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왕 '사자'보다 두려운 포식자의 정체는?

  • 남예진 기자
  • 2023.10.07 00:05
크루거국립공원의 사자.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크루거국립공원의 사자.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아프리카 야생 포유류들이 사자의 울음소리보다 사람들의 말소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웨스턴대학교와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아프리카 야생동물이 사자보다 인간을 더 두려워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제 생물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주변에 야생동물이 접근할 경우 60dB크기 소리를 송출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동물들의 반응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사진 웨스턴대학교 Michael Clinchy)/뉴스펭귄
연구진은 주변에 야생동물이 접근할 경우 60dB크기 소리를 송출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동물들의 반응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사진 웨스턴대학교 Michael Clinchy)/뉴스펭귄

뾰족한 송곳니와 재빠른 몸, 민첩한 반사 신경을 가진 사자는 육상동물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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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야생동물이 사자와 인간 중 누구를 더 두려워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 웅덩이 주변에 음성송출 장치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음성송출 장치를 통해 사자 울음소리, 사람 대화 소리, 개 짖는 소리, 총소리 등을 들려준 후 야생동물의 반응을 비교했다.

사자소리, 사람의 말 소리, 사냥소리가 송출될 때 동물들의 반응을 녹화한 영상이다. (영상 웨스턴대학교)

야생 포유류 19종에게 소리를 들려준 결과, 사자 소리나 사냥 소리보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달아날 가능성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들은 사람 목소리를 들었을 때 40% 더 빠르게 도망쳤다.

특히 코뿔소, 코끼리, 기린, 표범, 하이에나, 얼룩말, 혹멧돼지 등은 약 95%가 사자 소리보다 사람 소리에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웅덩이에서 멀리 달아났다.

그중에서도 사자와 사람의 공격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코끼리는 사자 소리가 들리자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며 장치를 훼손했다. 하지만 사람 목소리가 들릴 때는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물가에서 재빨리 도망쳤다.

연구진은 "비록 동물들이 자리에서 벗어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도피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두려움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크루거국립공원은 전세계에서 사자가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야생동물 입장에선 사자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극심한 곳일 수 있는데, 인간에 대한 공포가 이를 능가했다"고 말했다.

인간을 향한 만연한 공포는 생태관광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기린 등 멸종위기종 보존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보존학자들은 이를 역이용해 밀렵이 성행하는 지역에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송출해 남부흰코뿔소 등의 접근을 방지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주저자인 리아나 자네트 교수는 "서식지 감소, 기후위기, 멸종뿐만 아니라 우리의 존재만으로도 야생동물이 공포에 질린다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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