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계천 조류상가, 아직도 팔리는 철새...'불법 아냐?'

  • 이수연 기자
  • 2024.01.15 14:32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앵무새, 도마뱀, 열대어 등 온갖 동물을 판매하는 청계천 애완동물거리. 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조류상가'로 불리는 이곳에 팔려선 안 될 새들이 팔리고 있다. 철새들이다. 야생에서 포획한 것으로 보이는 철새를 다른 새들과 섞어 파는 현장을 <뉴스펭귄>이 취재했다. 2000년대 초반보다는 야생조류 판매가 줄었지만, 사라지진 않은 현실이다.

지난 2023년 11월 28일 취재팀은 서울 종로구 청계천7가의 한 조류원에서 새장에 갇힌 철새 약 5마리를 목격했다. 가게 가장 안쪽에 위치한 새장이었다. 다른 조류에 비해 거칠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허위행 전 국립철새연구센터장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이 새의 정체는 '밀화부리'로 확인됐다. 현장에 동행한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이 가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야생조류를 들여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청계천 애완동물거리의 한 조류원에서 팔리고 있던 수컷 밀화부리.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지난해 11월, 청계천 애완동물거리의 한 조류원에서 팔리고 있던 수컷 밀화부리.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영상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앞서 2022년 12월 생명다양성재단은 청계천 일부 조류원에서 밀화부리, 동박새, 붉은가슴울새 등 포획 금지된 철새를 판매하는 정황을 알렸다. 당시 종로구청은 단속에 실패했다. 2022년 생명다양성재단 측이 방문했을 때 야생조류를 파는 조류원은 두 곳이었는데, 1년 후 취재팀이 찾아갔을 땐 한 곳에서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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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화부리는 노란 부리가 특징인 여름철새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 번식하고 동남아에서 월동한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텃새화돼 우리나라에선 4계절 내내 볼 수 있다. 수컷의 머리는 까만색이며 암컷은 등과 같은 회색이다. 이름에서 밀화는 '노란 호박'을 가리키는데, 부리가 마치 샛노란 보석 호박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밀화부리'로 불린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과거 1980년대 후반까지 조류 판매 시 밀화부리가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한 기록이 있으며, 이를 볼 때 종의 감소에 남획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같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수컷 밀화부리.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종로구의 변명 "인력 없다"
판매는 불법 아니다?

이날 <뉴스펭귄>과 함께 밀화부리 판매 상황을 목격한 생명다양성재단은 종로구청에 공문을 보내고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현장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인력이 부족해서 충원하는 중"이라며 "이번 주에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틀 후인 11월 30일 취재팀은 다시 청계천 애완동물거리를 찾았다. 밀화부리는 어김없이 새장 안에 있었다. 인근 조류원에 들어가 야생조류를 판매하는지 묻자 직원은 "우린 야생조류 없다. 야생조류 판매는 불법이다. 파는 것도 키우는 것도 금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조류원은 약 1년 전 생명다양성재단이 고발했던 야생조류 판매점 중 하나다. 

직원의 말처럼 야생조류 판매가 불법이라면 왜 지금까지도 판매가 이뤄질까. 현행법상 멸종위기종이 아닌 야생생물은 포획과 채취만 금지할 뿐,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19조는 멸종위기종이 아닌 야생생물 중 환경부령으로 지정한 목록을 '포획'할 경우 불법으로 여긴다. 밀화부리는 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

한 조류원에 갇혀있던 밀화부리. 포획이 금지된 종이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한 조류원에 갇혀있던 밀화부리. 포획이 금지된 종이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포획은 불법, 판매는 애매
불법포획 증명 어려운 탓

야생생물법 9조에 따라 불법포획을 알고서 새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문제는 포획인지 사육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청계천에서 팔리는 야생조류가 실제 포획됐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청계천 조류상가는 다른 곳에서 사들여 재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획한 새인지 몰랐다고 하거나 직접 키웠다고 하면 위법 여부가 애매해진다. 포획한 새를 구매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위법"이라고 했다. 청계천에서 팔리는 포획 금지된 종을 몰수할 순 있지만 처벌로 이어질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잡았을 가능성이 커요."

그러나 조류 전문가들은 청계천에서 팔리는 철새가 사육개체가 아닌 실제 자연에서 잡혔을 것으로 확신했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야생동물학 교수는 "야생에서 포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밀화부리는 거제, 부산 등 우리나라 남부 쪽에서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의외로 기술만 좋으면 쉽게 잡는다"고 말했다.

 

결국 불법포획 처벌 강화해야
여전히 팔리는 '새그물'

(사진 네이버 캡처)/뉴스펭귄

결국 근본적으로는 불법포획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창용 교수는 "불법포획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걸려도 벌금형에 그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야생조류를 밀렵하는 도구로 주로 새그물이 쓰이는데,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일본 같은 나라에선 새그물 제작, 판매, 소지를 전부 금지한다"고 말했다. 조류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새그물이 야생조류 포획에 쓰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1일 약 40일 만에 취재팀이 다시 조류원에 방문했을 때, 밀화부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야생조류가 팔리고 있었다. 노랑턱멧새와 되새였다.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진다는 건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청계천에서 야생조류를 사들이는 수요자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40일 뒤 다시 방문한 조류원에 밀화부리는 사라지고 노랑턱멧새와 되새가 들어왔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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