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가 뭐야?' 서식지 파괴 속 탄생한 '여우개' (영상)

  • 남예진 기자
  • 2023.09.24 00:15
(A)수컷 반려견과 암컷 팜파스여우의 이종교배 산물. (B)팜파스여우. (사진 Hybridization in Canids—A Case Study of Pampas Fox (Lycalopex gymnocercus) and Domestic Dog (Canis lupus familiaris) Hybrid 논문)/뉴스펭귄
(A)수컷 반려견과 암컷 팜파스여우의 이종교배 산물. (B)팜파스여우. (사진 Hybridization in Canids—A Case Study of Pampas Fox (Lycalopex gymnocercus) and Domestic Dog (Canis lupus familiaris) Hybrid 논문)/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서식지 파괴가 이종교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을과 도시가 확장되면서 가축이나 반려동물이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 여파로 질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연방대학교(UFRGS) 연구진은 서식지 파괴로 반려견과 야생여우간의 '이종교배'가 이뤄졌다고 국제학술지 MDPI의 '애니멀(Animals)'에 지난달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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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의 바카리아에서 차에 치인 야생동물이 UFRGS야생동물보존·재활센터에 이송됐다.

개와 여우의 특징을 모두 지닌 생물. (영상 Flávia Ferrari)

이 동물은 중형견 같은 외형에 여우처럼 귀가 뾰족했고, 개처럼 짖었다.

또 개들이 선호하는 음식보다 살아있는 쥐를 사냥해 먹었다. 내성적이고 경계심이 강했지만, 여우처럼 공격성을 띠지는 않았다.

당시 연구진은 "개를 돌보는 건지 여우를 뒷바라지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덤불개, 갈기늑대, 게잡이여우, 팜파스여우.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덤불개, 갈기늑대, 게잡이여우, 팜파스여우.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연구진은 이 동물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히우그란지두술주에 서식하는 덤불개, 갈기늑대, 게잡이여우, 팜파스여우 등 개과 동물 4종의 유전자와 대조했다.

덤불개는 해당 동물이 발견된 바카리아에 서식하지 않고, 둥근 귀와 갈색빛 털을 가져 외형적인 차이가 컸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개과인 갈기늑대도 크기가 1.6m에 달하는 데다, 털색이 적갈색을 띠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다르게 생겨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연구진은 유사점이 가장 많은 남아메리카여우속 게잡이여우와 팜파스여우의 유전자를 대조했다. 그 결과 이 동물이 수컷 반려견과 암컷 팜파스여우의 교배 끝에 탄생한 잡종인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포르투갈어로 팜파스여우를 지칭하는 '그락소라(Graxorra)'에 개(Dog)와 팜파스여우(Graxaim)의 합성어를 합쳐 '여우개(Dogxim)'라는 별칭을 붙였다.

세포유전학자 라파엘 크레취머 박사는 "같은 개과지만 남아메리카여우속(Lycalopex)에 속하는 동물이 개속(Canis)과 교배한 사실은 처음 보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종교배가 야생 팜파스여우 개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우개는 야생동물 보존·재활센터에서 완전히 회복한 후 '만테네도우로 산고 브라즈(Mantenedouro Sango Braz)'라는 보호소로 옮겨졌지만, 올해 돌연 의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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