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사육 범고래, 자유까지 한 걸음 남긴 채 사망

  • 남예진 기자
  • 2023.08.22 18:01
2년 내 해양 보호구역으로 방류될 예정이었던 롤리타는 지난 18일 신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사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 인스타그램)/뉴스펭귄
2년 내 해양 보호구역으로 방류될 예정이었던 롤리타는 지난 18일 신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사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 인스타그램)/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지난 3월 수족관 방류가 결정된 최고령 사육 범고래 롤리타(Lolita)가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토키(Toki)라고도 불리던 몸길이 6m 범고래 롤리타는 가로 24m, 세로 11m, 깊이 6m 크기의 수조에 52년간 갇힌 채 공연에 동원돼 왔다.

롤리타가 갇혀 있던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은 동물들에게 오염된 물과 상한 먹이를 지급해 왔고, 결국 롤리타의 동료인 휴고를 포함해 117마리 이상의 고래들이 사망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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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를 야생으로 방류해달라고 시위하는 활동가들. (사진 PeTA)/뉴스펭귄
롤리타를 야생으로 방류해달라고 시위하는 활동가들. (사진 PeTA)/뉴스펭귄

이에 비영리 동물단체인 토키의 친구들(Friends of Toki), 페타(PeTA), 범고래 네트워크(Orca Network) 등은 롤리타를 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시위하고, 수족관 측을 고발하기도 했다.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은 "롤리타가 고령인 관계로 바다로 방류할 시 건강에 악영향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2022년에 수족관의 소유권이 돌핀 컴퍼니(Dolphin Company)로 이전되면서, 수족관 측은 롤리타를 2년 안에 해양 보호구역에 방류할 것이라고 지난 3월에 발표했다. 이어 롤리타가 야생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응 훈련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키의 친구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불과 7월까지만 해도 롤리타는 복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식욕이 넘치고 양호한 건강 상태를 보였다.

또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도 지난 15일까진 롤리타의 건강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3일 후 롤리타가 신장질환으로 인해 건강이 급히 악화됐고 결국 눈을 감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수족관 측은 "롤리타는 고령이기 때문에 사망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롤리타를 사랑으로 보살펴 온 사람들과 전세계 팬들에게 슬픔을 안긴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성명을 표했다.

실제로 범고래의 평균 수명이 50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롤리타는 고령에 속하지만, 롤리타의 어미를 포함해 야생 범고래의 수명이 80세를 넘어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수족관 측에 비판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수족관은 공식 인스타그램의 댓글을 현재까지 막아둔 상태다.

페타의 잉그리드 뉴커크 회장은 "롤리타는 해양 보호구역에서 깊은 곳까지 잠수하고, 해류를 느끼며 가족과 재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이 너무 늦어지면서 롤리타는 53년간 감금된 채 1분의 자유조차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롤리타와 함께 갇혀 있던 다른 고래들이라도 하루빨리 해양 보호구역으로 방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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