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최대서식지 개발 운명, 낙동강청에 달려

  • 이수연 기자
  • 2023.10.31 18:19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낙동강청은 엉터리를 걸러내지 못하고 초안 협의를 해준 겁니다. 지금 본안 협의 중이신데 오늘 지적한 부분 꼼꼼하게 재검토하실 거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최종원 낙동강환경유역청장이 나눈 대화다. 이은주 의원은 대저대교 건설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의 거짓·부실 작성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구했고 최종원 청장은 받아들였다.

부산 대저대교 이외에 낙동강환경유역청(이하 낙동강청)이 담당하는 거제 남부관광단지 사업 환경영향평가 역시 거짓·부실 의혹을 받는 가운데, 멸종위기종 최대 서식지에서 추진하는 두 개발사업에 관해 낙동강환경유역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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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최종원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사진 NATV 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최종원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사진 NATV 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거제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
대흥란 수 7배 차이...누가 맞아?

거제 남부관광단지는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과 동부면 일대에 대규모 골프장과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환경단체들은 사업자인 거제시와 경동건설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사업 예정지 내 멸종위기종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에는 멸종위기종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가 서식한다.

(사진 원종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뉴스펭귄
(사진 원종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뉴스펭귄

낙동강청은 환경영향평가서를 조건부 동의했다. 추가로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관해 사업 승인권자인 경상남도와 협의하는 조건이었다. 지난 7월 경상남도 추천 전문가 2인과 낙동강청 추천 전문가 3인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멸종위기종 2종을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종 대흥란은 727개체가 발견됐다. 대흥란 서식지로 국내 최대 규모다. 

거제외줄달팽이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사체 1마리로 기록됐으나 공동조사에선 '살아있는 채로' 22마리가 발견됐다. 이에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측은 "환경영향평가서엔 대흥란이 골프장 예정지 외 3곳에서 95개체가 발견됐다고 나왔으나 공동조사 결과 예정지 내 200여곳에서 727개체를 확인했으니 평가서는 거짓"이라며 전 낙동강청장과 사업자 경동건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낙동강청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작성 여부를 검토했고 지난 24일에는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이나 부실은 아니라고 의결했다. 검토위는 "조사 시기, 시간, 강수량 등이 달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청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낙동강청이 구성한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가 과거 사업자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두고 '거짓도 부실도 아니다'라고 결론지은 데 대한 반박이다. 이들은 "검토위가 발표한 자료는 멸종위기종 대흥란 조사 지점수를 개체수로 표시했으며 일부 논문만 골라서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조사 결과인 대흥란 727개체와 거제외줄달팽이 22개체 자생지를 낙동강청은 원형보존해야 한다"면서 "성공한 적 없는 이식·이주는 멸종위기종을 멸종에 이르게 하는 환경부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각기 다른 대흥란 개체수 조사 결과. (사진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뉴스펭귄
각기 다른 대흥란 개체수 조사 결과. (사진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뉴스펭귄

 

부산 대저대교 예정지,
대모잠자리 최대 서식지인데

27일에는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 노선 제시에도 기존 노선대로 추진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작성됐다며 부산시와 평가서 작성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작성에 관한 부산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지만 2주가 지난 지금도 부산시는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올해 1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낙동강청에 4년 만에 다시 제출했다. 대저대교는 부산시 강서구와 사상구를 잇는 8.24㎞ 다리로, 교통 체증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19일 국정감사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최종원 낙동강청장을 증인으로 불러 1월 재접수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거짓·부실 의혹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서 160개를 조작해 지난해 법적 처벌을 받고 폐업한 업체가 이번 평가서에도 이름을 올렸다"며 "바로 직전 평가서 거짓 작성 업체가 어떻게 다시 참여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대모잠자리. (사진 습지와새들의친구)/뉴스펭귄
대모잠자리. (사진 습지와새들의친구)/뉴스펭귄

또 "평가서엔 2020년 5월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가 1개체 발견됐고, 다리 예정지와 1㎞ 떨어져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하는데 올해 5월 조사에서 84개체가 관찰됐다"고 꼬집었다. 이수동 경상국립대 교수 등은 '대저대교 예정지 영향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은주 의원은 이외에도 조류 전문가 합동조사에 비전문가 집단 참여, 낙동강 횡단 교통량 조작 등 초안에서 발견한 거짓·부실 의혹을 언급하며 현재 진행 중인 본안을 제대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지난 9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해 현재 낙동강청과 협의 중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27일 부산시청 앞에서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작성됐다며 부산시와 평가서 작성 업체에 대한 부산경찰청의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뉴스펭귄

 

비슷한 두 사업,
낙동강청 결정만 남아

부산 대저대교와 거제 남부관광단지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서에 멸종위기종 개체수가 사실과 달리 적게 작성됐다는 유사한 지적을 받는다. 동시에 두 개발사업 예정지는 멸종위기종 최대 서식지로 꼽히는데, 모두 낙동강청의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거제 남부관광도시 관련 낙동강청은 멸종위기종 대흥란 727개체를 발견했던 공동조사 결과에 대한 협의의견을 경상남도에 전달하는 일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거제 남부관광단지가 멸종위기종 최대 서식지로 남을지 골프장이 될지는 낙동강청이 전달할 협의의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펭귄> 지난 취재를 종합하면 경상남도는 승인권자이지만 낙동강청의 협의의견에 따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청은 아직 협의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다. 31일 낙동강청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언제 전달할지 미정"이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부산 대저대교 관련 낙동강청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약속했듯이 9월 부산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초안에서 드러난 거짓·부실 의혹을 해소했는지 검토해야 한다.

한편 부산시는 취재를 거부했다. 

22일 대저대교건설 철회를 요청하는 현장 퍼포먼스를 진행한 습지와새들의친구 (사진 습지와새들의친구)/뉴스펭귄
대저대교 건설 철회를 요청하는 습지와새들의친구. (사진 습지와새들의친구)/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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