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산사태 원인이라는 '임도', 예산은 늘었다

  • 이수연 기자
  • 2023.11.17 16:49
기사 본문과 상관 없는 임도 작업 중인 산. (사진 산림청)/뉴스펭귄
기사 본문과 상관 없는 임도 작업 중인 산. (사진 산림청)/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산에 내는 길인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올해 대비 늘어난 내년도 임도 예산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앞서 산림청은 임도 보강과 신설을 위한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470억원 늘린 2941억2800만원으로 편성했다. 임도는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로,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거나 산불 진화를 위한 차량 통행용으로 쓰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이 예산안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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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임도 신설은 임업의 시각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등을 반영한 조사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며 "산사태 발생 원인이 임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임도 신설 예산 감액안을 제시했지만 다수의견에 밀릴 것을 우려해 부대의견으로 변경했다.

농해수위는 △임도 신설 시 환경단체 등 다양한 전문가 참여 △임도 신설 시 지역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산림청 예산안의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공공기관 연구원도 인정한
산사태 주범 '임도'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임도는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됐다. 나무를 잘라 길을 만들면 빗물이 한곳으로 모이고, 결국 임도 가장자리의 토사가 거센 빗물에 쓸려 산사태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7월 충남 논산 산사태의 원인을 '임도에서 발생한 불안정한 요인에 기인한 붕괴'로 분석했다.

(사진 경상남도의회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경남 창원 쌀재터널 산사태를 임도가 촉발했다고 분석한 박재현 인제대 교수. (사진 경상남도의회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지난 9월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산림청 임도 정책 토론회에서 박재현 인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올해 8월 경남 창원 쌀재터널에서 발생한 산사태를 두고 "여기는 원래 산사태 위험 3등급인, 산사태 취약성이 높지 않은 곳"이라면서 "임도는 급경사에 쌓였던 토사를 아래로 한 번에 쏟아지게 한 방아쇠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윤혜연 국립생태원 연구원 등이 지난 3월 한국사진지리학회지에 게재한 '통계적 공간통합 모델을 적용한 산사태 취약성 지도 작성 연구' 논문을 보면 산사태 취약성이 95% 이상 높은 지역은 임도 주변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발생지의 지형 특성과 공간 분포를 분석하기 위해 경북 영양·울진 왕피천유역 생태경관보존지역을 조사한 결과다.

(사진 '통계적 공간통합 모델을 적용한 산사태 취약성 지도 작성 연구' 논문 캡처)/뉴스펭귄
(사진 '통계적 공간통합 모델을 적용한 산사태 취약성 지도 작성 연구' 논문 캡처)/뉴스펭귄

 

현 산림청장 "임도는 재난관리 근간"
전 산림청장 "임도 자체 부실 증명해야"

그러나 산림청은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경영 등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는데 생태계 보전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극단적이고 확증편향적"이라며 "게다가 임도는 세계적으로 산림경영과 산림재난관리의 근간"이라고 지난달 16일 국정감사에서 말했다.

산림청의 산사태 원인 조사 용역을 받아온 한국치산기술협회 최병암 협회장은 같은 날 "임도나 벌채지 또는 절개지가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임도가 원인이 되려면 임도 자체의 부실이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협회장은 전 산림청장이다.

한편, 국회가 산림청의 임도 관련 예산안을 삭감 없이 의결하자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산림청 등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산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도 예산 증액에 찬성했다"며 "산사태 원인 조사에 산림청 산하 한국치산기술협회는 배제해 객관적인 원인 규명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남성현 산림청장. (사진 NATV 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남성현 산림청장. (사진 NATV 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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