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편의점 얼음컵, 일회용품 규제 구멍되나

  • 성은숙 기자
  • 2022.06.25 00:00

편의점 얼음컵은 일회용 컵 아닌 포장재
법령 변경 없으면 규제할 근거 없어

편의점 얼음컵(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편의점 얼음컵(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최근 정부가 12월로 유예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컵 회수처에 편의점을 포함하는 방안을 거론해 편의점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얼음컵은 일회용 컵 사용 억제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현행법상 편의점 얼음컵은 일회용 컵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일회용 컵 규제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 등을 제공받으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회수처 등에 사용한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대상은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패스트푸드점 등으로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 3만8000여 매장이다. 

전국 5만여개 매장이 있다고 알려진 편의점은 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편의점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및 이 법 시행령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할 의무가 있는 업종이다. 편의점에서 일회용 봉투 및 쇼핑백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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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편의점 얼음컵은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제5조 등에서 규정한 일회용 컵이 아니다. 이 법 시행령 제18조에서 규정한 '포장재'에 해당된다. 얼음컵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얼음이 담긴 컵'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현행법령은 '얼음을 포장한, 컵 기능이 있는 기능성 포장재'를 샀다고 보는 것이다. 

 

소비자 "편의점 얼음컵 판매 편의점에도 보증금제 적용 필요해"
폐기물재활용업체 "편의점 얼음컵이나 카페 컵이나 매한가지"

일반 소비자의 인식과 현행법령의 간극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20년 한국행정원이 전국 만 14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및 정부규제와 관련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2%가 얼음컵 등 일회용 플라스틱컵 음료를 판매하는 편의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64.7%) 카페 뿐만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하는 모든 매장에 일회용 플라스틱컵 보증금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보증금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소별 필요도(사진 한국행정원 2020 '1회용품 관련 규제실태조사:플라스틱컵을 대상으로' 갈무리)/뉴스펭귄
일회용 플라스틱컵 보증금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소별 필요도(사진 한국행정원 2020 '1회용품 관련 규제실태조사:플라스틱컵을 대상으로' 갈무리)/뉴스펭귄

폐기물재활용·처분업체에서는 편의점 얼음컵을 카페 등의 일회용 컵과 달리 보지 않는 입장이다. 얼음 포장재든 일회용 컵이든 둘 다 '재활용 어려운 플라스틱 컵'이라는 것이다. 

충청남도 소재 폐기물재활용·처분업체인 D사 관계자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페트(PET) 소재가 됐든 뭐든 재활용이 아예 안된다. 못하게 한다"며 "그걸 세척해서 재활용하는 비용이 새로 찍어내는 비용보다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활용을 하려면 단일품으로 들어오고, 세척이 되서 들어와야 한다"며 "그냥 소각시키는 게 제일 낫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소재 편의점 얼음컵 생산업체인 A사 관계자도 "얼음컵 자체는 PET 소재로 만들어진데다 잉크 인쇄도 없어 재활용이 용이하다"면서 "그러나 커피나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면 재활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도 소재 폐기물재활용·처분업체인 M사 관계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수거·분류·세척·보관·이동 등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 대비 이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고금숙 대표 "편의점 얼음컵, 재활용 쉬운 재질로 통일 필요해"
환경부 "규제 실효성에 큰 저해 요인되면 정책 변경 고려될 듯"

편의점 얼음컵 재질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얼음컵은 글리콜변성페트 수지(PET-G) 소재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다. PET-G는 유리만큼 투명한데다 가볍고 강도가 강한 소재로 화장품 용기에도 많이 쓰인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의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가이드라인 부록에 따르면 PET-G는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구조('재활용 어려움')에 속한다. 일반 페트(PET)와 같이 재활용 할 수 없는데, 분리배출표시가 '페트(PET)'로 되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전은선 한국환경공단본사 포장재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운영부 대리는 "환경부 고시 '분리배출표시에 관한 지침'에 따라 PET-G는 '플라스틱 OTHER'로 표시해야 하는데, 생산자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 '플라스틱 PET'로 표시하는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합성수지 단일재질 용기, 트레이류 포장재 세부 기준별 포장재 예시(사진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가이드라인 부록 갈무리)/뉴스펭귄
합성수지 단일재질 용기, 트레이류 포장재 세부 기준별 포장재 예시(사진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가이드라인 부록 갈무리)/뉴스펭귄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편의점 얼음컵의 강도를 강화하기 위해 페트 소재에 뭔가를 첨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부에서도 편의점 얼음컵에 장차 보증금제를 부과할 방침으로 알고 있는데, 재질을 통일해서 재활용 잘 되도록 하기 전에 (먼저) 보증금제를 부과해 함께 섞어 수거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라이브 '월간쓰레기, 일회용컵 보증금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출연해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환경부 자원정책순환과 황유영 주무관은 "사각지대라는 문제제기라든가, 전체 일회용품 사용 억제 정책에서 마이너스 요소라든가, 크게 효과를 줄이는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아마 기존의 법규 등을 바꿔서 제도권 안으로 넣는 정책적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현재까지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얼음컵은 포장재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얼음컵의 소재는 친환경 소재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편의점 얼음컵에 대해 일회용품 사용 억제 차원의 규제가 적용된다면 업계는 정부 지침 등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편의점 업주들 대부분이 소상공인임을 고려한 처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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