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무더위 속 기후변화 기록한 '이것' 사라져

  • 남예진 기자
  • 2024.02.01 14:30
코르바시에르 빙하. (사진 카포스카리대학교)/뉴스펭귄
코르바시에르 빙하. (사진 카포스카리대학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지구가열화로 인해 빙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빙하에 새겨진 기후기록도 급속도로 유실되고 있다.

스위스 국립연구소(PSI), 프리부르대학교, 카포스카리대학교 연구진은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수년 전 혹은 수십만년 전의 기온, 강수량, 대기 중 부유물질 농도, 기체 동위원소비 등을 조사하기 위해 빙하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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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이 얼음으로 바뀌면서 생성되는 빙하에는 당시 화산재, 꽃가루, 오염물질과 기체 등이 포집된다. 즉 식물의 나이테처럼 빙하와 함께 얼어붙은 기포와 미립자를 통해 당시에 기후상황을 조사할 수 있다.

단 정보훼손이 최소화되도록 남극, 그린란드, 고산지대 등 빙하가 연중 내내 얼어붙은 지역에서 빙하를 채취해야 한다.

지구가열화로 인해 빙하에 새겨진 기후변화 기록이 유실됐다. (사진 스위스 국립연구소)/뉴스펭귄
지구가열화로 인해 빙하에 새겨진 기후변화 기록이 유실됐다. (사진 스위스 국립연구소)/뉴스펭귄

스위스 코르바시에르빙하 역시 해발 4100m에 위치해 정보훼손이 최소화된다. 코르바시에르빙하는 여름에는 암모늄, 질산염, 황산염 등 대기오염 물질이 다량 퇴적되지만, 겨울에는 대기오염 물질이 적게 퇴적돼 계절적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8년까진 코르바시에르빙하로 7년간의 기후변화를 분석할 수 있었다. 다만 2020년에 채취한 빙하는 상부층에서만 변화가 뚜렷했고 과거에 형성된 빙하일수록 미립자 농도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

마르기트 슈비코프스키 연구원은 "여러 가지 영향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몇 년간 연이어진 무더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지구가열화의 여파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수 미터 아래에 놓인 빙하 속 미립자들도 함께 씻겨내려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도서관에 비치된 서적을 뒤죽박죽 섞어버린 것처럼, 빙하가 녹고 다시 얼어붙는 과정에서 빙하에 기록된 기후정보들이 뒤섞여 자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빙하가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왔지만, 빙하가 만들어지는 고산지대조차 이렇게 큰 변화를 겪으리라 생각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마르기트 슈비코프스키 연구원은 "1.5℃ 문턱을 이제 막 넘은 것 같으나, 예상보다 강력한 피해를 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록 코르바시에르 빙하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아직 남아있지만, 이대로라면 다른 빙하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연구진은 기후학자들이 향후 연구를 위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빙하를 채취해 남극 콩코르디아 연구소에 보관하는 것을 목표하는 만큼, 빙하 채취 역시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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