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보호 아닌 죽음' 악마가오리가 처한 가혹한 현실

  • 남주원 기자
  • 2022.06.10 17:22
포획한 만타가오리를 손질 중인 스리랑카 어부 (사진 Blue Resources Trust)/뉴스펭귄
포획한 만타가오리를 손질 중인 스리랑카 어부 (사진 Blue Resources Trust)/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스리랑카에서 멸종위기 가오리가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고 있다.

몽가베이 등 외신은 스리랑카 어부들이 매년 수많은 만타가오리를 포획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전했다.

만타가오리는 양쪽 지느러미 너비가 5~7m에 달하는 대형 가오리다. 만타(manta)는 스페인어로 망토 또는 담요를 뜻한다. 머리지느러미가 악마의 뿔을 닮은 탓에 '악마가오리(devil ray)'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서는 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쥐가오리'로 불리는 어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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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타가오리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만타가오리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만타가오리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만타가오리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만타가오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종으로 등재돼 있을 만큼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주된 위협 요인은 어업으로 인한 남획이다. 그밖에 느린 번식 속도를 비롯해 기후위기, 관광업, 기름유출, 플라스틱 섭취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스리랑카 해역에서 발견되는 만타가오리 5종 모두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스리랑카 당국은 이들 가오리 보호 조치를 요구하는 국제조약에 서명했음에도 제대로 된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스리랑카 환경단체 '블루리소스트러스트(Blue Resources Trust)'와 영국 환경단체 '만타트러스트(Manta Trust)'가 9년간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수산업보다 스리랑카 어부들에 의해 포획되는 만타가오리 수가 더 많다. 

자망에 걸려 죽은 만타가오리 (사진 Blue Resources Trust)/뉴스펭귄
자망에 걸려 죽은 만타가오리 (사진 Blue Resources Trust)/뉴스펭귄

단체는 스리랑카 영세 어부들이 사용하는 자망(gill net)이 만타가오리에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자망은 어획하고자 하는 어류보다 작은 망목으로 된 그물을 쳐서 아가미 부분이 그물에 걸리도록 해 잡는 어구다. 스리랑카 영세 어업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만타가오리는 자연 개체수 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어획되고 있으며 평균 크기도 줄어들고 있다. 포획된 개체는 매년 몸 크기가 1~2%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랑어나 오징어를 잡으려고 쳐놓은 자망에 혼획되는 비율이 높았다.  

블루리소스트러스트 공동 설립자이자 해양생물학자인 다니엘 페르난도(Daniel Fernando)는 "낮거나 중간 수준의 어획일지라도 만타가오리 개체수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가오리 긴급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잘린 만타가오리 머리 (사진 Blue Resources Trust)/뉴스펭귄
잘린 만타가오리 머리 (사진 Blue Resources Trust)/뉴스펭귄

이처럼 스리랑카의 만타가오리 보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나 강력한 법망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해양생태학자 아르잔 라자수리야(Arjan Rajasuriya)는 “스리랑카는 현재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어 특히 어부들이 이처럼 매우 '효과적인' 어획 방법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리랑카 해역 가오리를 보호하더라도 어부들의 고충 앞에 법 시행은 무력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라자수리야에 따르면 영세 어부들은 어선 운영, 장비, 연료에 드는 비용과 근로자 임금 및 치솟는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어업 자원이 줄어들면서 어획량을 회복하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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