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3년, 그 속에서 방관된 불법채굴

  • 이수연 기자
  • 2024.02.05 12:03
왼쪽부터 2019년과 2022년 미얀마 카친주 남산양 마을의 모습. 불법 채굴의 장으로 전락했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지난 2월 1일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약 44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군부의 가혹한 탄압은 자연을 향해서도 이뤄진다.

군부는 숲과 땅, 마을을 파괴하는 불법 채굴을 눈감아 주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고 전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야생동물 보호구역까지 채굴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다.

미얀마 지역매체 다웨이와치는 아시아코끼리와 표범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타닌다리 자연보호구역(TNR)에서 채굴 행위가 쿠데타 직전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약 3.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타닌다리 보호구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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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예일대 산림환경대학원 웹진 '예일 환경 360'은 미얀마 카친주에서 불법 채굴이 이뤄지는 현장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인도지호수 야생동물 보호구역, 후쿵계곡 야생동물 보호구역, 카까보라지산 인근이라고 밝혔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물새와 거북, 아시아코끼리와 호랑이, 레서판다 등이 서식한다.

카친주는 10년째 군부와 내전을 이어오는 곳인 동시에 불법 채굴로 악명 높았던 지역이다. 금, 옥 등이 매장돼 있으며 특히 희토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최대 생산지로 꼽힌다. 군부는 물론이고 이에 저항하는 카친족 독립군도 중국 채굴업자에게 땅을 내어주며 전쟁 자금을 마련해왔고 결국 2016년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인허가가 중단됐다.

미얀마 카친주에서 불법 채굴을 자행하는 모습. (사진 메콩아이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그러나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법치가 무너지면서 군부는 오히려 중국 채굴업자에게 채굴을 허용했다.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지역민들은 황폐해진 땅에서 생계를 잃고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추출한 희토류는 테슬라, 폭스바겐, 미쓰비시전기 등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부품으로 공급된다.

카친주 천연자원부 등으로 구성된 거버넌스 그룹은 2023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쿠데타 이후 카친주에서 이뤄진 불법 채굴이 1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법 채굴을 부추기는 미얀마 군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지난해 3월 덴마크국제학연구소는 보고서를 내고 "미얀마 군부는 내전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천연자원을 추출하고 있다"며 "쿠데타 이후 급증한 광산 채굴은 자연을 파괴하고 지역민을 강제로 이주시켜 결국 환경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알렉스 로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교수 등은 지난해 11월 호주 이스트아시아포럼에 기고한 칼럼에서 "군부가 지원하는 반생태적 사업은 더 많은 삼림벌채로 이어지고 홍수 위험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기후취약국 미얀마,
개발에 집 잃은 주민들

한편, 메콩강 뉴스플랫폼 메콩아이(Mekong eye)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얀마 카친주 남부 남산양 마을에서 벌어지는 불법 채굴로 집과 생계를 잃은 원주민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광산 개발로 마을 곳곳이 황폐해지자 가진 땅과 집마저 해외 채굴업자에게 팔 수밖에 없는 지역민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천연자원도 풍부하고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열대우림이 있는 미얀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이기도 하다.

2021년 세계기후위험지수에 따르면 미얀마는 183개국 중 기후위기 영향을 받는 국가 2위에 올랐다. 유엔 미얀마정보관리부서(MIMU)는 2021년 미얀마 인구의 40%가 기후위기, 환경 악화, 재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추정했다. 

불법 채굴로 숲과 땅, 마을이 사라져가는 미얀마 카친주. (사진 메콩아이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불법 채굴로 숲과 땅, 마을이 사라져가는 미얀마 카친주. (사진 메콩아이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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