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영국 해안가에서 토마토가 자라는 끔찍한 이유

  • 이후림 기자
  • 2021.11.12 17:58
스스로 열매 맺은 토마토 (사진 타넷야생동물보호단체 페이스북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영국 남동부 켄트주에 위치한 어촌마을 페그웰만(Pegwell Bay)에 일명 '똥 토마토' 수백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매체 메트로는 켄트주 휴양지 바다로 미처리 오수가 지속적으로 쏟아져 엄청난 양의 '똥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토마토는 미처리 오수에 섞인 사람 배설물에서 소화되지 못한 씨앗이 자라나 열매 맺은 것으로 추측된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미처리 하수에 섞인 씨앗이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다 비옥한 땅 조건을 가진 페그웰만에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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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 의해 일명 '똥마토(poomatoes)'라고 불리는 열매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그대로 바다나 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켄트주 타넷야생동물보호단체(Wildlife Conservation in Thanet)를 운영하는 닉 미첼(Nik Mitchell) 활동가는 해당 지역에서 해변청소 활동을 하다가 널린 토마토를 발견하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업로드하기도 했다.

영상 속 닉은 직접 토마토를 따 먹으면서 "쓰레기를 치우는 동안 간식으로 먹기 좋다"고 말했다.

닉은 "최근 몇 년 동안 치실, 탐폰 어플리케이터, 초소형헤드폰 등 미처리 하수에 섞인 폐기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간 결과를 봐 왔지만 똥 토마토는 처음"이라며 "토마토 씨앗은 장에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지역이 아니더라도 하수처리장 근처 등에서 열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열매 맺은 토마토 (사진 타넷야생동물보호단체 페이스북 영상 캡처)/뉴스펭귄

페그웰만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 앨리스 토니(Alice Toney)는 "주말에 날씨가 좋아 해안가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해변에서 토마토가 자라는 광경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타지역 주민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믿지 않았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오수가 환경에 또 어떤 막대한 피해를 입힐지 걱정스럽다. 오염된 해변에서 아이들을 뛰놀게 하고 싶지 않다. 빠른 조치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토마토 자연 발아현상은 켄트지역 공공 폐수처리장의 무단방류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폐수처리장은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하수 160억~210억ℓ를 고의적으로 바다로 흘려보낸 사실이 적발돼 9000만 파운드(약 1430억) 벌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올해 8월에는 근처 펌프장이 번개에 맞아 펌프장 내부 하수 및 오물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기도 했다. 이후 지방 당국은 주민들에게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수처리장 (사진 타넷야생동물보호단체 페이스북 영상 캡처)/뉴스펭귄

영국 식물학회 루이스 마시(Louise Marsh) 교수는 "토마토 씨앗은 영양이 풍부한 토양에 떨어지면 어디에서나 스스로 잘 자란다"면서 "따라서 피크닉 장소, 도시, 폐수처리장이나 쓰레기통 근처 등에서 쉽게 자연발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퍼스트펭귄]은 뉴스펭귄이 국내 뉴스매체로서는 처음 보도하는 기사를 뜻한다. 다른 매체에서 흔히 [단독]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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