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적군 주의" 침팬지는 왜 언덕에 올랐을까?

  • 남예진 기자
  • 2023.11.11 00:15
침팬지. (사진 flickr Nigel Hoult)/뉴스펭귄
침팬지. (사진 flickr Nigel Hoult)/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인간과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가 다른 세력을 감시하기 위해 고지대를 선점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등 국제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 생물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투에서 고지대를 차지할 경우, 시야 확보를 통해 적의 동태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사람들은 전투에서 고지를 확보하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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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 동물의 경우 포식자를 경계하거나, 먹이 탐색, 짝짓기를 위해 고지대를 차지하는데, 최근 연구에서 침팬지들이 사람과 비슷한 이유로 언덕처럼 높은 곳에 오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침팬지들은 영역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주 집단 다툼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승자는 영역을 확장해 더 많은 식량과 짝짓기 기회를 얻고자 한다.

일부 영역이 겹치는 침팬지 무리를 관찰한 결과, 침팬지들은 적을 감시하기 위해 지형을 활용했다. (사진 Chimpanzees make tactical use of high elevation in territorial contexts 논문)/뉴스펭귄
일부 영역이 겹치는 침팬지 무리를 관찰한 결과, 침팬지들은 적을 감시하기 위해 지형을 활용했다. (사진 Chimpanzees make tactical use of high elevation in territorial contexts 논문)/뉴스펭귄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타이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침팬지 두 집단을 관찰했다. 각 집단은 침팬지 40~45마리로 이뤄졌으며, 성체 수컷 5~6마리, 암컷 10~13마리, 그 외에는 청소년과 유·아동으로 구성돼 있다.

3년간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경쟁 무리의 영역에 가까워질수록 고지대에 오르는 확률이 2배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경쟁 무리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상대의 영역을 침범할 확률도 높았다. 실제로 경쟁 무리가 500m가량 떨어진 경우 영역을 침범할 가능성이 40%였으나, 1㎞ 부근에선 50%, 3㎞ 내외에선 60%에 달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비인간 종도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고지대를 활용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사람들은 시야 확보를 위해 고지대를 점령하지만, 침팬지는 서식지에 수목이 울창하기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닌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고지대를 점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지대에 오른 침팬지들은 소란스러운 행동을 하기보다 휴식을 취하며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연구진은 "침팬지들의 고지대 점령은 상대의 '팬트 후트(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목소리)'와 나무를 내려치는 행위에 귀 기울여 영역을 지키려는 것도 있지만, 불필요한 전투를 피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집단 전투를 통해 어느 한쪽은 더 많은 식량과 짝짓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구성원이 납치되거나 살해되는 경우도 많아 양쪽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침팬지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 캡처)/뉴스펭귄

한편 침팬지는 밀렵과 서식지 파괴, 전염병 확산으로 급격한 개체수 감소를 겪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dangered, EN)'로 등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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