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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①] '필요악'이라
외면한 실험동물의 현주소

2023. 12. 14 by 남예진 기자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박연정 기자] 비글, 토끼, 래트, 원숭이, 투구게, 제브라피쉬 등 반려동물로 익숙한 종부터 멸종위기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이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실험대에 오른다.

효과는 어떨까.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따르면 의약품 동물실험 결과가 인체 임상실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은 단 8%로, 정확성은 낮은 편이다.

효과에 대한 의문점과 윤리적 문제로 동물실험 축소는 국제적 추세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필요악'이라는 이유로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용으로 희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얼마나 많은 실험동물을 사용하고 있을까.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표한 '2022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 현황'에 따르면 2022년에만 총 499만5680마리가 실험동물로 사용됐다.

사용처는 주로 공공기관, 기업, 대학교, 의료기관 등이다. 실험동물 약 27%에 해당하는 137만9360마리는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래픽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래픽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지난 3년간 국내 실험동물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414만1433마리, 2021년 488만252마리, 2022년 499만5680마리다.

대학교에서 사용한 실험동물 수는 2021~2022년 사이 감소했지만, 이를 제외한 기관에선 3년 연속 증가 추이를 보였다.

특히 중개 및 응용연구 분야가 성장하면서 해당 시설에서 2021년 72만8272마리에서 2022년 113만1122마리로 약 35% 증가했다.

그렇다면 국내 동물실험 기관은 동물실험 '3R 원칙(대체·감소·개선)' 중 '개선(Refine)' 원칙에 따라 실험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최소화하고 있을까? 

먼저 실험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등급은 A부터 E까지 총 5개로 분류할 수 있다. A그룹은 생물의 사체나 식물, 세균, 원충, 무척추동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교육, 연구, 또는 위원회의 승인이 불필요하다.

이어 B~E그룹은 '척추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B그룹은 스트레스가 거의 동반되지 않지만, C그룹은 경미한 통증과 스트레스, D그룹은 중등도 이상의 고통과 억압, 마지막으로 E그룹은 극심한 고통과 억압, 벗어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때 E그룹 실험은 동물에게 특정 물질을 먹이거나 흡입해 2주간 독성을 관찰하는 만큼, 별도의 진통 처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2022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실험동물 449만5680마리 중 242만3155마리에 해당하는 53.9%가 최고 고통등급 E그룹 실험에 동원됐다.

2022년 한국, 캐나다, 영국의 고통등급별 동물 사용 수를 나타낸 도표. 한국은 캐나다와 영국에 비해 많은 동물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그래픽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2022년 한국, 캐나다, 영국의 고통등급별 동물 사용 수를 나타낸 도표. 한국은 캐나다와 영국에 비해 많은 동물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그래픽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같은 해 캐나다의 E그룹 실험 비율은 2.8%다. 영국의 경우 E그룹과 유사한 최고 고통 등급인 'Severe' 실험 비율은 3.6%다. 한국이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서보라미 국장은 "고통등급 D까지 합하면 전체 동물의 75%가 중증도 이상의 고통을 수반했다. 10마리 중 7마리는 고통 등급을 낮출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실험에 동원됐다. 이 사실은 실험 현장에서 동물생명에 대한 책임 의식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실험동물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까지 복제견 '메이'와 같은 실험동물들이 학대받고, 실험견의 눈을 적출해 인공 눈을 삽입하는 등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이 이어져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동물보호법 전면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동물실험기관은 실험동물 전임 수의사를 고용해야 하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도 실험이 심의 내용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심의 후 감독(PAM)'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만약 심의 내용과 다를 경우 실험은 강제 중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도 동물실험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식약처는 '실험동물자원은행'을 통해 이미 실험에 사용된 동물로부터 얻은 장기, 조직, 혈청, 세포 등을 보관해 다른 연구에 활용하도록 제공 중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자원 수는 9만6655개이며, 분양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또 동물복지 확대를 위해 의약품 독성 시험 시 투구게의 혈구 성분 대신 유전자재조합 시약을 활용한 시험을 받아들이고, 의약품 품목허가 신청 시 동물실험 결과 대신 동물대체시험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일부개정 고시안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환경부에선 2030년까지 선진국만큼의 대체시험법 기술력을 확보해 화학물질 유해성 자료 중 60%를 동물대체시험으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촌진흥청 역시 농약 독성 평가시 동물유래세포 대신 인체 세포 이용한 시험법 3종 도입하는 등 다양한 부처에서 동물실험 현주소에 대한 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기존 법령의 문제점이 많이 개선됐다. 단 현장에서도 이런 제도적 변화를 발 빠르게 따라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서보라미 국장은 "국내 중앙부처 대다수가 동물실험 혹은 대체시험 기술 연구와 관련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연구결과가 실제 이용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대체시험 개발부터 활용까지 지원하는 체계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대체시험법 개발과 보급은 어느 한 부처만 나선다고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검증된 대체시험의 경우, 부처 간 기술과 정보 교류를 통해 산업계 활용 독려가 지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동물대체시험법과 제약사의 실험동물 대체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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