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뿔쇠오리와 고양이의 '멸종 번식 레이스'

  • 임병선 기자
  • 2022.07.21 16:13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제주도 남쪽에 있는 섬 마라도, 이곳에는 수많은 고양이가 산다. 또한 이곳은 뿔쇠오리라는 멸종위기 조류의 번식지다. 두 생물의 관계는 인간이 섬에 도입한 외래종과 그 외래종에 위협받는 멸종위기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은 섬에 고양이를 도입했고, 고양이는 본능에 따라 새를 사냥한다.

올해 5월, 자연관찰플랫폼 네이처링에 높은 확률로 고양이에게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체 사진이 공유됐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뿔쇠오리 사체 목이 꺾여 있고, 사체에 포식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고양이에 의해 죽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양이에게 사냥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체 (사진 버드스파이 - 네이처링)/뉴스펭귄
고양이에게 사냥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체 (사진 버드스파이 - 네이처링)/뉴스펭귄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죽인다는 여러 증거와 사례가 발견되지만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고양이를 옹호하며 ‘잡아먹는지 아닌지 모른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인간이 섬에 데려다 놓은 고양이는 분명 뿔쇠오리 멸종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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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은 마라도 고양이 급증에 따른 뿔쇠오리 멸종 위협을 다룬 기획을 2편으로 구성했다. 1편에서는 고양이가 어떻게 뿔쇠오리 멸종을 가속하는지, 2편에서는 뿔쇠오리 번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마라도 고양이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집중 탐구한다. 

본론에 앞서 고양이의 이런 면모가 국내 도처에서 이뤄지는 고양이 학대의 이유나 면죄부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도를 명확히 밝힌다.

 

뿔쇠오리는 누구인가

뿔쇠오리는 24cm 몸길이를 가진 해양성 조류로 일본이 주요 서식지다. 한국에는 번식을 위해 마라도, 독도를 경유한다.

일본 나가사키대, 미야자키 야생동물연구회 등 연구진의 ‘지오로케이터에 의해 밝혀진 뿔쇠오리 이동 경로’ 논문에 따르면 뿔쇠오리는 일본 동쪽 도서지역, 한국 최남단과 동쪽 끝 섬, 러시아 사할린 등을 순환하며 산다.

어떤 뿔쇠오리 개체는 일본 동부와 남부를 거쳐 한국 남해를 경유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르는 경로를, 어떤 개체는 일본 동쪽 도서지역 위주로 이동하는 경로를 쓰는 등 개체마다 다양하게 나타났다.

(사진 최순규 -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진 최순규 -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마라도를 찾는 뿔쇠오리는 200마리 정도로, 3~6월 정도에 마라도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뿔쇠오리는 전 세계 5000~1만 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뿔쇠오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는 ‘취약(VU, Vulnerable)종’에 속한 멸종위기종이다.

일본에서는 뿔쇠오리를 일본 전통 관모인 ‘칸무리’를 쓴 것 같다는 의미에서 ‘칸무리우미스즈메(カンムリウミスズメ)’로 이름 붙였다. ‘우미스즈메’를 풀이하면 우미는 바다, 스즈메는 참새라는 뜻이다.

뿔쇠오리는 번식기가 아닐 때는 해상에서 살다가 번식을 하러 땅으로 올라온다. 뿔쇠오리를 비롯한 바닷새 보전에 번식지는 매우 중요하다. 번식 속도가 느린 점이 바닷새가 개체수를 잘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마라도에는 흑비둘기, 긴꼬리딱새 등 1년 내내 여러 멸종위기종이 찾아온다.

 

고양이는 뿔쇠오리를 죽인다

뿔쇠오리 번식기에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포식하거나 사냥한다는 건 명백하다. 물론 뿔쇠오리는 매와 같은 맹금류에게도 잡아 먹히지만, 고양이는 새를 먹지 않더라도 사냥하며 결정적으로 인간에 의해 도입된 외래종이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뉴스펭귄>과 전화통화에서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사냥하는 건 사실”이라면서 “최근에는 고양이가 접근 가능한 지역 내 뿔쇠오리 서식지가 초토화됐다. 이로 인해 포식당한 개체도 줄어든 추세다. 새의 학습 능력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고양이 영역에 접근하는 개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고양이에 의한 뿔쇠오리 피해 문제는 어제오늘 처음 알려진 얘기가 아니다. 앞서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포식 흔적을 직접 조사한 국립생물자원관 김유진 전문위원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6월 간 고양이 성체 20마리에게 뿔쇠오리 24마리가 사냥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 2019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석사학위논문 ‘마라도의 뿔쇠오리 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의 서식 현황과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을 발표했다. 

(사진 김유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석사학위논문 ‘마라도의 뿔쇠오리 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의 서식 현황과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뉴스펭귄
(사진 김유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석사학위논문 ‘마라도의 뿔쇠오리 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의 서식 현황과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뉴스펭귄

이런 자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사냥하지 않을 거라는 의심이 든다면, 일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 고치현 최남단에 위치한 한 민박집 업주는 자신의 가게에 자주 나타나는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사냥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다. 분명 고양이는 뿔쇠오리를 사냥한다.

(사진 民宿室戸荘 블로그)/뉴스펭귄
뿔쇠오리가 고양이에게 사냥당하는 장면을 포착한 일본 사례 (사진 民宿室戸荘 블로그)/뉴스펭귄

고양이의 사냥을 포식자의 잔인한 면모라면서 부각할 의도는 없다. 새를 사냥하는 것은 고양이의 본능일 뿐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고양이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멸종에 근접한 뿔쇠오리의 명운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멸종과 번식 레이스

마라도 내 고양이가 급증하면서 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는 개체수 안정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2020년부터 매년 마라도에 방문해 TNR을 수행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중성화가 이뤄진 개체는 2020~2021년에 전체 120마리 중 95개체로 조사됐으며, 2022년에는 180마리 중 109개체로 파악됐다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기사가 나간 뒤 동물자유연대 측은 기존 홈페이지에 기재됐던 2022년 180마리 수치는 오류였으며, 120여마리로 조사됐다고 <뉴스펭귄>에 밝혔습니다. 혼동을 피하고자 별도 기재합니다.

동물자유연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뿔쇠오리 보전을 위해서는 더 빠른 개체수 조절 방안이 요구된다. 중성화된 고양이는 섬에서 길게는 3~4년 간 생존하며 새를 위협할 수 있고, 중성화되지 않은 일부 개체들은 번식할 것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김유진 전문위원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원 석사학위논문에서 "뿔쇠오리 개체군 보전을 위해서는 고양이 개체수가 40마리 이하가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고양이 중성화 수술만을 이용한 뿔쇠오리 보전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뿔쇠오리의 보전을 위해서는 고양이 안락사 혹은 외부 방출을 통한 개체군 관리도 중성화 수술과 진행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전문위원은 최근 <뉴스펭귄>과 전화통화에서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수컷 전부를 중성화하는 게 아니라면 개체수를 줄일 순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TNR 자체가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2018년 이후 개체수 추이를 보면 증가 속도가 억제됐다"며 "TNR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문위원은 앞서 논문을 통해 2018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라도에 고양이가 80마리 정도로 유지된다면 20년 내 마라도 내 뿔쇠오리가 절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현재에 비해 고양이 개체수가 훨씬 적은 가정 아래에서도 마라도 뿔쇠오리가 빠르게 사라진다는 예측이다. 물론 연구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현재로서 마라도 내 고양이와 뿔쇠오리 간 관계를 연구한 바는 해당 논문에만 있다.

강창완 지회장은 TNR 조치에 대해 “고양이 중성화가 이뤄지면 사냥 능력도 떨어지고 번식이 불가능하니 위협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행성인 뿔쇠오리가 밤에 고양이 영역으로 들어올 때를 노릴 수 있으니 안전하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TNR에 의한 고양이 개체수 변화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담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022년 4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성화가 수행된 개체 비율이 전체 중 70%로 유지될 때 전체 개체수가 12년 간 매년 7%씩 감소한다. TNR을 통한 고양이 개체수 감소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마라도 전경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마라도 전경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이대로 마라도에 계속 수많은 고양이가 산다면 최악의 경우 마라도에서는 뿔쇠오리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고양이 때문에만’ 종 전체가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지오로케이터에 의해 밝혀진 뿔쇠오리 이동 경로’ 연구에 따르면 마라도를 들르지 않는 뿔쇠오리도 많기 때문이다.

또 고양이의 포식이 뿔쇠오리를 멸종위기로 모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뿔쇠오리 최대 서식지인 일본에서는 쥐나 까마귀의 포식을 뿔쇠오리 멸종을 가속하는 주 요인으로 본다. 또 낚싯줄이나 어망 같은 어획 장비도 뿔쇠오리 성체나 새끼를 죽이는 주요 원인이다.

다만 마라도에서 고양이가 뿔쇠오리 멸종 위협 요인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미 수많은 요인 때문에 멸종 위협에 시달리는 뿔쇠오리에게 마라도까지 죽음의 섬이 될 필요는 없다. 마라도는 ‘새’출발을 위한 섬이 돼야 한다.

(사진 이진희 -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진 이진희 -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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