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포획 불법이지만 여전히 유통되는 이유는?

  • 최나영 기자
  • 2022.04.07 18:51

환경단체 “혼획 가장한 의도적 포획으로 고래 유통…제도 개선해야”

경북 포항해양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9시께 동해에서 불법으로 잡은 고래고기를 싣고 포항항으로 들어오던 어선을 붙잡았다. (사진 포항해양경찰청)/뉴스펭귄
경북 포항해양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9시께 동해에서 불법으로 잡은 고래고기를 싣고 포항항으로 들어오던 어선을 붙잡았다. (사진 포항해양경찰청)/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것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감축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고래는 평생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사는 동안 몸에 탄소를 축적하고,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그 탄소를 수백 년 동안 가두어둔다는 설명이다. 나무 한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연간 최대 22㎏가량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고래의 탄소포집량을 가늠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고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탄소 감축에 기여하기도 한다. 고래가 숨을 쉬고 이동하기 위해 내뿜는 철분과 질소는 식물성 플랑크톤에게 중요한 양분이 된다. 그런데 식물성 플랑크톤은 산소를 생산한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고래와 연계된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산이 1% 증가하면, 수억 톤의 추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며 “이는 20억 그루의 성숙한 나무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전했다. 또 고래는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정점에 위치해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같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고래를 포획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협약에 따라 한국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고래가 불법 또는 합법적으로 잡혀 유통‧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 포획이 금지된 고래가 어떻게 잡혀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것일까?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를 도입해야 할까? 7일 <뉴스펭귄>이 살펴봤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불법 포획 수익 '억대'인데, 벌금은 수백만 원 수준?

먼저 고래가 불법 포획돼 시중에 유통‧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2020년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해역에서 불법 포획된 고래는 총 54마리다. 최근에도 불법 포획한 고래를 운반한 선장‧선원들이 무더기로 해경에 적발돼 관심이 집중됐다. 어선에 실려 있던 고래고기는 339자루로 밍크고래 4마리로 추정되는데, 고래고기를 운반하다 적발된 사건 중 운반되던 고래고기가 가장 많은 사례였다.

환경단체들은 불법적으로 고래를 잡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는 것은 낮은 처벌 수위와도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2018년부터 올해 4월 현재까지 고래 불법 포획‧유통과 관련해 각급 법원에서 선고한 71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포경선 선장 이외의 선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몇백만 원의 벌금형‧집해유예가 내려지고 있었다. 주로 식용으로 쓰이는 밍크고래 사체의 유통 판매 가격이 평균 5천만원 가량으로, 많게는 1억 원 이상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벌금을 내는 것보다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더 커 불법적인 포획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불법적으로 고래를 잡거나 운반‧유통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불법 포획으로 잡힌 사람은 적발 당시에만 불법 포획을 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많다”며 “이전에도 여러번 포획하다가 한 번 걸렸을 경우까지 생각하면 포경업자들이 불법 포획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한 해 평균 1천400마리 이상 혼획…정말 혼획 맞나”

어업 활동 중 우연히 고래가 잡혀 유통‧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1986년부터 상업적 목적으로 고래를 포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혼획(어업 활동 중 우연히 걸려 포획)된 고래의 위탁판매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다만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포획은 물론 혼획된 경우에도 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국내 해안에 서식하는 고래류 총 35종 중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참고래‧귀신고래‧남방큰돌고래‧대왕고래‧보리고래‧북방긴수염고래‧브라이드고래‧상괭이‧향고래‧혹등고래‧범고래‧흑범고래 등 12종이다. 보호종이 아닌 낫돌고래‧밍크고래 등은 여전히 혼획돼 유통‧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혼획된 고래가 정말 우연히 그물에 걸린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의도적으로 그물을 쳐 고래를 잡는 일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물에 의해 질식한 고래는 해양경찰이 외관상 고의 포획의 증거를 찾을 수 없어 경제적 이득을 위해 혼획을 가장한 고의적 포획이 만연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혼획된 고래 개체 수가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싣는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5년 동안 국내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 평균은 1천408마리다. 조 대표는 “(IWC에 가입한) 다른 나라가 혼획한 고래 수에 비해 한국이 혼획한 고래 수가 몇십 배 이상 많다”며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가 혼획된 고래 수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 실제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것으로 한국에서 고래가 많이 혼획되고 있는 현실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 Domenic Biagini)/뉴스펭귄
(사진 Domenic Biagini)/뉴스펭귄

환경단체, 모든 고래류 보호종 지정 주장
혼획된 고래 위판금 정부가 회수하는 방안 제안도

이에 환경단체들은 고래 보호를 위해 강력한 처벌과 함께 고래 유통 자체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밍크고래를 비롯한 모든 고래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혼획돼도 유통과 판매가 불가능하다. 조 대표는 “고래 보호를 위해서는 포경업자들을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는 등 포획 동기가 생기는 요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것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즉각 시행이 쉽지 않다”며 “대형 고래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정부의 의지로 쉽게 도입이 가능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래는 생태적 가치가 큰 만큼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할 근거가 충분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출범 즉시 모든 고래류를 보호종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래고기 음식점 업주를 비롯한 관련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혼획된 고래의 위판금을 정부가 회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단체도 있다. 고래를 혼획한 어민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판금을 회수해 이를 해양생물 보호기금으로 조성하면 고의성 혼획 시도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양포유류에게 해를 입히는 대부분의 행위를 금지하는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사체 유통은 고래들의 멸종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고래에 있는 중금속을 비롯한 오염물질 다량함유로 이를 먹는 국민들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며 “모든 고래류의 유통을 금지하고, 고래 서식지 보호구역을 확대하는 보다 강력한 고래보호 방안이 담긴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