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 써야하는데 게잡이원숭이가 왜 멸종위기종?" 해제 주장

  • 이후림 기자
  • 2023.08.03 13:18
게잡이원숭이 어미와 새끼. (사진 Rossche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게잡이원숭이 어미와 새끼. (사진 Rossche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게잡이원숭이 멸종위기종 지정 관련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인도적 동물실험을 옹호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생물의학연구협회(NABR)는 연구와 실험에 널리 사용되는 게잡이원숭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결정에 반박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NABR은 게잡이원숭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면서 수입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개체 확보가 어려워지면 실험 연구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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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잡이원숭이는 비인간 영장류 가운데 실험용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주요 수입국이자 활용국은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영장류 3만3000여 마리 중 95% 이상이 게잡이원숭이었다.

이런 가운데 IUCN은 2020년 게잡이원숭이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면서 적색목록 보존상태를 '최소관심(LC, Least Concern)'에서 '취약(VU, Vulnerable)' 단계로 상향했고, 나아가 2022년에는 한 단계 더 높은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상향 조정했다.

상향 조정한 원인으로는 '실험실 연구를 위한 국제 무역'이 포함됐다.

게잡이원숭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게잡이원숭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하지만 NABR은 IUCN의 이같은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NABR 회장인 매튜 베일리(Matthew Bailey)는 "적색목록 등급 상향은 수많은 오류와 잘못된 진술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종 감소에 대한 실제 증거가 없다"면서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게잡이원숭이 개체수가 너무 많아 유해동물로 지정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NABR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IUCN은 게잡이원숭이 멸종위기 등급을 왜 상향했을까.

일반적으로 미국은 야생 원숭이가 아닌 사육된 개체만 실험동물로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야생 개체군을 보호하고 병원균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정부는 야생 게잡이원숭이 무리를 사육개체로 거짓 표기한 혐의로 실험용 원숭이 공급업체 여럿을 기소했다.

만연한 밀렵은 IUCN이 게잡이원숭이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 중 하나다. 게잡이원숭이 개체수가 1980년대 약 500만 마리에서 2000년대 300만 마리로 감소했다는 2006년 연구결과도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근거가 됐다. 

보고서에는 서식지 손실을 비롯한 다양한 위협이 증가했으며 향후 3세대 동안 개체수가 적어도 50% 감소해 돌이킬 수 없는 종 손실에 직면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캄보디아 실험용 원숭이 사육시설. (인디펜던트 보도영상 캡처)/뉴스펭귄
캄보디아 실험용 원숭이 사육시설. (인디펜던트 보도영상 캡처)/뉴스펭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인도네시아 안달라스대학교 영장류 생태학자 쿠르니아 일함(Kurnia Ilham) 박사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게잡이원숭이 개체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고,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생태학자 매튜 러스킨(Matthew Luskin) 박사는 게잡이원숭이는 아직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논쟁에 대해 미국 몬태나대학교 제디디아 브로디(Jedediah Brodie) 박사는 "특정 서식지에서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과 반대로 전세계적인 관점에서는 개체수가 줄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IUCN은 NABR 관계자와 게잡이원숭이 개체수를 평가한 IUCN 소속 직원에게 결의한 협상을 요청했다. IUCN은 최종 결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협상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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