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돈 만큼 귀하다고!'…화폐에 그려진 멸종위기 동물 6종

  • 남예진 기자
  • 2023.08.05 00:15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화폐는 각 국가의 역사, 문화, 자연 경관 등을 상징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국가의 얼굴로 여겨진다.

이렇게 새겨진 그림은 단순히 숫자나 문양을 새기는 것보다 위조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장점도 있다.

보통 많은 국가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위인, 문화재 등을 새기지만, 국가를 상징하거나 자국의 독특한 생태계를 알리기 위한 동·식물을 그려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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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폐에 그려진 생물 중 어떤 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지, 또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 그 중 일부를 함께 알아보자.

 

1. 한국 500원, 두루미(Grus japonensis)

500원 동전 속 두루미.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500원 동전 속 두루미.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1982년부터 발행된 500원 동전에는 멸종등급 '취약(Vulnerable, VU)'인 두루미가 새겨져 있다.

두루미는 예부터 장수와 선비의 기품 등을 상징하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서식지 개발과 환경오염의 여파로 야생 개체는 불과 2000~265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국내 월동지 중 하나인 철원에는 기업형 축사 등이 들어서면서 두루미의 발길이 서서히 끊기고 있다.

이에 철원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철원 두루미 운영협의체'를 설립해 볏짚을 설치하거나 논에 물을 대 두루미의 월동을 돕고 있다.

다만 500원에 새겨진 두루미의 비행 장면은 '제2의 경제도약' 혹은 '국제사회서 도약하는 한국'을 표현한 것으로, 두루미의 상징성이나 멸종위기에 처한 현실 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새겨진 것은 아니다.

 

2. 멕시코 50페소, 아홀로틀(Ambystoma mexicanum)

멕시코 50페소 지폐 속 아홀로틀.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뉴스펭귄
멕시코 50페소 지폐 속 아홀로틀.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뉴스펭귄

2022년부터 멕시코 50페소 지폐에는 멕시코 고유종이자 멸종등급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인 아홀로틀이 그려져 있다.

아홀로틀은 멕시코 고지대 호수 등 담수원에 서식하는 생물이다. 하지만 서식지 주변의 도시화와 관개농업 등에 의해 서식지 파괴가 진행되고, 틸라피아 등의 외래종이 유입되면서 개체수가 감소했다.

그 여파로 소치밀코 호수에서만 만나볼 수 있으며, 이마저도 1998년에는 ㎢당 6000마리 이상 서식했으나 2014년에는 ㎢당 36마리로 감소한 상태다.

해당 종은 뛰어난 재생능력을 가져 많은 연구실에서 다뤄지고 있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애완용으로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이에 멕시코는 자국의 고유종임에도 야생보다 연구용이나 애완용으로 알려진 현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아홀로틀을 지폐 모델로 차용했다.

 

3. 브라질 20헤알, 황금사자타마린(Leontopithecus rosalia)

브라질 20헤알 지폐 속 황금사자타마린.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브라질 20헤알 지폐 속 황금사자타마린.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멸종등급 '위기(Endangered, EN)'종인 황금사자타마린은 대서양 삼림에서만 서식하는 영장류로 브라질에서 가장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영장류다.

1900년대 초에는 애완용으로 포획되거나 도시화로 인해 서식지가 훼손돼 야생 개체 수가 200~300마리까지 감소했다.

브라질은 황금사자타마린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보호구역 조성, 동물원 사육 개체 재야생화, 번식 전문기관 마련 등을 실천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개체수가 약 3700마리로 늘어 브라질에선 중국의 자이언트판다처럼 멸종위기종 복원의 긍정적인 결과물로 여겨진다.

특히 복원된 개체의 50%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은 개체들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만큼,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종 복원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에 브라질은 황금사자타마린의 개체수 복원을 기념하고자 보존조치 시행된 지 50주년을 맞은 2002년부터 20헤알 지폐에 황금사자타마린 그림을 새겨 넣었다.

한국에서는 20헤알 지폐의 모델이 황금머리사자타마린으로 알려져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른 종이다.

다만 최근에도 도로 개발 등에 의한 서식지 파편화로 모든 개체가 보호받지는 못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황열병' 유행으로 개체수의 32%가 감소한 상태다. 브라질은 이를 방지하고자 황열병 예방 접종을 시행 중이다.

 

4. 뉴질랜드 5달러, 노란눈펭귄(Yellow-eyed Penguin)

뉴질랜드 5달러 지폐 속 노란눈펭귄.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뉴스펭귄
뉴질랜드 5달러 지폐 속 노란눈펭귄.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뉴스펭귄

뉴질랜드 토착종이자 멸종등급 '위기(Endangered, EN)'로 등재된 노란눈펭귄은 1999년도부터 뉴질랜드 5달러 지폐에 새겨져 왔다.

지난 20년간 개체수의 76%가 감소했는데 자망어업, 수온변화도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끼쳤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가축 방목에 의한 서식지 감소와 외래종 유입이다.

특히 족제비, 개, 고양이의 포식활동으로 목숨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2004년에는 디프테리아균이 확산돼 새끼의 60%가 사망했다.

이에 뉴질랜드는 2024년까지 노란눈펭귄의 서식지 내 포식자 제거, 질병 치료, 서식지 복원을 위한 토종식물 식재 등을 실천 중이다.

 

5. 르완다 5000르완다프랑, 마운틴고릴라(Gorilla beringei beringei)

르완다 500르완다프랑 지폐 속 마운틴고릴라.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뉴스펭귄
르완다 500르완다프랑 지폐 속 마운틴고릴라.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뉴스펭귄

동부고릴라의 아종인 마운틴고릴라는 멸종등급 '위기(Endangered, EN)'로 등재된 동물로, 5000르완다프랑에 그려져 있다.

마운틴고릴라의 터전은 농경지나 불법 방목지로 사용돼 서식지를 점점 잃어갔을 뿐 아니라 대나무, 광물, 꿀, 물, 땔감 등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수많은 질병에 노출되고 말았다.

결국 휴식처도 음식도 부족해진 고릴라들이 옥수수와 바나나 농장의 작물을 훔쳐 달아나자, 주민들은 고릴라를 안전과 생계를 위협한다고 여겼다.

이에 르완다,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마운틴고릴라 보호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1990년 후반부터 국립공원 내 고릴라 생태관광을 진행 중이다.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고릴라 보존에 사용해 현재 마운틴고릴라의 개체수는 1000마리로 늘어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태관광으로 인해 고릴라가 질병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정부에선 관광객 수와 방문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고릴라에게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르완다는 마운틴고릴라를 국가 상징으로 삼아 여권, 외국인 비자 서류, 지폐에 새겨 넣었다.

 

6. 필리핀 1000페소, 필리핀수리(Pithecophaga jefferyi)

필리핀 1000페소 속에는 필리핀 국조인 필리핀수리가 그려져 있다.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
필리핀 1000페소 지폐 속 필리핀수리.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

필리핀에서만 서식하는 필리핀수리는 현존하는 독수리 중 가장 큰 종으로 멸종등급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등재돼 있다.

필리핀수리를 위협하는 포식자는 없지만, 벌목과 채굴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돼 2015년 기준 6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또 새끼와 아성체는 덫이나 총에 의해 사냥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필리핀에선 필리핀수리를 사냥할 경우 1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개입이 없다면 필리핀수리가 이른 시일 내 멸종할 것으로 보고, 1969년부터 인공번식 등 보존사업을 시행 중이다.

필리핀 정부는 화폐는 사람들이 자주 보는 물건인 만큼 해당 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2년부터 5000페소에 필리핀수리를 등장시키기로 했다. 지폐에 새겨진 필리핀수리는 통찰력과 자유, 힘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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