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Q

'우리한테 버리세요'
보호소 사칭하는 신종펫숍

2023. 11. 30 by 이수연 기자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나이가 어리고 인기가 많은 품종일수록 입양비가 30만원까지 올라가요."

포털 사이트에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광고하는 D사에 연락해 입양비용을 묻자 직원은 이같이 답했다. 다시 전화해 '중성화 완료한 2살 푸들' 파양비용을 묻자 "나이가 어려서 무료입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무료입소, 무료입양'이라고 홍보하는 V사에 입양비용을 문의하자 직원은 "무료인 대신, 사료와 반려용품을 꼭 구매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양비용에 관해서는 "2살이라 무료이거나 최대 20만원이고, 나이가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보호소라고 소개하는 D사와 V사 홈페이지 하단에는 ‘동물판매등록번호'가 적혀 있다. 진짜 보호소가 아닌 '신종펫숍'이다. <뉴스펭귄> 취재 결과, 두 업체는 상호만 다르고 지점 위치와 대표자명이 같은 프랜차이즈형 신종펫숍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털 사이트에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검색하면 뜨는 광고들. 무료입소와 무료입양을 강조한다. (사진 네이버 검색창 캡처)/뉴스펭귄
포털 사이트에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검색하면 뜨는 광고들. 무료입소와 무료입양을 강조한다. (사진 네이버 검색창 캡처)/뉴스펭귄

 

신종펫숍, 왜 문제일까
진짜 보호소와 다른 2가지

신종펫숍이란 기존 펫숍처럼 동물 판매도 하면서 파양과 입양을 중개한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는 업체다. 신종펫숍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에서 태어난 새끼를 사온 뒤 판매한다. 동시에 파양이나 구조동물을 받아주는 목적으로 보호비를 제시하고, 입양자에게는 책임비를 받는다.

보호소를 사칭하는 신종펫숍이 민간 보호소와 다른 점은 입양 절차가 간단하다는 것이다. 신종펫숍 D사와 V사 모두 "신분증만 들고 오면 바로 입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보호소는 입양 절차가 까다롭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민간 보호소 천사들의보금자리에서 지내는 동물을 입양하려면 봉사에 5번 이상 참여해야 하며, 입양 전 임시보호는 필수다. 송재섭 천사들의보금자리 대표는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입양은 신중한 문제라 오랫동안 관계를 쌓은 후 적합한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 신종펫숍에선 입양비에 나이, 품종 등의 조건이 붙는다. 본래 책임비는 무분별한 입양을 막고, 비영리단체인 민간 보호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기부금' 형태로 내는 관행이다. 나이나 품종과 상관없이 입양비가 동일하며, 기부금이기 때문에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왼쪽부터 지난 3월 한 신종펫숍으로 파양된 고양이가 7월 인근 길에서 발견된 모습. 신종펫숍은 입양을 보냈다고 변명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뉴스펭귄
왼쪽부터 지난 3월 한 신종펫숍으로 파양된 고양이가 7월 인근 길에서 발견된 모습. 신종펫숍은 입양을 보냈다고 변명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뉴스펭귄

 

입양비가 다르다?
파양비 챙긴 뒤 넘기기도

그러나 신종펫숍은 나이가 어릴수록, 인기가 많은 종일수록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분양의 논리를 입양비에도 적용한다. 또 파양비와 입양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다. 신종펫숍이 파양동물을 되팔아 번 돈으로 번식장에서 태어난 어린 동물을 구매해도 어쩔 수 없는 셈이다.

반려동물 파양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재입양 전까지 돌봐준다는 신종펫숍으로 향한다. 그러나 파양할 때 포기각서 등 각종 계약서를 체결하고 소유권을 넘기면 점점 소식이 끊긴다. 계약서 내용에 따라, 입양을 가더라도 이후 사정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최근 한 신종펫숍이 거액의 파양비를 챙긴 뒤 동물 118마리를 경기 여주의 야산에 암매장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당시 현장을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며 "안락사가 없다는 등의 광고로 파양을 부추겨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제대로 입양 보내지 않거나 관리에 소홀한 실태가 신종펫숍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재입양을 명분으로 거액의 파양비를 받은 뒤 동물들을 암매장한 신종펫숍. (사진 라이프)/뉴스펭귄
재입양을 명분으로 거액의 파양비를 받은 뒤 동물들을 암매장한 신종펫숍. (사진 라이프)/뉴스펭귄

 

법 개정해 근절한다는 정부,
근본 문제는 따로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신종펫숍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법 개정을 통해 보호소를 가장한 신종펫숍 영업을 근절하겠다며 올해 8월 '반려동물 영업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관계자는 "내년까지 시행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며, 최근 김민석 의원이 발의한 신종펫숍 관련 개정안을 함께 검토하는 중"이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지난 9월 김민석 의원은 영리 목적의 입양과 파양 중개를 금지하고, 보호소라는 명칭을 비영리단체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동물 생산·판매업을 금지하지 않는 이상 신종펫숍과 같은 사례는 계속 나올 거라는 지적도 있다.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신종펫숍이 늘어나는 원인은 동물 생산과 판매를 용인하는 법과 제도 때문"이라며 "많이 팔리니까 당연히 많이 버려지는데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신종펫숍에 찾아간다"고 말했다.

신종펫숍의 성황은 번식장, 경매장, 펫숍 등 동물 생산·판매업 유지를 돕고, 그만큼 팔렸다가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편, 신종펫숍 D사는 2019년부터 4년 연속 우수브랜드 대상을 받았으며, V사는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2022 소비자만족 브랜드대상' 1위를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