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KT&G에 '담배꽁초 11만 개' 보낸 이유

  • 조은비 기자
  • 2022.01.07 13:28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져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져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시민들이 길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담배꽁초 처리를 위한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깅 중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다. 각종 SNS에는 #플로깅 #줍깅 #쓰줍 등으로 플로깅 활동을 인증하는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중 담배꽁초는 플로깅 수집 쓰레기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플로깅으로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사람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환경부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1247만 개비 담배꽁초가 국내에 버려지고 있으며 최대 18.6%에 해당하는 232만 개비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이는 하루 최대 0.7t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과 같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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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담배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물질로 제작돼 있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미국 환경단체 CBPP(Cigarette Butt Pollution Project)는 전 세계 담배 90% 이상이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제작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바다로 유입된 담배꽁초는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해양생물을 거쳐 결국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에 담배 제조사와 정부에 책임을 제기하는 '꽁초어택'이 시작됐다. 국내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는 전국 각지에서 플로깅 중 모은 담배꽁초를 담배 제조사 'KT&G'에 보내는 작업을 3차례 진행했다. 담배꽁초와 함께 시민들이 손수 적어낸 손편지도 보내졌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2020년 1차 꽁초어택에서 7000여 개비를, 2021년 4월과 10월에 2차, 3차 꽁초어택으로 각각 2만5000여 개비, 8만여 개비가 보내졌다. 총 11만 개비가 넘는 담배꽁초가 제조사에 돌아가게 된 것. 3차 꽁초어택은 'KT&G' 계열사인 정관장 제품 박스에 담배꽁초를 담아서 리본까지 묶어 보내는 이벤트를 펼쳤다.

정관장 박스에 손편지와 담배꽁초를 포장해 보냈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정관장 박스에 손편지와 담배꽁초를 포장해 보냈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와이퍼스 대표 황승용씨가 시민들이 보내온 담배꽁초를 들고 서 있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와이퍼스 대표 황승용씨가 시민들이 보내온 담배꽁초를 들고 서 있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와이퍼스 황승용(35) 대표는 "3차 꽁초어택 때 받은 담배꽁초로 거실 한 면이 가득 찼다. 참가해주신 분들이 정말 대단했고, 이 정도면 기업도 움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4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황 대표는 KT&G에 명확한 변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일단 필터가 생분해가 되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생분해가 어렵다면 담배곽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으니 바닥에 버리지 말아달라는 문구를 크게 적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어 "담배 수거함을 더 배치하거나, 담배꽁초를 주워왔을 때 할인을 제공해준다거나 제조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 (사진 본사DB)/뉴스펭귄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와이퍼스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환경부에도 담배꽁초 해결을 위한 요청을 했다. 지난해 9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게 담배꽁초 해결을 요구하는 170개가 넘는 편지가 전달됐다. 당시 편지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적은 권세연(19) 양이 대표로 편지를 전달했다.

학생들이 적은 편지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학생들이 적은 편지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170개가 넘는 편지가 전달됐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170개가 넘는 편지가 전달됐다 (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요구사항에는 강북구청에서 진행하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담배꽁초가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공익광고로 제작해 알려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못하도록 시설을 변경하고 매년 제조사에서 환경부에 제공하는 폐기물부담금을 담배꽁초 해결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황 대표는 "3차 꽁초어택이 진행된 뒤 KT&G에서 답변이 왔다. 만나서 담배꽁초 처리와 관련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KT&G 측은 "(와이퍼스와) 대면 미팅과 관련해 논의한 바 있으나, 현재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7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이어 "KT&G는 흡연환경개선사업, 해양환경보호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환경정화 활동을 추진 중에 있다"라며 "담배꽁초 무단투기 방지 캠페인 등과 더불어 친환경 대체 필터 개발을 검토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G는 담배꽁초 문제에 대응해 쓰담쓰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쓰담쓰담은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의 줄임말이다.

전국 편의점 약 4만6000개소에 쓰담쓰담 캠페인 안내문을 설치하고, 공항이나 역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에 흡연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2011~2021년까지 설치된 흡연실은 약 420개다.

2020년에는 담배꽁초 투기가 잦은 부산시 일부 지역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마련했으며, 지난해까지 전국에 150여 개를 설치했다. 올해에도 담배꽁초 수거함을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KT&G가 쓰담쓰담 캠페인 일환으로 설치한 담배꽁초 수거함 (사진 KT&G)/뉴스펭귄
KT&G가 쓰담쓰담 캠페인 일환으로 설치한 담배꽁초 수거함 (사진 KT&G)/뉴스펭귄

한편 해외에서도 담배꽁초 해결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플라스틱 담배필터를 2030년까지 80%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국 제조사 그린버츠(Greenbutts)는 3일 안에 퇴비에서 분해되고 2분 안에 물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필터를 2010년에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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