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셰이'가 뭐길래...필리핀 뒤덮은 이 '문화'

  • 임지영 펭윙스
  • 2023.10.27 10:10
필리핀에선 다양한 제품이 소분 상태로 판매된다. (사진 임지영 펭윙스)/뉴스펭귄
필리핀에선 다양한 제품이 소분 상태로 판매된다. (사진 임지영 펭윙스)/뉴스펭귄

[뉴스펭귄=필리핀 임지영 펭윙스] 달걀부터 담배까지, 무엇이든 작게 소분해 파는 필리핀의 사셰이(Sachet) 문화를 뿌리뽑을 대안으로 '리필'이 제시되고 있다.

필리핀에선 대형마트부터 길거리의 사리-사리(Sari-sari)스토어(소매점)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쉽게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지 사셰이를 만나볼 수 있다.

샴푸, 린스, 치약, 세제, 섬유유연제, 화장품, 각종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사셰이에 담겨 판매되며, 개당 약 5~10페소(약 125~250원)로 일반 제품에 비해 저렴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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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셰이에 소량씩 담아 판매하는 '소매(Tingi)' 문화는 필리핀의 식민지 시절부터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에도 필리핀 가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과 저소득층으로 이뤄진 탓에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필리핀에선 하루에 얼마나 많은 사셰이가 소비되고 있을까?

2020년 세계소각로대안연합(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 GAIA)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약 1억6400만 개가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하루 평균 소비량은 1.64개지만, 도심지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하루에 6개까지도 사용한다. 사셰이 문화는 이미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에 뿌리내린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필리핀에서 다량의 사셰이가 소비되면서 매년 27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중 20%가 해양으로 유출돼 필리핀 해안지역의 어업과 관광사업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필리핀 환경과 사람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셰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필리핀 케손시를 비롯해 비영리단체 그린피스와 임팩트 허브(Impact Hub)는 지난 7월부터 '리테일 샷(Kuha sa Tingi)'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케손시에선 사리-사리스토어 30곳에서 리필스테이션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사리-사리스토어의 매출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소비량도 줄었다고 발표했다. (사진 케손시 시장 Joy Belmonte X 계정 @QCMayorJoy)/뉴스펭귄
케손시에선 사리-사리스토어 30곳에서 리필스테이션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사리-사리스토어의 매출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소비량도 줄었다고 발표했다. (사진 케손시 시장 Joy Belmonte X 계정 @QCMayorJoy)/뉴스펭귄

해당 프로젝트는 소비자들이 사리-사리 스토어에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올 경우 세제, 섬유유연제, 식기 세척액 등을 필요한 만큼 사갈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것이다.

케손시 당국은 사리-사리 스토어 30곳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시범 운영함으로써 사셰이 사용량을 4만7061개 줄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필리핀 전반에 확산된 사셰이가 다방면에 걸쳐 피해를 미치는 만큼, 하루빨리 사셰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문화가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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