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기후정치인, 색깔 달라도 지혜를 모아

  • 이수연 기자
  • 2024.03.08 12:35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
정혜림 국민의힘 기후변화 영입인재

왼쪽부터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지혜로운 두 사람이 있다.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기후위기를 해결할 정치인이 되겠다고 22대 총선에 나선 이들이다. 둘은 공교롭게 이름에 '지혜 혜'가 들어간다. 기후위기 당사자인 90년대생 여성이라는 점, 한 분야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라는 점도 비슷했다.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돼야 한다는 절박한 눈빛도 똑같이 읽혔다.

그러나 예상대로 둘은 달랐다. 한쪽은 녹색, 다른 한쪽은 빨간색이다. 한 명은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고, 다른 한 명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이쪽은 기후위기 해법으로 불평등 해소를 말하고, 저쪽은 산업 전환을 말한다.

특별히 이번 인터뷰는 <뉴스펭귄> 독자를 비롯해 기후유권자들이 두 정치인 후보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후유권자란 후보자의 기후대응 공약을 중심으로 투표하려는 유권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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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후보 사무실에서 만난 둘은 인터뷰 내내 상대의 답변을 경청하고 부드럽게 반박했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더니, 쉬는 시간엔 '거기 상황은 어떤지' 안부를 물으며 격려한다. 다가올 22대 국회는 기후위기 앞에 보수와 진보의 '지혜'를 모을 수 있을까. 국민 5명 중 3명인 기후유권자의 요청인데 말이다.

왼쪽부터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 왜 '기후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이유부터 들어야겠다

김혜미(이하 김) 사회복지사로 일해오면서 사회적 격차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잘 아는 복지의 영역에서, 우리 사회가 마주한 기후위기 문제를 분명하게 해결하는 결과를 만들고 싶어 녹색당에 입문했다.

정혜림(이하 정) 기업에서 기후기술과 녹색산업 분야를 연구하면서 정책이나 정치가 뒤따라오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중요한 건 탄소감축이고, 이는 산업 전환의 문제다. 탄소감축을 현실감 있게 이끌어줄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국민의힘에 직접 문을 두드렸다.

 

-기후위기 피해는 공평하지 않다. 불평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위 1% 기업이 탄소 50%를 배출한다. 그럼에도 격차가 줄지 않아서 불평등이 계속 늘어나는 거다. 불평등 해소가 가장 중요한 기후대응 해법이 돼야 한다. 불평등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돌파해가는 정치인의 소양이 필요하다. 

정 불평등을 계속 줄여가는 건 정치의 중요한 역할인데, 미래가 약속되지 않는다면 공허할 뿐이다. 기후위기 적응과 완화가 균형 있게 가야 하는 이유다. 완화하지 않고 적응만 말할 수 없다. 다만 기후위기 완화, 즉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산업 전환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부족했다.

 

-2년 전 인권위는 '기후위기는 인권문제'라고 선언했다. 특별히 아동 인권을 위한 기후공약이 있나

정 아동을 포함한 기후 취약계층 보호 인프라를 빠르게 확산하고, 과학적 분석을 통한 재난 예측과 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가 위기를 정확히 알고 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전생애 기후교육을 확대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방안을 제안하고 책임 있게 실현하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야말로 아동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아동과 같은 취약계층이 기후위기에 적응하도록 적정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사는 집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그린리모델링도 꼭 필요하다. 또 기후위기로 에너지 사용량이 늘면서 난방비가 상승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에너지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약도 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탄소세를 신설해 확보하려고 한다.

 

-기후위기는 에너지위기로 이어진다. 에너지전환 우선순위는

특정 지역에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 지으면서 그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안전하진 않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꼭 필요한 과제다. 정쟁화하려고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게 아니다.

기후위기 자체만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전력 수요량이 증가한다. 철강을 생산할 때 석탄으로 만든 고로 대신 전기로를 쓰거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고 있다. 전력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선택지를 재생에너지로 제한하기보다 무탄소 에너지원을 늘려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기후위기 전문가를 인재로 영입한 건 솔직히 의외였다. 어떤 대화가 오갔나

그동안 우리 당에서 기후위기 담론을 이끌어가겠다는 정치인이 거의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입법 경험도 있고 당사자 세대인 제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해 국민의힘에 지원서를 냈다. 놀랐던 건 국민의힘 안에서 기후위기를 고민한 정책이 생각보다 많이 준비돼 있었다는 점이다. 저는 이 정책들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작업을 했다.

 

-김혜미 후보는 마포구에 출마했다. 지역의 기후의제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마포의 중요한 기후의제는 쓰레기 소각장 문제다. 마포에서 녹색정치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단순히 '더 짓지 말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감축의 문제로 얘기하고 있고, 주민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경의선 숲길처럼 탄소흡수원 역할하는 도심 숲길을 주민이 누릴 권리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도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 유일 복합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가 있는데, 어떻게 단계적으로 문을 닫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릴지도 풀어야 할 문제다.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있나

 어떤 경제를 만들지부터 사회적으로 다시 합의해야 한다. 산업을 제대로 전환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앞으로도 경제성장에 이득이 될지 근본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과 같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기후위기 시대에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산업을 전환해야 하는 문제다. 무언가 자꾸 규제하고 막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기후대응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바뀌고 기존 산업에서 새 산업으로 성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문제다. 이미 탈탄소 선택지는 많다. 그중 어떤 분야에서 선점하고 경쟁력을 갖출지 논해야 할 때다.

 

-청년 정치인 당선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한결같은 모습이 중요한 것 같다. 혹시 이번에 당선하지 못한다면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계획인지

정 원래 기술이나 산업 쪽으로 기후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연구원이었다. 전과 비슷한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직장 놔두고 왜 가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미 배수의 진을 치고 왔기 때문에 그 뒤는 고민해본 적 없다.

정당에서 정치를 배우고 자랐던 만큼, 제가 사는 지역에서도 주민들과 함께 기후대응을 고민하며 실제 변화를 만드는 정치인으로 커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당선이 돼야 한다. 가능성이 보이는 선거를 만드는 게 이번 선거의 목표다. 

 

-기후 정치인이 되면 하고 싶은 일 3가지를 꼽는다면

기후위기 대응 관련한 법안 마련하기, 기후위기를 국회 의제로 올리기 위해 동료 정치인들 설득하기, 불평등 해소와 함께 가는 탄소중립 실현하기.

무탄소 에너지원 보급하기,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탈탄소화 지원하기, 기후 스타트업 등 미래 산업 육성하기.

 

-두 사람은 다른 점도 많지만 '기후', '청년', '여성'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녹색당은 기후의제의 중요성을 말하는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 청년들은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 경험이 가장 적은 세대인데, 적어도 기후문제에 있어선 서로 메꿔가며 각자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정치를 함께하면 좋겠다. 꼭 잘 되시길. 

앞으로 우리 둘이 살아갈 날이 지금 정치인들보다 더 길다. 정혜림이라는 새 정치인이 국민의힘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좋겠다. 탄소감축뿐 아니라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정치를 함께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왼쪽부터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김혜미 녹색정의당 마포갑 후보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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