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과반 "다른 문제보다 '○○○' 해결한다면 살래요"

  • 임병선 기자
  • 2022.07.11 17:21
길에 버려진 담배갑 쓰레기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길에 버려진 담배갑 쓰레기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현재 소비자들이 여러 환경문제 중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폐기물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펭귄>은 ‘일상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이 문제 해결했다면 추가금 내더라도 살래요’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설문조사 '핑크펭귄폴'을 진행했다.

‘여러분은 다음 중 어떤 문제가 해결됐을 때 해당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지나요?’라는 질문에, 총 응답자 141명 중 55.3%(78명)가 ‘플라스틱 등 폐기물’이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동물권(동물복지)이라는 답변이 16.3%(23명), 탄소배출 15.6%(22명), 생태계 파괴 12.8%(18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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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를 통해 시민들이 플라스틱과 같은 폐기물 문제를 소비에서 해결 가능한 환경 문제로 가장 많이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은 추가금이 있더라도 폐기물 문제가 해결된다면 구매 의향이 높아진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KB금융그룹이 발간한 보고서 ‘KB트렌드보고서 -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에는 응답자 중 34.4%가 친환경 제품이라면 일반 제품에 비해 10%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길에 버려진 쓰레기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현재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폐기물 문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올해 4월 발표한 ‘2021년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7%가 우리나라가 직면한 중요한 환경 문제로 '쓰레기·폐기물 처리 문제'를 선택했다. 응답자가 3개 문항을 복수 선택하는 설문이었다. 2020년에 이어 폐기물 문제는 2년 연속 한국 국민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로 인식됐다.

또 해당 조사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쓰레기 증가로 인한 문제를 1순위에 꼽은 사람이 21.4%로 가장 많았다. 대기질 개선, 기후변화 피해 및 대응,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생태계 및 건강 피해를 제친 결과다.

이처럼 폐기물 문제는 여러 환경 문제 중 한국인이 가장 신경 쓰는 주제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인해 불거졌던 폐기물 대란, 미디어 등을 통한 플라스틱 문제의 대두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1년 국민환경의식조사’ 저자들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과도하게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폐기물 문제는 시민들이 생활하는 도중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분야다. 탄소 배출처럼 그냥 봐서는 알 수 없는 문제들과 달리, 일상 속 체감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이런 요구에 호응해 '친환경 패키지' 등을 내세운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의 공병을 수거하고 직접 재활용하는 아로마티카, 아예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포장하는 비누 형태 제품을 판매하는 동구밭 등이 그 예다.

소규모 건설 폐기물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소규모 건설 폐기물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하지만 핑크펭귄폴이 답변 선택지로 제시한 것처럼 소비로 인한 환경 문제는 폐기물 말고도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 심화, 동물권 등 여러 가지 존재한다. 동물들이 빠르게 멸종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실제로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록 폐기물 문제가 이슈를 장악하면서 다른 환경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막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폐기물 문제는 여러 환경 문제들에 관심을 갖는 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코발트는 반도체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다 (사진 Coordenação-Geral de Obs)/뉴스펭귄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코발트는 반도체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다 (사진 Coordenação-Geral de Obs)/뉴스펭귄

환경단체 와이퍼스는 ‘지구를 닦는다’는 의미의 제로웨이스트 단체로 출범했고 회원들이 함께 모여 쓰레기를 줍는 ‘줍깅’이 주요 행사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비건 쿠킹클래스 개최, 비건과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엮는 ‘지구 닦는 착한 가게’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폐기물 문제 대응으로 시작해 환경 문제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힌 사례다.

이처럼 폐기물 문제에서 시작한 환경 관련 관심이 다른 분야로도 확장된다면,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UN IPCC)은 시민 의식 고취를 기후적응의 주요 수단으로 꼽고 있다. 기후적응은 인간이 기후위기를 이겨내긴 어렵고, 생존을 위해 인간 사회가 변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이 반응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는다면 각국 정부나 기업은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문제, 폐기물 문제 등에 활발하게 대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폐기물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꾸미고, 탄소배출이나 생태계 파괴에는 대처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기업’임을 강조하는 기업이나 정부의 그린워싱은 경계 대상이다. 앞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스타벅스가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리유저블컵’이라는 이벤트성 상품을 판매하고, 매 계절마다 새로운 텀블러 등 자체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사무실에서 건물 앞에 내놓은 폐기물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한 사무실에서 건물 앞에 내놓은 폐기물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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