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코 박고 멍하니 둥둥...' 수족관 돌고래의 이상행동 (영상)

  • 남주원 기자
  • 2021.04.21 08:00
제주 마린파크에 마지막으로 생존해 있는 큰돌고래 '화순이'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최근 제주도의 한 테마파크에서 돌고래가 잇따라 폐사해 공분을 사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등 국내 해양환경단체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돌고래 체험시설 '마린파크'에서 돌고래가 연이어 폐사했다고 19일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최근 8개월 동안 제주 마린파크에서 죽은 돌고래는 총 3마리로 현재는 '화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체 단 한 마리만 생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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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암컷 '안덕이'가 노령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어 9월에 수컷 '달콩이'가 폐렴으로 폐사했으며 올해 3월에는 수컷 '낙원이'가 농양 및 폐렴으로 죽은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들이 생전 제주 마린파크의 비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는 실태를 직접 촬영해 공개했다.

영상 속 돌고래들은 생태적 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좁은 수족관에서 조련사 체험이나 돌핀 스위밍 등 인간과의 강제 접촉 프로그램에 동원됐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게 수면 위에 둥둥 떠있거나,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등 돌고래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행동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현재 시설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화순이를 포함해 죽은 개체들은 모두 돌고래과 큰돌고래(Tursiops truncatus)로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돼 국내에 반입됐다. 이들은 10년 이상 사육 시설에 감금돼 지냈으며 원서식처로 방류 또한 쉽지 않은 터였다.

이에 핫핑크돌핀스는 해양수산부와 제주도청에 일명 '바다쉼터'를 조성해 돌고래를 방류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은 성산포 내수면 등 적당한 지역에 해상 가두리와 같은 임시 돌고래 보호시설을 설치해 제주 지역 시설내 감금된 돌고래들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고래류 감금 시설 7곳에 갇혀 있는 고래류는 총 26마리다. 여전히 많은 돌고래가 전시·공연·체험이라는 명분 아래 죽을 때까지 자유 없는 생을 보내야만 한다.

 

다음은 핫핑크돌핀스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마린파크 폐쇄하고 마지막 생존 돌고래를 바다쉼터로 이송하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돌고래 체험시설 마린파크에서 또 돌고래가 폐사하였다.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되어 2015년에 시설 반입된 큰돌고래 낙원이가 지난 3월 12일 폐사한 것이다. 2020년 8월 28일 안덕이 폐사, 2020년 9월 24일 달콩이 폐사에 이어 2021년 3월 12일 낙원이 폐사까지 최근 8개월간 마린파크의 좁은 수조에서 세 마리의 돌고래가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이곳에 생존해 있는 돌고래는 ‘화순이’ 단 한 마리이다. 좁은 수조에 갇힌 채 포획 트라우마와 감금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동료 돌고래들의 죽음까지 지켜봐야 했던 ‘화순이’ 역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린파크는 관광객들이 돌고래 등지느러미를 붙잡고 헤엄을 치게 하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 다이지에서 잔인하게 포획된 돌고래들을 수입해 국내 돌고래 쇼장으로 반입시키는 ‘돌고래 수입대행’ 사업을 진행해왔다. 마린파크는 2009년 개장 이후 모두 여덟 마리의 돌고래를 자체 시설에 반입해 체험에 이용하고, 울산 고래생태체험관과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 서울대공원 등 타시설로 모두 11마리를 반입시켰다. 마린파크가 국내로 반입, 유통시킨 돌고래 19마리중 대부분은 이미 폐사하였고 얼마 남지 않은 생존 돌고래들도 좁은 수조에 갇힌 채 죽음을 기다리는 비참한 운명에 처해있다.

핫핑크돌핀스가 수년간 모니터링을 통해 마린파크 돌고래들의 정형행동, 건강이상을 목격하고 행정당국에 임시 보호조치를 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으나 업체 사유물이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담당자는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언제까지 돌고래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방관만하고 있을 것인가? 만약 해수부와 제주도가 이번에도 업체 사유물이라는 변명으로 마린파크의 마지막 생존 돌고래에 대한 보호조치를 미룬다면 돌고래 죽임의 방조자라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 당장 눈앞에서 돌고래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감독 기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그런 허술한 법령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책임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핫핑크돌핀스는 해양수산부와 제주도 등 돌고래 관리와 보호에 책임이 있는 행정당국이 당장 나서서 즉각 마린파크의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시키고, 바다가 인접한 성산포 내수면 등에 임시 바다쉼터를 조성해 돌고래를 이송하는 등 돌고래의 죽음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 당국이 인간과의 접촉 등 학대 프로그램의 즉각 중단과 돌고래 바다쉼터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가운데 시설에 감금된 돌고래들은 오늘도 오락거리로 소비 당하고 죽어가고 있다. 해수부와 제주도는 더 늦기 전에 마린파크의 돌고래 학대 프로그램을 영구 중단시키고 마지막 생존 돌고래를 구출해 임시 바다쉼터로 내보내라!

 

2021년 4월 19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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