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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댕댕이의 엄마는
누구였을까

2023. 11. 30 by 남주원 기자
2022년 촬영한 국내 허가 강아지 번식장.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2022년 촬영한 국내 허가 강아지 번식장.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기후위기, 산림벌채,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전염병 증가 그리고 사육동물의 권리와 복지 침해… 

'공장식 축산'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문제들이다. 동물을 단순히 식량으로만 여기던 시대에는 가축동물을 한데 모아 대량으로 물건 찍어내듯 하는 현실이 사회적 화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다르다. 시민들은 환경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의 권리를 위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육동물에게 공장식 축산이 있다면, 반려동물에게는 강아지 공장으로 알려진 '공장식 번식'이 있다. 또다른 이름은 개농장, 펫숍이다. 

번식장에서 공장식 생산이 벌어지고, 펫숍에서는 무차별적 판매가 이뤄지며, 보호소에는 무수한 유기견이 입소된다. 이들에게 평생을 책임져줄 사람을 만나 가족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학대의 굴레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 펫숍에서 외모가 귀엽거나 품종이 입증된 강아지를 사가기 전까지 그 뒤에는 '새끼 낳는 도구'로 쓰이다 죽는 어미 개가 있다. 모견은 한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만신창이가 되다 소리 소문 없이 죽는다. 소위 '잘 팔리는' 강아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려는 인간의 욕심 탓이다.

대한민국 동물생산업은 2008년 '등록제'였으나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2017년 '허가제'로 바뀌었다. 현재 국내에 허가받은 번식장만 2177개에 달한다. 하지만 등록보다 허가가 조금 더 까다로울 뿐, 동물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개들은 잔인하게 이용되다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이에 국내 동물권행동 카라는 강아지 공장 철폐와 펫숍 금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명 '한국 루시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루시는 2013년 영국 번식장에서 구조됐으나 앞서 6년간 반복된 강제 임신과 출산으로 건강이 악화돼 결국 사망한 어미 개 이름이다.

왼쪽부터 국내 허가 번식장에서 죽어간 루시와 영국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의 살아생전 모습.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왼쪽부터 국내 허가 번식장에서 죽어간 루시와 영국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의 살아생전 모습.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영국 동물권 단체들은 죽은 루시를 통해 공장식 번식의 참상을 알려나갔고, 그 결과 2018년 루시법(Lucy’s law)이 공포됐다. 이에 따라 영국 펫숍에서는 6개월 미만 강아지의 판매가 금지되고 제3자 거래가 전면 금지되는 등 공장식 대량번식과 펫숍 금지에 한 단계 나아갔다.

카라는 수많은 '한국의 루시'들 또한 착취에서 벗어나도록 국내에 루시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루시법에는 ▲펫숍의 동물 매매 금지와 대규모 번식장 철폐 ▲반려동물 인터넷 거래 및 매매 금지 ▲엄격하게 제한된 출산과 펫숍 전시를 위한 어미와 새끼의 분리 금지 등 내용이 담겼다. 

단체는 "번식장에서 여러 품종의 어린 동물을 받아 백화점식으로 진열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취해온 펫숍 영업을 금지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며 현재 루시법 20만명 서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카라에 따르면 20만~23만마리에 이르는 모견과 종견이 매년 약 25만마리의 새끼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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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혜정 2023-11-30 21:47:56
아직도 이런 기사를 접하고있으면 화가 납니다.
이토록 메스컴에서 알리고 또 알리고 한지가 언제인데 귀엽다는 이유로 펫샵에서 아가들을 사는건지...물론 저도 예전에는 유리너머로 보이는 앙증맞은 아이들을보면 이뻐서 가던길 멈추고 봤었는데...지금은 보는거조차 미안할때가 많네요..저 아이는 어떤 공장에서 어떤 엄마의 열악한 환경속에서 뽑혀 이 자리까지 오게되었을까?생각하면 이쁜마음보다 아픈마음이 더 먼저 들지요.
아무리 돈이좋다해도 말못하는 동물을을 더럽고 좁은 철창안에 가두고 저러고 싶은지? 그들과 함께 동조하며 먹이사슬처럼 돈벌이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은 도대체 자식들보기 부끄럽지 않은지?묻고싶네요.
법이 너무 약하고 허술하니 이런일이 반복되는데 동물의목숨갖고 장난치는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강력법좀 제발~
최애독자 2023-11-30 12:09:02
기사를 통해 강아지 공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깜짝 놀랐네요.
물건도 아니고 공장식 번식이라니..
반려동물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강아지들이
한 편으로는 이렇게 차갑고 무서운 철장 속에
갇혀 원하지 않는 번식을 하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고
인간의 안 좋은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뉴스펭귄에서 다루어 주셨듯이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더 좋은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롱롱 2023-11-30 10:32:38
쇼윈도에 물건처럼 진열돼있는 작고 귀여운 아기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번식장의 어미견을 생각합니다. 그 수많은 고통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지우 2023-11-30 10:12:36
이제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말고 사지마세요, 팔지마세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엾은 생을 살다 죽은 모견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무지개다리 건너서라도 고통없이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