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SK의 바로사 가스전 탄소배출량 추산 '제각각', 이유는?

  • 최나영 기자
  • 2022.02.23 07:00

코노코필립스 540만톤 vs SK E&S 350만톤 vs 장혜영 의원실 390만톤

SK E&S의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사업(이하 바로사 가스전사업)은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 것일까.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투자(보증)를 앞두고 바로사 가스전에서 LNG생산량보다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배출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실제 이 사업 탄소배출량은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업주체인 SK E&S, 외국의 관련 연구기관, 한국 국회의원실 등의 이 사업 탄소배출량 추정치가 모두 달라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각 기관‧기업‧단체가 제시하는 탄소배출량 추정치가 많게는 연간 190만톤 가량 차이 나는 이유가 뭘까. 

(사진 SK E&S)/뉴스펭귄
(사진 SK E&S)/뉴스펭귄

근거 자료 같은데 추산되는 탄소 배출량은 달라?
SK E&S와 장혜영 의원실의 같은 자료 다른 추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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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내의 경우, SK E&S와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공개한 각 자료에 제시된 배출량 추정치에 차이가 있다.

SK E&S은 바로사 가스전에서 연평균 285만톤의 LNG를 생산할 때, 연간 35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장혜영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350만톤의 LNG가 생산되며 배출되는 탄소는 390만톤에 달한다. 생산량은 65만톤, 탄소배출량은 40만톤의 차이가 난다. 

장 의원실의 자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수출입은행 역시 이 사업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추정치에서 이처럼 작지 않은 차이가 나지만, SK E&S나 장 의원실이나 모두 같은 보고서를 근거로 분석한 것이다. 글로벌 환경컨설턴트 업체 ERM이 호주 석유가스업체 산토스의 용역을 받아 분석한 내용을 공개한 것.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현재 산토스‧SK E&S, 일본 전력업체 제라가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10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제출한 바로사 가스전사업 관련 자료 일부 내용. (자료 장혜영 의원실)/뉴스펭귄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10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제출한 바로사 가스전사업 관련 자료 일부 내용. (자료 장혜영 의원실)/뉴스펭귄

연간 LNG 생산량 추산치도 달라
SK E&S "최대치와 평균치의 차이일 뿐, 원 자료는 동일"
일각에선 “투자 검토 중인 수출입은행, 사업성 제대로 알고 있나” 비판

똑같은 자료를 근거로 했음에도 이런 차이가 왜 발생했을까.

<뉴스펭귄>이 확인한 결과, 1차적인 원인은 탄소배출량 집계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SK E&S는 LNG 생산과정 중 천연가스를 채굴‧시추하는 상류와 액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추산했다. 반면 장 의원은 상류‧액화 단계뿐 아니라 운송‧재기화 단계를 포함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산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생산‧액화 단계에서의 배출량만 계산하면 SK E&S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50만톤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배출량 집계범위에 의해 탄소배출량은 달라질 수 있다 하더라도 LNG생산량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간 LNG 생산량을 SK E&S는 285만톤, 장 의원은 350만톤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SK E&E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2025년부터 20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그동안 LNG 생산량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을 것”이라며 “20년 동안의 평균이 285만톤인데 ERM은 이를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을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의원실이 제시한 연간 350만톤은 LNG를 연간 최대치로 생산했을 때의 수치이며, ERM은 연평균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장 의원 측은 연간 생산량 350만톤은 ERM 자료가 아닌, 수출입은행이 바로사 가스전사업을 설명할 때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했다고 밝혔다. 탄소배출량은 ERM 자료를, 연간 생산량은 수출입은행의 설명을 근거로 한 것이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에서 연간 LNG 생산량이 350만톤이라고 소개했는데 실제 연평균 생산량은 285만톤이면 수출입은행 입장에선 사업성이 기대치보다 낮은 것 아닌가”라며 “금융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간 350만톤 생산량을 기준으로 추산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 측의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해당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진 기후솔루션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기후솔루션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뉴스펭귄

미국 기업과 SK E&S의 탄소 배출량 추정치 간극은 더 커
SK E&S “탄소 배출량 540만톤은 2018년 자료, 추정치일 뿐”

SK E&S와 장 의원이 공개한 배출량의 차이가 같은 자료를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아예 다른 추정치를 내놓은 곳도 있다. 당초 환경단체들이 바로사 가스전사업의 탄소배출량을 문제 삼았을 때 근거로 삼았던 미국의 정유회사 코노코필립스 자료가 그렇다.

애초 이 사업을 주도하던 코노코필립스가 2018년 호주 해안석유환경청(NOPSEMA)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사업은 연간 370만톤의 LNG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54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LNG 생산과정 중 천연가스를 채굴‧시추하는 상류와 액화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만을 추산한 수치로 알려졌다. 코노코필립스는 현재 산토스에 지분을 매각한 상태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도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바로사 가스전에 탄소포집저장(CCS)기술을 도입해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CCS기술 도입 이전과 같이 연간 540만톤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이같이 차이 나는 것에 대해 SK E&S는 “코노코필립스가 처음에 자료를 냈을 때가 2018년인데 기본설계(FEEDㆍFront-end engineering design) 과정을 거치기 전에 나온 자료로, 추정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바로사 가스전사업의 CCS 추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추산 자료 (자료 IEEFA)/뉴스펭귄
바로사 가스전사업의 CCS 추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추산 자료 (자료 IEEFA)/뉴스펭귄

환경단체 "핵심은 CCS기술 도입해도 탄소배출량 그대로라는 것"
전문가들 "CCS기술 적용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추정 쉽지않아”

일부 환경단체도 SK E&S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2018년 사업계획서 작성 시점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LNG 플랜트 자체의 효율이 올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겼다고 ERM이 분석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IEEFA도 공식적으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2018년 코노코필립스가 호주 환경청에 제출한 것이 마지막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최신 상황을 업데이트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간 LNG 생산량 자체가 다르게 추산된 것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이에 한몫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면서도 환경단체들은 SK E&S가 CCS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감안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SK E&S는 이 사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는 탄소배출량 350만톤 중 60%인 190만톤은 포집해서 제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IEEFA와 일부 국내 환경단체들은 CCS기술 적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배출돼 전체 탄소배출량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SK E&S 관계자는 “CCS 설비 가동에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CCS기술을 적용할 때 그 자체로 엄청난 탄소를 배출한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이와 관련해 박상도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 센터장은 “지중에서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CCS기술로) 처리하려면 부가적인 운전비용‧에너지 소비량 같은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맞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바로사 가스전사업에서 가스‧탄소 이동 거리로 계획된) 300㎞와 500㎞는 일반적으로 멀긴 하다”면서 “이산화탄소 발생 전 주기 과정을 분석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처리하기 위해 에너지가 얼마나 소비됐고 이산화탄소가 발생됐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숫자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늘거나 줄 것인지) 보려면 조금 더 정확한 계산이 필요해 단정 짓기는 어렵고 SK E&S나 환경단체 쪽에서도 다 논리나 이유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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