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 생수병 늘려야 하는 이유...MZ는 안다

  • 성은숙 기자
  • 2022.05.11 14:42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 페트병을 음용 후 분리배출하려면 라벨을 떼어내고 병뚜껑 연결고리를 분리해야 한다. 라벨이 없다면 분리배출의 번거로움을 그만큼 덜 수 있고, 라벨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이산화탄소배출을 함께 줄일 수 있다.(사진 본사DB)/뉴스펭귄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 페트병을 음용 후 분리배출하려면 라벨을 떼어내고 병뚜껑 연결고리를 분리해야 한다. 라벨이 없다면 분리배출의 번거로움을 그만큼 덜 수 있고, 라벨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이산화탄소배출을 함께 줄일 수 있다.(사진 본사DB)/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페트(PET)병을 분리배출할 때 라벨을 떼어내고 병목에 붙어 있는 병뚜껑의 연결고리를 일일이 칼로 잘라내는 일이 번거롭다. 라벨을 아예 없애거나, 병뚜껑을 같은 재질로 투명하게 만들면 페트병 재활용률 또한 올라가게 된다. 소비자로서는 별도의 수고로움 없이 분리배출만 잘 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무조건 분리배출 잘하라고 캠페인에 열을 올리는 것 보다 기업들이 무라벨 페트병을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는 소비에 있어서 심리적인 만족도와 사회적 영향 등을 적극 고려하는 MZ세대의 소비성향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1%가 무라벨 페트병을 지구에 영향을 가장 덜 끼치는 품목(친환경)이라고 꼽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5%는 ESG(환경·사회적 책임 경영·지배구조)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특히 10명 중 7명은 경쟁사의 동일 제품 보다 비싸더라도 ESG 우수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최대 7.5%를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20대 프리랜서 김 모 씨는 "더 비싸더라도 무라벨 제품을 자꾸 구매해야 기업들이 무라벨 제품군을 더 늘리지 않겠냐"면서 "이젠 더 이상 무라벨 제품 구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2022 1분기 IR 캡쳐)/뉴스펭귄
(사진 롯데칠성음료 2022 1분기 IR 캡쳐)/뉴스펭귄

국내 음료회사들은 MZ세대의 이런 소비성향과 의식을 반영, 앞다퉈 무라벨 생수를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판매한 생수 10병 중 3병은 무라벨 생수다. 이 회사가 지난해 판매한 무라벨 생수는 약 2억9000만개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생수 매출액 413억원 중 110억원이 무라벨 생수를 판매한 금액이다. 약 26.6%로, 지난해 전체평균(30%)보다는 아직 다소 낮지만 무라벨 생수병 생산확대에 따라 점점 늘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 이 회사가 줄인 라벨의 규모는 무려 129t에 달한다. 그만큼 포장재 폐기물을 줄인 효과가 난 것. 

(사진 무라벨 코카콜라)/뉴스펭귄
(사진 무라벨 코카콜라)/뉴스펭귄

한국코카콜라 역시 지난해부터 꾸준히 무라벨 페트병 제품을 확대해 현재 7개 품목에 달한다. 코카콜라의 국내 판매를 대행하는 LG생활건강은 MZ세대 소비성향을 비롯한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함으로써 음료사업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삼다수 역시 무라벨 생수제품의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온·오프라인 판매 전체의 30%를 차지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묶음포장제품(6개입, 20개입) 위주로 판매하는 이 회사 자체 앱에서는 무라벨의 판매 비중이 무려 85%에 달한다.

무라벨 제품은 가장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이 되기도 한다.

제주삼다수가 지난달 전국의 소비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평소 마시던 브랜드의 라벨 붙은 생수'(31.9%)보다 '평소 마시지 않았던 브랜드지만 무라벨 생수'(33.2%)를 사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30대 직장인 양 모 씨는 "어쩌다보니 무라벨 제품을 구매했는데 의미를 알고 나니까 기업 이미지까지 긍정적으로 느껴졌다"며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제품 생산하기, 탄소 줄이기 등에 더 많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무라벨 제품이 늘어난 만큼 유라벨 제품으로 인한 폐기물은 줄어드니 기후위기를 막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진정 기후위기를 생각한다면 MZ세대의 선택이 '어느 페트병을 쓰느냐'가 아닌 '페트병을 덜(안) 쓰자'로 점차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우리는 왜 페트병의 라벨을 뗐나? I 폐페트병 지구를 구하다 1화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