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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②] 토끼 대신 '이것'
동물실험 대안은?

2023. 12. 20 by 박연정 기자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남예진 기자] 전세계적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과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동물대체시험법이란 동물을 사용하는 기존 시험법을 대체해 동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동물 수를 줄이는 등 동물의 고통을 완화하는 시험법을 의미한다. 

동물대체시험법은 크게 세포 기반 시험법과 비세포 기반 시험법으로 구분한다. 세포 기반 시험법으로는 시험관 시험법, 장기칩, 오가노이드가 있고, 비세포 기반 시험법으로는 컴퓨터 모델링이 있다. 그중 장기칩과 오가노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장기칩은 실제 장기와 유사한 생체 환경이 구현된 칩에 세포를 배양한 것이다. 혈액이 흘러가는 모습, 장기의 연동운동 등 장기의 미세한 특성을 장기칩으로 재현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인공장기'라고도 불리는데, 인체 줄기세포 등으로부터 분리한 세포를 장기와 유사하게 3차원으로 배양하는 신기술이다. 체내 이식용 재생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산업은행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장기칩 시장 규모는 8787만 달러(약 1139억원),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12.6억 달러(약 1조6398억원)다. 장기칩 시장 중 미국이 3497만 달러, 유럽이 3229만 달러 규모로 전세계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오가노이드 시장 또한 북미와 유럽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선도하고 있다.

전세계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동물대체시험법을 담당하는 전문 행정기관이 설립됐다. 현재 시험법 개발, 검증, 보급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3차원 인체 조직 장벽 칩. 약물 테스트 및 질병 모델링을 위한 고정밀 샘플링을 할 수 있다. (사진 멥스젠)/뉴스펭귄
3차원 인체 조직 장벽 칩. 약물 테스트 및 질병 모델링을 위한 고정밀 샘플링을 할 수 있다. (사진 멥스젠)/뉴스펭귄

지난해 국내 장기칩 시장 규모는 68만 달러 규모다. 국내에서 우수한 연구 실적이 계속 발표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상업화 초기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장기칩 관련 기업으로는 혈관 칩, 암 칩 등을 개발한 '멥스젠(MEPSGEN)', 환자 세포 기반의 암 칩을 이용해 약물 처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드믹바이오(EDmicBio)'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오가노이드 시장은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 등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 오가노이드 개발 기업 중 하나인 '티앤알바이오팹(T&R Biofab)'은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피부, 간, 오가노이드 및 조직 유래 바이오잉크 등을 개발했다. 또 다른 기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장, 침샘, 오가노이드를, '넥스트앤바이오'는 췌장암, 폐암 등 환자 조직을 이용해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뇌 부위 특이적 오가노이드 모델. 이는 넥스트앤바이오의 대표적인 핵심기술로, 뇌 조직 특성과 기능성을 높은 수준으로 모방하고 있다. (사진 넥스트앤바이오)/뉴스펭귄
뇌 부위 특이적 오가노이드 모델. 이는 넥스트앤바이오의 대표적인 핵심기술로, 뇌 조직 특성과 기능성을 높은 수준으로 모방하고 있다. (사진 넥스트앤바이오)/뉴스펭귄

그렇다면 국내 제약회사는 이러한 기술이 바탕이 되는 동물대체시험법을 얼마나 적용하고 있을까?

제약·바이오기업 HK이노엔은 2020년 8월 동물실험 대체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3D 프린터 인공피부를 활용해 피부질환 신약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피부와 유사한 구조 및 기능을 3D 프린터로 구현해 피부 탄력성이나 노화지표 측정, 단백질 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중외제약 또한 오가노이드 기술 도입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동물실험은 전 임상단계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오가노이드 기술을 도입해 동물권 개선에도 힘쓸 것"이라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부문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제약회사들은 동물실험 비중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실험동물 수는 총 499만5680마리다. 이중 약 27%(137만9360마리)는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사용됐다. 국내 많은 제약회사들이 '필요악'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동물실험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서보라미 국장은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대체시험법 개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기업 등에서 동물대체시험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한편 지난 6월 식약처는 동물대체 엔도톡신 시험법을 도입했다. 엔도톡신 시험법은 살아있는 투구게의 혈구 성분 대신 유전자재조합 시약을 활용한 시험법이다. 국내 규제 기관이 대체시험법을 이용해 자료를 제출하면 인정해 주겠다고 나섰으나 국내 기업이 이 방법을 이용해 승인 요청한 사례는 아직 없다. 

9월에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안내했다. 개정 고시안엔 '비동물 또는 인체 생물학 기반 시험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동물대체시험법을 이용한 자료를 받겠다고 행정예고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0월 농촌진흥청은 농약 독성 평가에서 동물대체시험법 적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도입된 동물대체시험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전문가 검증을 거친 방법으로 농약이 사람의 피부나 내분비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할 수 있다. 

환경부도 2030 화학안전과 동물복지 실현 비전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업 등이 동물대체시험법을 활용할 경우 더 많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서보라미 국장은 "범부처 차원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연구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연구결과가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체시험법 개발부터 활용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학·연·병·관 모두 입장과 역할이 다르면서도 대체시험법 확산을 위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자발적으로 동물대체시험법에 참여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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