두 없애야 하지만 안락사라는 극단적 방법이 될 필요는 없다"며 주민들과 방문객에 대해 고양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고양이 포획 및 분양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새 보호부터

개체수 조절 방법과 먹이 급여대 설치 여부에 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당장 필요한 일은 조류 보호 대책 수립이다.

만약 당국이 개체수 조절에 착수한다고 해도 조치를 시작하려면 절차에 따라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고양이가 배곯으면 새를 먹잇감으로 고를 것이고, 고양이는 먹이를 충분히 먹었을 때도 사냥을 하기 때문에 먹이 급여 문제를 두고 논쟁하더라도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당장은 마라도에 서식하거나, 다시 찾아올 조류를 고양이로부터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만약 고양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번식지 인근으로 고양이가 접근하지 못하게 울타리를 치거나, 조류 번식기 때 고양이 개체수를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다른 방법으로는 앞서 탐조 전문 유튜버 새덕후 등이 제안한 ‘새보호목도리’가 있다. 새보호목도리는 영국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정식 상표명은 '버즈비세이프(Birdsbesafe)'다.

새보호목도리를 한 고양이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새보호목도리를 한 고양이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새보호목도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와 그 반대 결과가 함께 나와 있어 효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 나은 최소한의 새 보호 장치다.

고양이 목에 채울 수 있는 이 목도리는 여러 색채의 줄무늬가 새겨져 있어, 새가 고양이를 잘 발견하고 도망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앞서 2021년 7월 K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크랩은 마라도에서 일부 고양이가 새보호목도리를 부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올해 마라도를 확인한 제보자에 의하면 최근에는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보호목도리는 앞서 환경부에 의해 국내에 널리 소개됐다. 2019년 7월 환경부는 국립공원 들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위해를 막기 위해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에게 새보호목도리를 부착하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국립공원 내 색동 목도리 부착에 대한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최근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전화통화에서 “반대 여론이 강해 색동 목도리 부착은 수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에게 새보호목도리를 부착한다는 계획에 관해 국민 의견을 청취했다. 이때 반대 여론이 강했다. ‘고양이는 새를 사냥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괴롭히지 말라’, ‘생태계는 약육강식’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외래종인 고양이가 토착생물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상황에서 고양이 안위를 위해 다른 야생동물이 죽음을 감수하라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 새보호목도리는 고양이에 의한 새 사냥을 줄일 최소한의 방안이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아는 게 없는 우리는

마라도를 비롯해 여러 도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에게 가해지는 멸종 위협을 정확히 파악할 연구가 시급하다. 또 국내 전반적으로 고양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는 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위해가 큰 것으로 확인됐지만 의외로 국내에서는 위해가 적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강창완 제주지회장은 마라도 고양이 문제에 대해 “고양이 개체수야 어떤 액션이 취해졌지만, 고양이에 의해 뿔쇠오리가 얼마나 죽는지도 확인이 안되는 상태다. 이 조사가 가장 필요한 작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에 적용되는 지적이기도 하다.

도서지역 조류 생태를 연구하는 국립생물자원관 철새연구센터 관계자는 한국조류보호협회가 매달 실시하는 모니터링 외에는 뿔쇠오리를 비롯한 별도 종에 대한 연구는 없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섬에서 발생하는 외래생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도서지역에 대한 동물 반입 금지가 지목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뉴질랜드 헨앤드치킨아일랜드(Hen and Chicken Islands) 섬 내부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외래생물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 목적을 제외하고 배 접안 자체를 제한한다. 마라도의 경우 사람이 사는 유인도이므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배를 통해 이전되는 외래생물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마라도 전경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마라도 전경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고양이 잘못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야생 고양이는 연약하지 않다. 여름은 무덥고 겨울은 매섭게 추운 한국 기후에 적응하며 초여름마다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길러내는 강인함을 가졌다. 은밀한 발걸음으로 수풀 사이를 헤쳐 작은 조류나 포유류를 덮치는 육식동물의 본능도 유지한다. 

고양이는 쉽사리 인간에게 다가오지 않지만, 특정 인물이 오랜 시간 먹이를 주고 눈에 익히면 사람에게 의지하는 면모도 보인다. 인간은 이를 ‘교감’이라 부른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특정 생물에게 밥을 주는 등 여러 방법으로 생존을 도와 자연 상태보다 생존율을 증진시키는 일을 ‘사육’이라고도 부른다. 사육은 책임을 수반한다.

이미 한국 생태계에 침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양이는 현존 한국 생태계에서 노랑목도리담비나 들개를 제외하고 상위 포식자가 없다. 즉 마라도에서는 고양이가 최상위 포식자인데, 인간이라는 외부 요인이 최상위 포식자를 크게 늘려 놓은 생태계는 이미 문젯거리다.

2023년 3월 정도가 되면 뿔쇠오리는 마라도를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해상에 떠 있다가 알을 낳으러 섬으로 올라올 수 있다. 이후 2개월 정도 지난 5월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조류 섬개개비도 번식을 위해 마라도 관목숲을 찾을 전망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마라도 생태계의 ‘새’ 출발을 마련할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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