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가장 비극적인 단어 꼽았더니...

  • 이수연 기자
  • 2023.10.25 17:51
기후위기 시대 가장 비극적인 단어로 '모르다'가 꼽혔다. (사진 이동시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기후위기 시대 가장 비극적인 단어로 '모르다'가 꼽혔다. (사진 이동시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기후위기 시대 가장 비극적인 행동을 묘사하는 동사로 '모르다'가 뽑혔다.

기후, 동물, 생태계 이슈를 다루는 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는 올해 진행한 전시 프로젝트에서 이같은 투표 결과가 나왔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 주제는 '비극경연'으로 비극작가 10명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초래한 동사 10개를 제시하고 그중 하나를 관객 투표로 추방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렸던 비극경연을 모티브로 했으며 여기서 비극은 문학 장르이자 '슬프고 애통한' 현상 자체를 동시에 의미한다. 관객들은 각 비극작가의 설명을 들은 후 가장 추방하고 싶은 비극적인 동사를 조약돌로 투표했다. 이 투표 방식은 아테네 시민들이 독재자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을 비밀 투표해 도시 밖으로 몰아내던 풍습인 도편 추방제에서 착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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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도편 추방제에서 착안한 비극경연 조약돌 투표 방식.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도편 추방제에서 착안한 비극경연 조약돌 투표 방식.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후보로는 '골프치다', '냉소하다', '달을 가리키는 손만 보다', '모르다', '몰려가다', '비관하다', '벌채하다', '자본화하다', '적응하다', '휴대폰하다' 등 10개 동사가 선출됐다. 

관객 투표 결과, 동사 '모르다'가 가장 비극적인 행동 단어로 선정됐다. 동사 '모르다'를 출품한 김한민 작가는 "도시 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데도 지상에선 이 위기를 인지하는 자가 없다"며 "유례 없이 거대한 이 비극을 비극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하다', '적응하다', '자본화하다', '몰려가다' 등이 뒤를 이었다. 동사 '휴대폰하다'를 출품한 최정화 작가는 "남편을 완벽하게 만들어준 이 스마트폰 앱이 완벽하지 못한 이유는 이 앱이 사용하는 인공위성을 제대로 수거할 기술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무분별한 앱 사용으로 지구 밖은 완전히 쓰레기로 뒤덮여 버렸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 가장 비극적인 행동을 추방하는 비극경연 현장.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기후위기 시대 가장 비극적인 행동을 추방하는 비극경연 현장.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비극경연 출품작으로 동사 '몰려가다'를 내놓은 김산하 생물다양성재단 대표는 "우리가 매일 대량으로 신선하게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쏟아부어야 하는 물과 농약, 값싼 노동력이 너무나 당연해지고 선박 대신 항공 운송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커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전부 한곳으로 몰리기 때문에 세상은 기울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동시의 이번 전시는 시각적 표현 대신 문학적으로 풀어냈다는 특징이 있다. 이동시의 일원인 정창윤 작가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환경과 동물이 떠올랐다. 그 비극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고 특히 약자들이 먼저 겪는다. 우리 시대를 망가뜨리는 비극을 쫓아내자는 의미로 비극경연을 함께 기획했다"고 말했다. 

비극경연에 출품된 각 동사에 대한 글을 읽는 관객들.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비극경연에 출품된 각 동사에 대한 글을 읽는 관객들. (사진 이동시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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