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뒤 지구, 냉각수 없이 살 수 없어"

  • 조은비 기자
  • 2021.10.05 11:14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한 지구가 500년 뒤 겪게 될 상황 그려졌다.

영국, 캐나다 공동 연구팀은 2500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 미래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연구팀이 2100년이 아닌 2500년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가 있다. 온실가스는 최대 1000년까지 대기 중에 남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상승해 2100년 이후 수 세기 동안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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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저강도 감축 경로(RCP6.0), 중강도 감축 경로(RCP4.5), 고강도 감축 경로(RCP2.6) 3가지다. 고강도 감축 경로를 시행한 경우 2500년까지 지구평균기온 상승은 섭씨 2도 이내에 그치지만, 저강도 감축 경로를 따랐을 경우 2100년 섭씨 2.2도, 2200년 섭씨 3.6도, 2500년 섭씨 4.6도로 갈수록 증가하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라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및 지구평균기온이 달라진다 (사진 'Climate change research and action must look beyond 2100' 논문 캡처)/뉴스펭귄

이는 지구의 기온이 일정수준의 '티핑포인트'를 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전문가들은 지구평균기온이 2도를 넘어서게 되면 인간의 노력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한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지구를 무사히 후손에게 물려주기란 요원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0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 Gap Report)에서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2100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이 3.2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강력하게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고, 저강도 감축에 그쳤을 때 나타날 2500년 지구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다. 연구팀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위쪽부터) 1500년, 2020년, 2500년 인도 풍경 (사진 'Climate change research and action must look beyond 2100' 논문 캡처)/뉴스펭귄

2500년 인도를 나타낸 그림에는 한 여성이 개인 보호장비를 입고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 보호장비에는 물과 냉각수가 돌아 뜨거운 외부 기온을 견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래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저런 옷차림이 흔한 풍경이 될 수 있다.

인도는 2013~2015년 열감 스트레스로 수천 명이 사망할 정도로 더위로 인한 피해가 상당한 곳이다. 수도 뉴델리를 포함해 북인도 5월 평균 기온은 32~40도이고, 그중 가장 무더운 지역으로 알려진 북부 도시 스리강가나르는 여름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저강도 감축 시나리오에서 인도는 여름 월별 평균 기온이 2100년 섭씨 2도, 2500년 섭씨 4도까지 오르면서 더 극단적인 더위를 겪게 된다.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가는 것은 적은 일이 아니다. 인도는 20세기 초부터 2018년까지 평균 기온이 섭씨 0.7도 상승했는데, 폭염을 비롯해 집중호우, 낙뢰 등 각종 기후재앙 피해가 커지고 있다.

극심한 폭염 피해는 열대지방에서 더 크게 나타날 예정이다. 연구팀은 현재 지구의 열대지방에 해당하는 지역은 습구온도가 섭씨 35도 이상으로 6시간 넘게 지속돼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쪽부터) 1500년, 2020년, 2500년 아마존 풍경 (사진 'Climate change research and action must look beyond 2100' 논문 캡처)/뉴스펭귄

아마존은 현재 인간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7%를 흡수하고, 지구에 사는 종 중 3분의 1이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는 열대우림이지만, 미래에는 푸른 빛깔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황폐해진다.

기온 상승, 강우량 감소를 겪으면서 산림비율이 현재 71%에서 2100년 63%, 2200년 42%, 2500년 15%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위쪽부터) 1500년, 2020년, 2500년 미국 중서부 풍경 (사진 'Climate change research and action must look beyond 2100' 논문 캡처)/뉴스펭귄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알려진 미국 중서부 지역은 아열대 기후로 변한다. 평균 여름 온도는 현재 섭씨 28도에서 2100년 섭씨 33도, 2500년 섭씨 36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최고 온도는 현재 34.8도에서 2100년 섭씨 39.8도, 2200년 섭씨 42.9도, 2500년 섭씨 44.9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저강도 감축 시나리오에서 2100~2500년 작물 수확량은 대폭 줄어드는데, 열대작물은 2분의 1로, 온대작물은 6분의 1로 감소된다. 극심한 식량난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림에는 농사에 필요한 인원이 부족해지면서 인력이 드론과 같은 기계로 대체된 상황도 함께 표현됐다.

반면 고강도 감축에 성공했을 때는 온대작물 수확량 3% 감소, 열대작물 3% 증가를 겪는 것에서 그칠 수 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감축이 과감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2500년의 지구는 '외계'와 같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21세기 온난화의 장기적인 영향은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전망하고 수 세기 동안 평화롭고 거주가능한 지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계 변화의 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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