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다치고 또 죽고...폐어구 데자뷔 "어제 본 기사 아냐"
[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폐어구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바다생물 소식이 마치 데자뷔처럼 줄줄이 이어진다. 함부로 버려지고 바다에 떠다니는 어구에 의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대책 논의가 활발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최근 JIBS(제주방송) 보도에 따르면 4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꼬리에 폐어구가 걸렸다. 앞서 3일에는 폐그물에 목이 감긴 붉은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다.
폐어구에 걸린 바다거북 사례는 2주 전에도 있었다. 온몸에 그물이 칭칭 감긴 붉은바다거북이 구조돼 극적으로 살아난 반면, 폐어구에 긁히고 낚싯줄에 감겨 상처투성이로 구조된 매부리바다거북은 치료기관으로 옮겨진 뒤 폐사했다.
관련 사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 김병엽 교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최근까지 폐사한 바다거북은 총 128마리로, 이중 약 40%가 폐어구에 죽어갔다.
폐어구에 끼인 붉은바다거북 사체가 떠내려 와 다른 바다거북이 이어서 끼이는 등 한 번에 두 마리가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붉은바다거북은 스스로 보호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붉은바다거북은 잡식성이고 사물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졌다. 폐어구 밑에 있는 생물들을 사냥하려다 걸리거나 폐어구가 그들 눈에 먹이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
바닷속 생물을 위협하는 해양쓰레기 중 상당수가 폐어구다. 제주환경연합 '어민면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쓰레기는 2017년 1만983.5에서 2022년 1만7297톤 늘었다. 5년 새 약 6천 톤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들 중 절반은 그물, 낚싯줄, 밧줄 등이 가장 많다.
정부도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부터 전국 연근해 어장 54곳에서 폐어구 4천20톤을 수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9월 '폐어구 발생 예방을 위한 어구순환관리 대책'을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책은 어구가 만들어지는 것부터 버려지는 과정까지 관리해 발생량을 줄이고, 수거량은 늘리겠다는 취지다. 2027년부터 줄여나가는 걸 목표로 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제주시에서는 '생분해성 어구 보급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분해되는 데 수백 년 걸리는 기존 나일론 소재 어구 대신 3~4년 걸리는 생분해성 어구 사용으로 '유령어업'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최근 제주 해안에서는 올해 12월 일부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을 앞둔 곳에서 낚시대회가 열려 논란이 일었다. 이곳은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앞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